주간일기 : 1월1주차
1월1일
00시00분. 동생을 뺀 나머지 네명이 각자 2019년 목표를 두고 함께 기원했다. 올해 딱 한가지만 이뤄진다면 그건 가족의 건강. 그리고 또 한가지 더 이룰 수 있다면 가족의 행복. 누구보다 나보다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따뜻한 밥을 지어서 둘러앉아 같이 밥을 먹는 일이, 그 시간이 너무 좋다. 한 사람은 수저를 챙기고 한사람은 밥을 퍼서 나르고, 반찬을 꺼내고, 모두가 함께 차리는 밥상. 그리고 엄마가 이제 나한테도 많이 먹으라고 해서일까.(키힛) '일상'이 가장 소중하다는 걸, 이제 좀 알 것 같다.
오후, 나의술메이트와는 교정기를 뺀 후 첫 막창을 개시했다.
"올해는 글을 꾸준히 써보려고. 가능하면 책도 낼 수 있으면 좋겠지?"라고 말했지만 자신은 없다. ^_^
그저 애쓰지않고, 쓰고 싶은 걸 쓰려고한다. 계획보다는 일기를 쓰며 하루 하루 잘 살았다고 나를 격려하는 글을 쓰고 싶다.
우리 올해도 잘 살아 보자.
1월2일
새해엔 험담하지 않기로 했는데, 아침험담을 시작으로 하루종일 날이 서있었다. 사회생활은 참 어렵다. 새해버프로 그나마 마음을 다 잡아본다. 2019년 마케팅 트렌드 보고서를 좌악 뽑아놓고는, 내일 일찍 일어나서 커피한잔을 곁들이며 읽는 내 모습을 상상하다, 애쓰지않기로 한다. 성공할 확률이 낮다.
올해도 '직장'생활은 순탄치않을 것 같지만, 뭐 직장이니까. 남을 미워하는데 에너지를 쏟는 시간은 줄이기로. 하지만 미워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을땐 미워하는걸로.
퇴근하고는 집 청소 싸악- 피아노연습 촤악- 소량의 홈트 크으-
하고 싶은 것만 한 저녁이었다. 좋은 저녁이었다. 잘한 일 있을때만 일기를 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의고마움 : 문커요의 커피배달, 팀장님의 갑작스런 휴가
#오늘의반가움 : 그리웠던 그녀의 부산복귀
1월3일
후배의 이동이 확정난 오늘, 나는 또 몇년 전 그날처럼 해줄 수 있는 거라곤 말로 하는 위로밖에 할 수 없었다.
위로도, 사실 뭐라고 해야할지.
사람 들고 나는 일을 쉽게 생각하고 아무렇게나 말해버리는 사람들때문에, 애태웠을 당사자를 생각하면 맴찢이다 정말.
일상 중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의 비율이 86%쯤 되는데, 한사람 한사람 싫은 구석만 보여서 큰일이다. 쉼호흡을 하자. 후우.
어제 열심히 살고자 다짐하곤 (애쓰지 말자고 하고선)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마루리하고 싶었다. 역시 새해버프.
꺼내든 책은 에쿠니가오리의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40%쯤 읽다 덮어둔 책이었는데, 마침 이야기가 흥미진진해던 타이밍이었다.
정신없이 읽다보니(정말 오랜만에) 새벽 4시. 아직 말똥말똥하기에 다 읽고 자자 싶어서 5시에 완독. 책 제목과는 다르게 심각하게 펼쳐지는 사건들과 생각보단 심각하지 않은 반응의 주인공들, 괴상한 사고방식을 가졌지만 당당한 자매들,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일상들. 기괴하고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퇴근 후의 일상을 잘 가꿔야겠다 마음만 있었는데 이틀째 성공이다. 하지만 오후 4시부턴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무사히 퇴근. 음?
파스타를 해먹을까 하다 짜왕으로 노선 변경. 물을 끓이는 동시에 비엔나 소세지 7개를 굽고 그 자리에 달걀 후라이를 탁. 한섬만두 두개를 렌지에 돌려 잘게 자르고 삶아진 면과 소스를 같이 비벼비벼 맛있게 먹었다. 엄마와 함께 담은 김치를 곁들여서. 이번 주말에 가면 한포기 더 얻어어와야지.
그리곤 짧은 홈트를 하고 피아노를 치고 침대에 누웠다. 요즘 퀸의 LOVE OF MY LIFE를 연습하고 있는데 매일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역시 악기연주는 연습이 답이다.
1월4일
증발 ㅋㅎ
1월5일-6일
드디어 주말이다. 이번 주말, 토욜 저녁은 가족에게 글로발(? 아빠 발음) 요리를 선보이기로 했다. 마라훠궈전골!
하이디라오 소스와 당면, 즈마장(땅콩장)을 인쇼로 샀다. 엄마랑 장을 보고 집 냉장고도 채워놨다. 뿌듯. 돈버는 보람이지 이게.
오랜만에 소고기를 먹는 아빠는 엄청 좋아했고, 엄마도 배부르게 드셨다. 매워서 걱정했는데 언니도 잘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손이 큰 우리 식구들이 준비한 재료가 넘쳐서 진짜 배터지게 먹고도 너무 남았다. 아빠는 의례적으로 두끼 연속 마라훠궈전골을 먹었다. 성공적이었다.
요즘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꼽으라면 가족이 '함께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비록 '식사 준비'일지라도 '함께 힘을 합쳐 상을 차린다는 것'이 즐겁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상을 차리는 순간.
주말에 이렇게 가족의 에너지를 담뿍 담고 오면, 적어도 수요일까지는 힘을 낼 수가 있다. 목요일부터는 버티기 시작하면 또 주말이다.
내일은 꼭 일찍 일어나야지.
#이번주의충공깽 : 후배의 이동
#이번주의행복 : 마라훠궈전골
#이번주의관심 : 내퇴직금이 얼마가 쌓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