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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국진 Jan 14. 2019

퇴사, 해야겠다

1월2주차, 결심


나의 브런치를 구독하는 이들은 나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약속하에 주간일기를 씁니다. 소문내지 말아주세요. 제가 먼저 말하기 전엔 묻지도 마시고요. 그냥 지켜봐주세요. 약속.



퇴사 결심, 진짜 결심


결심했다. 그 순간. 순진하고 순수하게 빽없이 온전히 나의 힘으로 나의 실력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이 '바보같다'는 생각이 든 그 순간. 퇴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참 많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져 온 직장이지만 '직장이니까 뭐'라는 생각으로 견뎌왔다. 이제는 한계다.


조직개편이 있었던 이번주, 빽이 있는 신입이는 '지가' 빽을 이용하는지도 모른채 '말 한마디로' 원하던 팀으로 배치됐다. 빽이 없던 누군가는 싸웠지만 원치 않는 팀으로 배치됐다. 빽이 있는 자를 위해서는 없던 자리도 만들어주고, 빽이 없는 자는 견디지 못하면 퇴사해야한다.


누군가에게는 원칙과는 '다른 인사 원칙'이 적용되는 것을 지난 6개월 새에 이렇게 많이 보게 되다니.


그 얘길 들었던 금요일, 당장 퇴사하고 싶어졌다. 언젠가 그만둬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올해까진 버텨보려고 했다. 대책없이 퇴사하기도 싫었다. 퇴사하고 뭐해요?라는 질문에는 한방 먹일 수 있는 답을 내놓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이유 또는 핑계가 이제 소용없어졌다. 그들에게 한방을 먹이는 일보다 내가 하루라도 행복한 삶을 사는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퇴사는 내가 피할 수 없는 일이고, 시기의 문제라면 지금이 적기다. 어차피 평생직장은 없으니까. 아직 결혼도 안했으니까. 심지어 애인도 없으니까. 음? ^^


목표는 2월안에 퇴사하는 것. 늦어도 3월. 질질 끌 필요없지!

그 친구가 우리팀을 떠나던 날, 점심식사. 왜 눈부시고 난리.
먼저 퇴사한 선배님들과 불금을 보내려던 찰나, 사무실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다시 출근했던 나자신. 쐐기를 박았던 순간.



내가 퇴사를 결심한 이유


첫째, 더 이상 이 조직의 부역자 노릇을 하기 싫다. 왜냐면 그 일은 이 조직이 운영되어야할 '목적'과 달리 어떤 한 무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 부조리하고 더러운 일에 내가 오염되는게 죽도록 싫어졌다. 나는 적어도 이 조직에서 일하는 '보람'과 '자부심'을 가진 일원이었지만, 이젠 아니다.


둘째, 더 이상 바보가 되기 싫다. "크리에이티브고 뭐고 넌 시키는 일만 해"라고 말하는 회사에는 나의 발전도 조직의 발전도 없을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만 지나가면' 이라는 생각으로 버텨보려고 했지만, 바보가 된 뒤 미래는 더 어둡다고 생각했다.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펴고 뛰어내려야겠다. 내 커리어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한다.


셋째, 어디라도 갈 곳은 있다. 사실 이 직장의 조건은 연봉, 복지, 근무시간 모두 충족되는, 좋은 직장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한 반년쯤 정신이 잠식당하다 보니 그런 조건들보다 나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으로 쉬게 되더라도 모아둔 돈은 많다. 응. 생각보다 진짜 많다. 지난주에 로또도 당첨됐는걸!


퇴사를 꿈꾸며 샀던 로또, 5등 당첨 ㅋㅎ? 될놈될. 난 잘 될거야.


그래. 퇴사,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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