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 강, 적벽부

by 차거운

내 영혼을 쥐어짠다면

민들레 홀씨처럼 많은 노래들이 흩어질 텐데

여기 동 루이스 다리 위에서 도루 강을 내려다보며

'임술지추 칠월기망'으로 시작되는 동파의 '적벽부'가

지금 마음에 맴도는 것은 왜일까

인생의 허무함과 자연의 무궁함에 비감할 수도 있겠고

모든 것이 변하고 동시에 돌고 돌아

조물주의 무진장인 이 햇살과 바람과 물과

우리 마음의 가없는 흐름과 그 섬세한 떨림은

이토록 풍요로울진대 슬퍼하지 말자

우리의 삶이 본래 지나가는 발걸음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기억은 불멸한 것이니

이렇게 맞잡은 그대의 손은 따스하고

천둥처럼 울리는 속삭임

배반이 낭자하게 그렇게 풍경에 취할지어다

압록강을 건너 통곡할 만한 자리를 얻은 연암처럼

수루에 올라 깊은 시름 속에 한산섬의 달빛을 바라보던 충무공처럼

다산초당에서 목민심서를 짓던 여유당처럼

적벽부 읊조리며 루이스 다리를 건너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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