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토의 호텔

by 차거운

'가난은 한갓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노래한 시인이 있다

아니다 가난은 인간의 뼛속까지 스며들어 삶을 누추하게 물들인다

그렇다고 가난이 인간의 영혼을 파괴한다고 믿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런 말을 쉽게 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한 말에 대해서

화를 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으니

그러나 현실은 어린 시절의 동화 같은 세상은 아니기에

연민과 공감을 말하기는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러니 다만 이해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반지하에서 시작한 결혼생활이 32년째

제주도 신혼여행 대신 소매물도엘 갔었고

아이 둘 데리고 10년쯤 지나 제주도엘 갔었지

아직도 내 삶은 위태위태하지만

인생의 2/3는 이미 지나간 것으로 보이고

남은 긴 시간을 곱씹으며 살아가야 할

소화되지 못한 건초와 같은 기억들이 있어

반추의 시간이 앞으로도 길게 이어질 것이기에

화려하게 보이는 여행 사진들로 갱신된 프로필 사진이

어떤 이의 모든 것은 아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31년의 시간

아니 거의 60여 년의 시간이 걸렸으므로

피천득의 '은전 한 닢'의 그 걸인이

간절하게 갖고 싶었던 한 닢의 은전은 단순한 돈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이해한다 이 고풍스러운 숙소에서 지나간 삶을

생각한다 삶은 아직도 열려 있는 길이고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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