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4월 1일 화요일
한일고속페리에서 4월 1일부로 제주항에서 완도로 가는 배편 출항 시간이 1시간 20여 분 정도 늦추어졌다는 연락을 3월 중순에 이미 받았기에 마음이 조금 덜 급하기는 하지만 전날 미리 모든 짐을 싸놓고 몸만 움직이면 되도록 준비를 하고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남은 것들을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최대한 원래 상태로 돌려놓고 현관 비번을 변경하고 출발했다. 한 달가량을 객지에서 편안하게 집처럼 지낼 수 있어서 정이 든 숙소였다. 인생은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인연이 있으면 다시 올 수도 있으리라. 이번에 에어비앤비를 통한 숙박을 경험했지만 외국에 나갈 때 더 잘 활용할 만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작년의 경험이 있기에 제주항 국제 여객선터미널에 집사람을 먼저 내려놓고 차를 선적하기 위해 6부두에 정박한 선박 실버클라우드호 앞으로 갔다. 20여 톤이나 되는 대형 화물차들이 선박의 열린 뱃속으로 쉴 새 없이 들어가고 곧이어 승용차의 선적이 시작된다. 들어가서 위로 올라가지 않고 그대로 직진해서 주차하고 되돌아 나와 여객터미널 쪽으로 셔틀버스를 타고 가서 아내와 합류했다. 외국의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는 것으로 보아 외국 관광객들이 하선을 한 모양인데 터미널 대합실에도 얼굴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4월 평일이라 선적된 승용차의 숫자가 많아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주 적은 편도 아니다. 시간 구애를 받는 사람들이 아닌 은퇴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령화되고 있는 사회의 인구구조에 대해서 말들이 구구하지만 한편으로 소비력이 있는 노령인구를 바탕으로 사회적인 경제구조도 조금 재편될 필요가 있으리라는 비전문가로서의 막연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완도에 넘어오는 시간은 12시가 채 되지 못한 시간이고 하선할 때는 동행과 함께 차량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어서 좋다. 완도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몇 번 갈아타면서 서울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7시가 거의 다 되어서이니 아침 6시부터 움직인 것을 감안하면 13시간 정도의 이동 시간이 소요된 여정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마치 오랜 여행에서 돌아와 느끼는 서먹함 즉 시차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국내에서 가지 못한 곳과 하고 싶었지만 시간적 제약으로 할 수 없었던 희망사항들을 얼추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10월에 처가 형제들과 이탈리아에 갔다가 이어서 집사람과 둘이 스페인, 포르투갈을 가려고 계획한 일정에 따라 성지 순례 겸 구혼여행을 잘 준비해야 하겠고 그동안에는 희망의 순례 행사에 따라 국내 성지 순례를 다니면서 차분하게 지내려고 한다.
작년 명퇴한 이후에 불안감도 있었지만 1년을 넘긴 지금 시점에서 보면 직장생활에 매여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실컷 해보는 데 치중한 면이 있다. 가을 여행도 그런 범주에 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마냥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도 없거니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그건 가능하지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짧다면 짧겠지만 확률적으로 긴 시간을 살아야 한다면 지속가능한 경제적 삶도 고려해 두어야 한다. 최대한 검소하게 오래 버틸 수 있는 생활 습관을 형성해야 할 것이고 소비를 줄여서 살아가는 데 적응해야 한다. 즉, 욕망의 측면에서 많은 절제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아직 온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 더욱 마음이 편치가 않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누차 강조하고 있다. 현실은 그런 바람대로 쉽게 움직여지지는 않겠지만 이제 내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 그렇게 여러 곳을 돌아치면서 다니는 과정에서 늘 무사할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삶을 의미 있게 잘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자. ‘사랑하라. 그리고 그대가 하고 싶은 바를 행하라.’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말씀을 명심하면서 근본적인 요소를 잊지 않도록 하자.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