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노래 1

- 죽림굴

by 차거운

언젠가 당신의 집에서 은촛대 몇 개를 훔쳤지요

영남 알프스 신불산 고갯길에서

어진 짚신 갈아 신고

대재공소로 가는 길을 기우뚱거리는 마음으로 오르다가

푸른 신록에 새파랗게 질린 내 영혼이

또르르 또르르 땀 흘리며

시몬처럼 당신의 십자가 받아지고서

골고다 경사길을 올라갑니다


걷고 또 걷고

거친 숨 몰아쉬다 보면

잘린 목 돋아나 다시 자라는 저 가지처럼

간월재 가는 길은 자꾸만 늘어나고

산안개 뭉글뭉글 흘러내리는 어디쯤에

도사리듯 숨은 죽림굴

작은 성모상 하나

허리 굽혀 겸허히 고개 숙이며

로사리오 매듭마다 선연히 붉은 핏방울

구원의 장미로 피고

희망의 밀랍초 타오르니


다시는 목마르지 않게

다시는 굶주리지 않게

다시는 두렵지 않게


은촛대 다시 꺼내어 여기 두고 갑니다


- 추신, 제 이름은 아시지요 장발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