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 앤딩 스토리가 될 뻔한 집 리모델링의 마지막?
집을 짓거나 리모델링을 할 때 중요한 3요소는 기능성, 안전성,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원칙하에 작업하기를 바랐다.
주거를 위해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고 여긴다. 내가 늘 '예쁘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지만 맨 처음 강조하는 것은 무엇보다 '안전성'이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자꾸 세 가지 중 한 가지가 부족해지거나 한쪽에 더 치우치게 된다. 때로는 기능성보다 미를 중요시 여기게 된다. 이런 경우 꼭 후회하게 된다. 예쁜 것을 추구하다 잘못하면 그림의 떡이 되는 경우가 있다.
첫 공방 집 짓기에서의 일중 하나를 떠 올려본다.
예를 들면 에어컨 실외기다. 실외기가 미워서 보이지 않는 쪽에 배치하려다가 배관이 길어져 경비지출도 많이 되고 다른 심각한 문제도 겪었다. (결국 후에 잘 해결되었지만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잘못된 것을 발견해서 전화 의뢰를 하면 오지 않는 등)
나의 공간에 리모델링을 시작 한 지 벌써 3개월이 되었다. 지연되는 일들이 있어 속이 탔다. 드디어 천정 전기 공사를 하면 모두 마무리가 된다고 S 대표가 말했다.
몇 주 전 마당을 기웃거리던 여자분을 보았다.
정말 많은 분들이 지나다니시면서 묻기 때문에 그냥 가볍게 질문하시는 것으로 여겼다.
알고 보니 본인의 외갓집이었다고 한다. 원래 관사로 사용된 집이었으며, 마당에 잔디가 있었다고 한다. 본인이 어릴 때 잔디에서 찍은 사진도 있다고 하면서 나중에 그 사진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담장 허무는 모습을 본 후, 내부 구경을 하고 싶어서 호기심에 서성이다가 늦은 밤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던 나와 마주친 것이었다.
60년 된 집의 천정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해줬다. 공사가 다 끝난 후에 문자를 하기로 하고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토요일은 페인트 팀 일정을 잡았다. 나무에 스테인을 칠한 후, 일요일에 목공팀이 오기로 했다. 페인트 팀은 분주하게 일을 시작했다.
대문 틀도 칠하고 조그만 정원 도구 놓을 창고 틀도 검은색으로 칠했다.(공사가 지연된 후 3주 만에 대문 페인트를 칠하게 된 것이다. 속이 후련했다.) 내부의 천정 마무리를 위해 나무에 스테인을 칠했다.
빨간 우체통을 달았다. 딸들에게 주소를 알려줘야겠다. 담벼락이 오른쪽 썬룸으로 이어진다. 이전 공방에서 사용하던 것이다.
내부의 파벽돌은 실제로 본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고, 나 자신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결론은 묘하게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 대부분 공간을 방문한 사람들의 의견이었다. 물론 내가 주문한 적벽 고벽 파벽돌의 경우가 제일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붙인 파벽돌의 벽을 두고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은 지치는 일이다. 더구나 천정을 위한 공사가 시급한 상황이니 한 발자국 물러서기로 했다.
더구나 단색으로 빽빽이 칠하면 답답한 느낌일 것 같다. 그래서 그대로 두기로 했다. 다만 두 개의 가구를 안쪽으로 이동시켜서 큰 룸의 공간을 더욱 넓게 확보했다.
두 개의 가구는 이전 공방에서는 아주 잘 어울렸다. 천정과 벽 전체가 백시멘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공간에서 현재의 파벽돌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내가 크림색으로 가구를 칠해야 하는데, 그것은 시간 관계상 불가능하다. 그러니 가구 두 개를 내부 창고 쪽으로 옮기기로 했다.
일요일(2021. 5.29.) 이른 아침부터 작업이 시작되었다. 우선 모든 가재도구들을 비닐로 덮어야 했다.
정말 이웃 분들께 너무나 죄송했다. 나무를 잘라야 하는데 내부에서 할 수가 없었다. 하루 온종일 나무 자르는 소음을 내니, 나는 바늘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S 대표는 어차피 공사를 할 바에야 단열재를 넣으면 어떻겠는지 물었다. 나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세월을 머금은 천정 나무를 덮자니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단열과 먼지, 벌레 등의 문제에서 조금 놓여나게 되니 경비 지출이 아깝지 않았다.
문제는 하루에 고급 목수들이 일을 모두 마쳐야 한다는 데 있다. 내부 천정 마감 모두 해야 하고 외부 조그만 정원 도구 창고 나무 마감해야지 참으로 일이 많았다. 종국에는 S 대표까지 종일 뛰어다니면서 나무 잘라서 나르는 상황이 되었다. 단열재는 아주 두껍게 할 수는 없었다. 이유는 긴 사선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기존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천정 보수 공사를 했다.
모두 마친 후에 보니까 별반 차이가 없이 깔끔하게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솜씨 좋은 목공팀이다. 또한 S 대표가 꼼꼼히 관리 감독을 한 덕분이다.
바닥은 난장판이 되었다. 위에 대들보에 있던 황토나 먼지를 이 기회에 모두 털어냈다고 한다.
대들보에는 처음 공사 시작 때 이미 철판 보강을 했다. 이로써 천정의 경우 단열(미적인 점 때문에 두툼하게 하지는 못했다.)과 먼지, 벌레의 문제에서 조금 해방되었다.
이 와중에 이모님 댁에 갔다. 이모는 다음 주에 이사를 하신다.
이모는 이렇게 너른 텃밭을 대체 어찌 가꾸셨는지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투석을 일주일에 세 번이나 받으시는 데,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올봄부터 가꾸지 못한 텃밭은 이제 풀로 가득하다. 이 집을 구입한 분은 통나무 집인 이모집을 철거하고 다시 짓는다고 한다.
남동생이 이모의 정원에서 캐 준 장미 한그루, 목단, 아이리스를 내 차로 싣고 와서 화단에 심었다. 허리에 무리가 간 이후 며칠 쉬었는데, 모란이 피기까지 나의 노력도 필요하다.
노랑 장미는 윗부분을 싹둑 잘라 놓아야 할 것 같다. 이모네 좋은 흙에서 신나게 있다가 난데없이 이동해서 몹시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인다. 이럴 때 잎이 마르게 된다. 원래 식물은 장마 전이나 초봄에 심어야 하는데 잘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흰 도자기 싱크볼이 와서 연결했다. 흰색 수전도 설치했다고 한다.
씽크볼은 예쁘다. 수전도 너무너무 예쁘다. (싱크볼이 작다고 생각하지만 그리 작지 않다. 정사각형에 가깝다.)
그러나 다음날 수전을 써 보니, 수전의 문제를 발견했다. 좌우는 움직이는 데 물줄기 방향이 고정된 것으로 세면대 용이 분명하다. 아니면 세대면의 중앙에 수전이 있어야 한다. 여하튼 불편하기 짝이 없다.
"교체 부탁합니다."라고 어렵게 말을 하면서 생각했다. '대체 왜 내가 어려워해야 하는 것인가.'
원래 S 대표와 나는 수전을 고를 때 함께 가게에 가서 선택했다. 하지만 우리가 거래한 가게에는 흰색 도자기 싱크볼과 흰색 수전이 없었다. 그래서 S 대표가 따로 주문하게 된 것이다.
라고 S 대표가 물었을 때, 아니요.라고 답했기 때문에 미적인 면에 더욱 신경 써서 싱크대를 설치했다.
싱크 볼 가격도 비싼 편이다. 한 달 기다려 도착했다. 너무 예뻐서 대 만족이다. 작지도 않고 크기도 적절하다.
결국 수전은 교체하게 되었다. 흰 수전은 27만 원가량이고 새로 교체된 것은 17만 원 정도라고 하는데 재료비로 둘 다 내가 지불해야 한다. 산장 쥔(남편)은 "그분도 그거 갖다 뭐하겠어." 하고 말한다. 맞는 말인데도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다.
흰 수전은 없다면서 가져온 것은 검정이다. 아름다움보다 중요한 것은 기능성이다. 그림의 떡보다는 입에 들어갈 수 있는 떡이 나은 것이다. 흑과 백이 조화를 이루니 나쁘지는 않다. 후일 사진을 올리기로 한다. (S 대표님이 흰 수전을 가져가셨다. 다른 곳 공사할 때 사용하시게 되면 입금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다행이다.)
오늘(2021.6.1. 월요일), 전주에 사는 여동생이 다녀갔다. 그래서 동생과 동생의 딸(조카) 우리 셋이 늦은 저녁을 먹었다.
사람들마다 반응이 제각각인 바닥은 대부분 멋진 색이라고 한다. 무광 코팅으로 안정감을 준 상태다. 내가 S 대표에게 좋은 점수를 준 바닥이다. 다른 이들에게는 고급지다는 말을 듣는 바닥이 여동생에게는 시멘트 바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마루나 장판을 깔아야 완성된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간혹 동생처럼 묻는 이도 있었다. 우리가 서로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마당의 꽃들도 가만 앉아서 볼 여유가 없어 보인다. 언니만 실컷 누리고 사는 것 같아서 동생에게 자꾸 미안한 마음이 든다.
힘든 이들에게 내 삶, 나의 마당, 나의 공간은 행복에 겨운 있는 자의 자랑 같을까 조금 걱정이 된다. 여동생에게도 눈치가 보인다. 그러나 이곳은 우리 딸 말처럼 '엄마가 평생 열심히 일해서 이렇게 멋진 공간을 만든 것'이다.
나에게 미소 짓고 반갑게 맞이한다. 내 삶을 행복하게 이끌어준다. 사실 지나는 분들에게도 행복을 준다. 가끔 안에서 보면 지나던 분들이 낮은 담장에 옹기종기 붙어서 마당 안의 꽃들을 둘러보신다. ^^
그냥 놀아도 된다. 나는 그만큼 충분히 열심히 달려왔기 때문이다.
11시 넘어서까지 서울의 또 다른 여동생과 전화 통화를 했다. 박장대소하면서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
우린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삶이 어떤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지라도 내 안의 나에게 외쳐보면 좋을 듯하다.
후기
공사 대표님께서 다른 공사장에서 쓰시거나 하신다고 흰 수전을 가져가셨다. 예쁘지만 쓸모없는 수전을 얼른 드렸다. 고정형으로 세면대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새로운 공사 현장에서 쓰임새 있게 설치되기를 바란다.
<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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