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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퍼스씨네이십일 Oct 13. 2016

내 친구의 자취집은 어디인가

수색역 일대를 수색하다

 

 수색역 일대를 수색하다

차로 15분 내 회사 도착, 채광 좋고 넓은 집 찾기    


마포구 상암동에 자리한 디지털미디어시티(이하 ‘DMC’)는 국내 IT·미디어산업의 메카로 기획·조성됐다. 이동훈씨는 DMC에 위치한 한 기업의 사원이다. 

학교나 직장은 일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 동훈씨는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집을 구하고 싶었다. DMC 근방,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이나 수색역 근처에 작지 않은 규모의 주택단지가 조성돼 있지만 가격대가 높았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난지도 쓰레기매립지의 이미지가 강했고, 어둑어둑한 느낌이어서 그렇게 집값이 비쌀 줄 몰랐어요. 2012년 입사 후 집값을 알아보고 깜짝 놀랐어요. 임대료도 마찬가지였고요.”

6호선 라인을 훑으며 수색역 위쪽 동네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보금자리로 선택한 지역은 은평구 신사동이다. 동훈씨가 입주한 주택은 6호선 새절역에서 7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곳으로 출퇴근 위치로 나쁘지 않다. ‘버스와 택시로 15분 내 회사 도착’이라는 조건을 염두에 두고 선택했다. 주택의 평형과 채광도 가격대비 만족스럽다. 

“남자라서 유리한 부분도 있죠. 선택의 폭이 넓달까? 20대 초부터 자취를 시작했는데 항상 ‘번화가 위치, 신축, 보안 좋음’, 이런 것은 됐고, 낡아도 좋고 도어록 대신 열쇠가 달려 있어도 좋으니, 채광 좋고 넓은 곳을 안내해달라고 부동산 중개 아저씨께 말씀드리곤 했어요. 이런 조건은 여성에게는 권하기 어렵죠. 노량진쪽에 살 때는 실제로 한번 도둑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뭐 집에 값나가는 게 없으니까…. 다행히 이번 집은 현관 도어록도 설치돼 있고 조건이 좋은 편이에요.”

그의 집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 세간 사람들이 흔히 탐낼 만한 것은 아니다. 고양이 ‘삐루(1.5살, 수놈)’와 요요가 그의 보물인데, 동훈씨가 입주지를 구할 시 채광과 평형을 우선 조건으로 삼는 데에도 이들의 영향이 크다. 

삐루는 그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존재다. “이 아이에겐 나밖에 없잖아요. 책임감을 가지고 아낌없이 주게 돼요. 삐루 덕에 지나가는 길고양이들도 예쁘게 보여 ‘캣맘’ 활동도 하고 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삐루한테 맛있는 거 먹이려면 돈 벌어야지!’라는 생각으로 견디죠. 쇼핑이 국가가 허용한 유일한 마약이라는 말이 있던데, 공감해요. 일요일 밤, 출근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거든요. 연어캔 사료라든지 삐루를 위한 고가 용품들을 할부 구입하며 스스로를 회사에 더욱 구속시키려고 합니다. 그만두지 못하게….”

동훈씨는 요즘 스스로를 더욱더 옭아맬 방법으로 전세 대출을 고려하고 있다. “2012년부터 이곳에 살았는데, 주인이 좋은 분이어서 월세가 한번도 안 올랐거든요. 근데 최근에 주인이 바뀌었어요. 세가 오를 것 같아서 내친김에 전세 대출 받아 더 넓은 곳으로 옮길까 해요. 삐루 화장실과 캣타워도 협소한 것 같고, 요요 연습 공간이 부족해서 가지고 있던 침대도 버리고 접이식 매트리스로 바꿨거든요.” 

1999년 세기말 감성과 함께 배우기 시작한 요요는 그의 세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지금의 가치관과 감수성을 가진 데에는 크루에서 만나 교류한 사람들의 영향이 컸고, 지금 회사에 입사한 데에는 친구들과 2011년 영국 에든버러 거리 축제에서 벌인 요요 거리 공연 덕이 크다고 생각한다. 

“비보이 크루를 TV에서 접했는데 멋있어 보였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몸치임을 자각하고 있었죠. 사람들과 교류하며 활동적이고 퍼포먼스 성격이 있는 다른 취미를 찾아보자, 하다가 만화 잡지 <팡팡>에서 요요 만화를 보고 하이텔 들어가 바로 관련 커뮤니티에 가입했고 그 뒤로 이렇게 쭉…. 아직도 요요가 재밌고 좋아요.” 

올해에는 한국에서 열린 요요 대회에 참석해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요요를 더 잘하는 것’ 은 그의 인생 목표 중 하나다. 그 말은 즉 앞으로도 계속 요요 연습할 만큼의 여유 공간이 담보된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사진 잉집장    

친구 30살 남자

동네 은평구 신사동

주거 형태 분리형 원룸, 8평

주거 비용 보증금 2500만원, 월세 30만원

동네 자랑 “언덕이 심한 고지대에서 수년간 살다보니 평지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은평구 신사동은 평지라서 좋습니다. 좀만 나가면 불광천도 있고, 바로 집 앞에 산이랑 공원이 있다는 것도 좋아요. 삐루가 너무 좋아합니다. 상수역, 합정역, 망원역과 같은 6호선 라인이라 ‘범(凡)홍대지역’에 놀러가기에도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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