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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퍼스씨네이십일 Sep 08. 2016

9월에 꼭 봐야할 영화, 최악의 하루

<최악의 하루>
감독 김종관 / 출연 한예리, 이와세 료, 권율, 이희준 / 개봉 8월25일

단편영화를 찍는 친구의 부탁으로 카메오 출연을 하게 됐다. 인터뷰녀2 역할이었다. 대사는 이런 식이었다. “저 그래서 이제 한국 남자랑 연애 안 하려고요.”(한국 남성 여러분, 이건 페이크 다큐멘터리입니다. 믿어주십쇼.) 인터뷰에 자신의 경험을 조금 보태야 했는데 나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연애를 했던 게 언제였더라…. 기억이 안 나서 그냥 지어서 말했다. 이 영화를 보고 연기에 임했으면 새록새록 떠올랐을 텐데. 김종관 감독의 <최악의 하루>는 은희(한예리)의 연애를 하루 동안 따라가는 영화다. 배우 지망생인 은희는 서촌에서 우연히 일본 작가 료헤이(이와세 료)에게 길을 알려준 후 현 남친 현오(권율)를 만나러 급하게 남산으로 향한다. 신인 배우인 현오는 벌써부터 ‘연예인병’에 걸려 마스크로 얼굴을 철통무장한 ‘허세남’. 그리고 남산까지 쫓아온 구 남친 운철(이희준)은 전 부인과 재결합하려는 주제에 은희에게 자기변명이나 하는 지질남이다. 남산에서 두 남자와 마주치며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은 은희도 마찬가지. <최악의 하루>의 인물들은 모두 적당히 이기적이고 속물적이며 그래서 서로에게 거짓말을 한다. 현오와 운철의 대사 중에는 과거 우리가 연인에게 한번쯤 들어봤을 변명들이 있다. 반면 말이 통하지 않는 료헤이와 은희의 대사는 너무나 단순하고 유아적이라 서로의 마음을 포근히 위로한다. 짜증나는 하루 끝에, 낯선 사람에게 낯선 언어로 받는 위로가 여운을 남긴다. 내내 보아왔던 서울의 풍경이 이토록 아름다웠는지, 감탄하며 보게 될 것이다.


글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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