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만들어낸 초록빛 환상 속으로
사방이 푸른 나무와 이끼로만 가득 차 인간의 손길 없이 오로지 숲속 생명들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몽환적인 숲, 더 깊이 들어가면 사슴의 몸에 사람 얼굴을 한 사슴신이 모습을 내보인다는 그 숲.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997년작 <모노노케 히메>, 우리나라 제목으로는 <원령공주>의 배경이다. 이 영화를 봤다면 영화 속 숲의 광경을 절대 잊지 못하리라. 나 역시 그 숲을 잊지 못해 영화만 다섯번 넘게 봤다.
하지만 이러한 무한한 애정에도 불구하고 배경이 된 실제 숲을 직접 가봐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여행 바로 전날이었다. 그 이유는 아무리 정보를 찾아봐도, 그 누구도 후쿠오카 관광과 더불어 오로지 대중교통만으로 그 숲에 다녀온 사람이 없더라는 것. 그나마 있는 정보는 숲 등산만을 목적으로 한 여행기뿐이었다. 너무나 막막해 포기하려던 찰나, 이때 아니면 언제 가보겠냐는 마음으로 밤새 일본 사이트를 뒤졌다. 마침내 8월11~12일 이틀간 성공적으로 모노노케 히메의 숲을 몸소 느끼고 올 수 있었다.
험난했다면 험난했노라고 말할 수 있는 야쿠시마 섬 여행기. 다시는 나처럼 여행 전 설렘이 아닌 스트레스로 며칠 밤 지새우는 사람이 없길 바라며, 모노노케 히메의 숲을 향한 여정과 자그마한 팁들을 소개한다.
STEP 1. 후쿠오카에서 가고시마로 이동하기
후쿠오카는 규슈의 북쪽에, 가고시마는 규슈의 남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가고시마 중앙역까지 신칸센을 이용해 이동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때 전규슈 JR 패스를 이용한다면 한번 왕복하는 데 2만엔인 신칸센 비용을 무제한 탑승에 1만5천0엔~1만8천엔으로 아낄 수 있다. 3일권과 5일권이 있으며 자신의 일정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하카타역에서 가고시마 중앙역까지는 신칸센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전규슈 JR 패스 안내) http://www.jrkyushu.co.jp/korean/railpass/railpass.jsp
STEP 2. 가고시마 중앙역에서 가고시마 항구로 이동하기
버스를 이용한다. 가고시마 중앙역을 나와 동(東)쪽 정류장에서 탑승하면 된다. 잘 모르겠다면 가고시마 중앙역 안내데스크를 찾아가 영어 혹은 일본어로 물어보는 것도 안전한 방법이다. 버스는 배차 간격이 짧고 자주 오기 때문에 버스를 못 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0~15분 정도이며 고속선 터미널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요금은 성인 기준 160엔이다.
**Tip) 가고시마 항구에서는 할 것이 없다. 일찍 항구에 가 있지 않는 편이 좋다.
STEP 3. 가고시마 항구에서 야쿠시마 섬으로 이동하기
고속선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토피 혹은 로켓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고속선은 성인 기준 인터넷 예약 시 1만5천엔이다. 야쿠시마 도착지는 시간대에 따라 안보 항 혹은 미야노우라 항으로 나뉘는데 미야노우라 항으로 도착하는 배를 타야 훨씬 수월한 여행을 할 수 있다. 모노노케 히메의 숲이 있는 시라타니 운스 이쿄로 향하는 버스가 미야노우라 항 근처를 왕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보 항으로 예매를 했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안보 항 바로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40분쯤 이동하면 미야노우라 항에 도착할 수 있다. 8월 기준, 안보 항에서 미야노우라 항으로 향하는 마지막 버스는 18시47분 차다. 버스비는 자신이 내리는 버스 정류장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 버스 맨 앞 전광판에 금액이 찍히므로 이를 확인하고 하차할 때 금액을 지불하고 내리도록 한다.
**Tip) 섬이기 때문에 정류장 표지판에 한국어가 적혀 있지 않다. 영어는 대부분 적혀 있지만 혹시 모르니 자신이 가야 하는 정류장, 민박집 일본어 이름 정도는 메모를 해놓거나 숙지하고 가도록 하자.
**사이트) https://www.tykousoku.jp/reserve/ - 배 예약 사이트
일본어를 할 줄 모른다면 크롬으로 사이트 접속 후, 한국어 번역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하자!
<막간 정보> 야쿠시마에서 숙박하기
야쿠시마에서의 숙박은 민박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호텔도 있지만 가격이 꽤 비싸다. 민박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저렴하게는 보통 1박에 3500엔~4천엔이다. 여기에 조식 및 석식을 포함하면 추가금이 생긴다. 숙박 역시 당연히 미야노우라 항 근처로 잡아놓는 것이 이동하기에 편리하다.
**사이트) http://yakukan.jp/acco/index.html
http://www.realwave-corp.com/05b&b/01/index.htm
- 야쿠시마 내 민박 정보
http://yakushima-umikawa.com/ - 미야노우라 항 근처 괜찮은 민박집
STEP 4. 미야노우라 항에서 시라타니 운스 이쿄로 이동하기
섬이기 때문에 버스의 배차 간격이 긴 편이라는 점을 유의하도록 한다. 특히 시기에 따라 버스의 운행량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일정을 짤 때 알맞은 버스 시간표를 참고하도록 한다. 미야노우라 항 근처 정류장에서 시라타니 운스 이쿄까지는 30~35분 정도 걸린다. 8월 기준, 새벽 5시 반에 시라타니 운스 이쿄 정류장에 내려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이른 코스이다. 버스비는 보통 550엔 정도.
만일 자신의 일정과 버스 시간이 맞지 않는다면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다. 택시는 항구 혹은 배 안에서 예약 및 콜을 하면 된다. 그러나 택시 비용이 만만치 않다. 택시기사나 여행 간 시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보통 편도 5천엔 정도 생각하면 된다.
**) 버스 시간표 별도 추가합니다 - 성수기와 3~6월까지의 버스 시간대
STEP 5. 모노노케 히메의 숲 등산하기
시라타니 운스 이쿄역에 내려 조금만 걸으면 바로 앞에 등산 출발지가 있다. 먼저 등산을 시작하기 전 안내소에 환경부담금 300엔을 내야 한다. 그리고 팸플릿을 참고해 자신의 등산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코스는 총 네개로 되어 있으며 난이도와 볼 수 있는 광경에 따라 나뉜다. 굳이 한 코스를 고집해서 갈 필요 없이 각 코스의 교차점에서 코스를 변경해가며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모노노케 히메의 숲까지 여유롭게 구경하고 나오는 데에는 왕복 4~5시간쯤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등산화나 등산장갑은 있으면 좋고 없다고 등산에 무리를 주진 않는다. 대신 우산이나 우비는 반드시 챙기도록 하자. 365일 중 360일은 비가 내리는 곳이 바로 야쿠시마 섬이다. 등산하는 도중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도 한다고 하니 반드시 잊지 말자.
**Tip) 벌이 굉장히 많다. 손가락 두 마디 길이의 벌인데, 문제는 이놈들이 사람한테 꼬인 다는 것이다. 벌을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면 등산을 하기 전 마음을 단단히 먹도록 하자. 또한 사진을 찍는 것은 좋으나, 계곡 바위에 앉거나 기대는 포즈는 피하는 것이 상책. 자칫 잘못하다간 거머리가 몸에 붙을 수 있다.
**사이트) 시라타니 운스 이쿄 등산 코스 소개 사이트
http://www.kagoshima-kankou.com/kr/trekking/yakushima-course-shiratani.html
글·사진 이규오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