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기찻길
고니(조승우)가 도박판에 뛰어든 것은 인생을 뒤바꾼 결심이었다. 가구 공장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살던 고니가 전설의 타짜 평경장(백윤식) 밑에서 기술을 배우고, 환상의 파트너 고광렬(유해진)을 만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도박꾼들은 “마지막 한판만”을 입에 달고 산다. 최후의 한판, 크게 한탕하고 나면 그만두겠다는 다짐. 그 마지막을 위해 고니는 팔에 한 깁스도 깨부수고 서소문 철길을 건넌다.
실제 이 철길을 지나는 기차는 도심 속을 관통하며 바람을 일으킨다. 철길 주변에는 오랜 세월이 깃든 건물들로부터 하늘 높은지 모르는 고층 건물들이, 그곳이 원래부터 그들의 자리로 정해진 것처럼 말없이 서 있다. 겁쟁이인 내가 철길을 건너는 데에는 결심이 필요했다. 도심 속을 가로지르는 기차, 그리고 건널목의 풍경이 생소하거니와 언제 기차가 올지 몰라 긴장이 됐다. 기차가 곧 지나간다는 종소리가 땡땡거리면 기차 머리는 저만치 있는데도 깜짝 놀라게 되고, 허술한 나무판자를 딛고 철길을 건너다보면 마치 내가 고니라도 된 것처럼 비장한 기분이 들었다. 기찻길을 지나 한참 걷다보면 서울시청을 지나 경희궁과 독립문도 멀지 않다. 시간을 달리는 소년이 된 기분이다.
그곳으로 가는 길
서울 지하철 2, 5호선 충정로역의 3번 출구로 나와 350m 정도 직진하다보면 서대문 철길이 보인다.
글·사진 조은식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