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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퍼스씨네이십일 Dec 14. 2016

<목숨 건 연애> 하지원 천정명 진백림 인터뷰

말랑말랑, 귀엽고 코믹한 로맨틱 스릴러에 도전한 세 배우



길라임 이슈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분께 ‘한제인’ 이름은 쓰지 않기를 부탁드린다던 진짜 길라임, 하지원이 코믹한 추리소설 작가로 돌아왔다. 세상만사 의심가지 않는 것이 없는 제인(하지원)은 동네 사람들 모두를 살인범으로 의심하는 엉뚱한 추리소설 작가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실제 살인사건의 정황을 포착하고는 살인범을 자신의 손으로 잡겠다고 다짐하는데, 그게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다. 그런 그녀의 곁에서 그녀의 좌충우돌 수사극을 돕는 록한(천정명)과 제이슨(진백림). 그들 사이에도 제인을 두고 묘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영화 <목숨 건 연애>에서는 여장부 하지원의 180도 연기 변신, 천정명의 설레는 ‘남사친’ 연기, 완벽한 엄친아 캐릭터로 분한 대만 배우 진백림을 만날 수 있다. 스릴러와 코미디, 로맨스를 넘나드는 알콩달콩한 수사극 <목숨 건 연애>의 세 주인공에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로맨틱 코미디와 스릴러의 조합이 흥미롭다. 단일 장르가 아닌 <목숨 건 연애>를 선택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하지원 전작이 드라마 <기황후>와 영화 <허삼관>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주 말랑말랑한 작품을 하고 싶었다.
천정명 내가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선택을 빨리 해야 했는데 그만큼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로맨틱 코미디를 촬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시나리오가 들어온 것도 계기가 되었다.
진백림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FBI 수사관이라는 캐릭터가 유니크하다고 느꼈다. 이런 캐릭터를 해본 적이 없어서 특별한 경험이 될 거라 생각했다. 한국영화 진출 작품이기도 하고 영화를 ‘영어’로 찍은 것도 처음이다. 모든 게 다 처음이었다.


각자 맡은 인물들을 소개해달라.
하지원 ‘제인’은 연쇄살인마를 쫓는 의욕 넘치는 추리소설 작가이다. 매사에 의심을 하며, 또 의심이 가면 무조건 신고하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태원 민폐녀다. 반면 귀여운 면이 있다. 그동안 망가지는 캐릭터를 잘 안 해봐서 더 의욕이 넘쳤다. 특히 전기충격기를 사용하며 자신이 놀라는 장면이 사랑스러웠다. (웃음)
천정명 제인의 오래된 친구 ‘록환’을 맡았다. 언제나 그녀를 옆에서 지켜주고 싶은, 용산지구대 순경이다. 엘리트 형사였으면 캐릭터에 다가가기 힘들었을 거다. 처음에는 제복을 입어야해서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겉만 순경이지 평범한 남자라서 캐릭터를 표현할 때 되게 재밌었다.
진백림 ‘제이슨’은 FBI 프로파일러이다. 제인이 환상 속에 그리던 인물이 현실로 온 것 같은, 매우 매력적이고 미스터리한 인물로, 제인의 상상력을 만족시킨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차분하고 중심이 잡혀 있는 캐릭터다.


캐릭터에 접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하지원 제인에게 셜록 홈스 같은 느낌은 어떨까 생각했다. 아트디렉터와 함께 동대문과 이태원도 뒤지고 주변에 수소문해 구한 케이프를 입어보고 사진을 찍어 감독님에게 보여드렸다. 제인이 많이 입고 나오는 케이프는 그렇게 탄생된 거다. 이렇게 직접 옷을 산 경우는 영화 <내 사랑 내 곁에>(2009) 이후 두 번째다.
천정명 감독님이 지고지순하게 사랑을 하는 캐릭터를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어렸을 때부터 짝사랑했던 남자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만의 이야기를 펼쳐나가야 했다.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진백림 제이슨은 현실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다. 차분하고 젠틀하고 매력적이어야 하는 제이슨의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다른 영화를 참고할까도 했지만 따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보지 않았다. 흉내내기보다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진백림뿐 아니라 하지원과 천정명도 이번 영화로 처음 호흡을 맞췄다. 서로의 첫인상은.
하지원 천정명씨는 맑은 소년 같은 이미지였다. 그 느낌이 록환 캐릭터를 더 귀엽고 더 밝게 살려주는 것 같았다. 촬영장에서는 넘어지면 부축해주고 추우면 덮어주고, 배려남이다. 진백림씨는 항상 긍정적이고 파이팅이 넘치는 배우였다. 타지 촬영이라 힘들 텐데, 늘 웃으며 연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천정명 하지원씨는 여전사 같고 강한 이미지였다. 워낙 팬이어서 꼭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첫 촬영 땐 어색했는데 캐릭터 자체가 오랜 친구라는 설정이다 보니 빠르게 친해졌다. 록환이 캐릭터에 몰입하다보니 하지원씨가 진짜 제인 같더라. 촬영장이 아니어도 계속 챙겨주고 싶었다. 진백림씨와는 언어장벽 때문에 많이 친해지지 못한 게 정말 아쉽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면 되게 반갑고 그런다. 나중에 꼭 다시 일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진백림 한국말을 못하니 촬영장에서 제이슨 그 자체였다. (웃음) 그래서 내가 보인 반응들은 늘 자연스러웠다. 꿈만 같았다. 배우들과의 호흡은 무척 좋았다. 송민규 감독님은 재미있는 사람이다. 무얼 하고 싶은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제인이 구사하는 영어가 인상적이다. 어설픈 듯 잘한다. (웃음)

하지원 제인이 작가이다 보니까 외국 서적을 많이 접할 거다. 그래서 영어를 잘하긴 하는데, 유학생이나 원어민처럼 자연스러운 수준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또박또박’ 정도의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반응할 때도 오버하면서도 귀여워 보일 수 있는, 그 정도의 톤에 맞춰서 영어를 준비했다.



제인을 둘러싸고 제이슨과 록환이 신경전을 벌인다. 배우 천정명이 생각하는 록환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천정명 일방적인 사랑이다 보니 자칫 스토커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상대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야, 하며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 게 매력인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으니까, 진실된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현장에 웃음이 많았을 것 같다. 그래도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하지원 롱테이크 촬영 때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연습을 많이 하다보니 호흡이 잘 맞더라. 카메라의 무빙과 나의 무빙, 대사 톤을 맞추는 호흡들이 많았다. 카메라랑 호흡하는 순간들이 짜릿하다고 느꼈다. 남자배우들도 있었지만 마치 카메라와 파트너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천정명 크게 힘든 부분이 없었다. 다만 제이슨과의 격투 신에서 조금 아쉽긴 했다. 워낙 몸 쓰는 걸 좋아하는데, 일방적으로 맞는 장면이었다. 한방치고 싶은 욕구를 참느라. (웃음)
진백림 액션 신 촬영할 때. FBI로서 스마트하고 샤프하게 싸우는 게 어려웠다. 당시 너무 춥기도 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장면을 꼽는다면.
하지원 웃겼던 장면들이 많았다. 쓰레기통 뒤지는 신이나 오정세씨와 함께 촬영하는 신이나 모두 재밌었다. 신마다 재밌는 장치들이 많았는데, 그런 장치들이 캐릭터를 더 살렸던 것 같다. 특히 방귀 신. 개봉 전에 남자친구를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감독님에게 푸념했다.
천정명 속옷만 입고 촬영해야 할 때. 팬티만 입게 될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상의 티셔츠를 허락해주었다. 그래도 부끄럽긴 했다. 출판기념회장 장면이라 남들 다 드레스에 턱시도 입고 있는데…. 근데 분위기가 웃기고 재밌게 흘러가서 어느 순간엔 괜찮았다.
진백림 액션 신이 내게 가장 특별했다. 3~4번 정도 나오는데 액션 신을 직접 연기하는 건 처음이었다. 일주일에 두번 정도 무술감독님을 만나서 연습했다. FBI의 움직임을 배우는 게 어려웠다.

영화 <목숨 건 연애>는 각자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하지원 새로운 조합의 장르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제인이라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하며 에너지를 많이 얻었다.
천정명 주로 로맨틱 코미디를 연기했는데, 친구가 나에게 ‘로맨틱 코미디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하면 안 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이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천정명’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백림 대만 배우로서 한국영화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나만 외국인인 상황에서 영화를 찍었다는 게 믿기지 않고, 소중한 경험과 추억이 되었다. 새로운 시작이 되는 작품이다.


목숨 걸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하지원 좀더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도전을 배우로서 만나고 싶다.
천정명 아직까지 여자친구가 없어서 그런지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진백림 그런 일이 곧 찾아오리라 믿는다.


위 글은 캠퍼스 씨네21 2016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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