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캠퍼스씨네이십일 Mar 14. 2017

[영화사 취업] 영화 수입, 흥미진진 마켓 출장

티캐스트 송유진 차장에게 듣는 ‘수입업자’의 일상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 업계에서 일하고 싶다. 막연한 꿈은 있지만 업계에 어떤 경로로 취업해야 좋을지, 어떤 업무들이 있는지도 모른다면 이 코너를 집중하시라. 영화의 기획, 마케팅, 수입과 배급, 투자에 이르기까지 영화 비즈니스 전반의 취업 특강에 대한 알짜배기만 정리했다. 영화 전문 아카데미 로카에서 진행 중인 업계 종사자들의 족집게 특강이니 놓치지 말자. 첫강은 ‘영화 수입’이다.


제 소개부터 해야겠네요. 저는 티캐스트라는 영화사에 근무하는 송유진 차장입니다. 티캐스트는 케이블TV 방송국이기도 하지만 영화사업부가 있고 광화문 씨네큐브를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많이들 아시는 영화관인데 주로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곳이라 제가 수입을 해서 상영하거나 CGV나 메가박스 등 다른 극장에도 배급을 합니다. 저는 이전에는 스폰지라는 수입사에서 일을 했고 배급 일도 했었고요. 


전세계 영화가 모이는 마켓
영화 수입 일을 하다 보면 1년에 분기별로 4번 정도 출장을 갑니다. 3대 영화제는 베니스를 제외하고는 영화 마켓이 아주 큽니다. 칸과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가 메인 마켓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세계의 영화 파는 사람, 사는 사람이 모이는 가장 큰 마켓이 5월에 열리는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입니다. 2월에 베를린영화제가 열렸었는데, 저 역시 다녀왔습니다. 
수입에 대해 막연하실 수도 있는데, IPTV나 극장, TV, PC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영화들을 보실 겁니다. 한국영화는 프로덕션 과정을 거쳐 제작하고 배급돼 상영되지만 외국영화는 수입이라는 절차가 있어야만 배급이 진행됩니다. 배급 과정에서 마케팅이 진행되고 극장 상영(Exhibition)에 이르게 되죠. 수입 일을 하면 해외팀에서 일하게 될 텐데, 기본적인 용어를 알아두셔야 합니다. 수입을 현장에서는 ‘Acquisition’이라고 합니다. 본인의 직업을 말할 때 ‘Film Acquisition Manager’라고 하고, 현장에서는 판권을 사는 사람이니까 ‘buyer’라고도 합니다. 외국에서 저희를 바라볼 때 각국의 배급사이기 때문에 ‘Distributor’라고도 이야기합니다. 출장 시 받게 되는 배지에는 각국 마켓마다 Distributor, Buyer, Acquisition, 이런 식으로 혼용해서 씁니다.


그렇다면 전세계의 모든 영화를 내 맘대로 다 살 수 있을까요? 직배사라고 들어보셨나요. ‘직접배급’의 줄임말인데요. 미국의 디즈니, 워너브러더스, 이십세기폭스, 유니버설, 일본의 소니를 스튜디오라고 합니다. 이런 대형 스튜디오는 각국에 지사들이 있어서 직접 배급을 합니다.  모든 직배사들의 영화는 개인 수입자들이 수입할 수 없습니다. 다만 CJ는 직배사는 아니지만 드림웍스와 계약을 해서 드림웍스 영화는 한국의 CJ만 수입할 수 있습니다. 롯데는 파라마운트와 계약해서 파라마운트의 모든 영화는 롯데가 수입합니다. 이런 직배사 영화들을 제외하면 일반 수입사에서 영화를 들여올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브라질영화가 그 나라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하고 제가 보기에도 재미가 있어요. 그런데 그 영화를 수입해 올 수 있을까요? 이건 그쪽에서 판매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브라질 영화사에서 국내 배급에 신경 쓰느라 해외 판매 계약의 준비가 덜 돼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2월에 베를린영화제에서 만나고 온 ‘세일즈 에이전시’는 자기가 제작사이면서 직접 판매하는 회사도 있지만 ‘에이전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제작사는 아니지만 해외 판매만 대행하는 회사를 통해서도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수입의 90% 정도가 세일즈 에이전시를 통해 판매가 이루어집니다. 브라질영화로 다시 돌아가보면 제가 브라질 제작사에 직접 연락을 할 경우, 해당 영화의 프로듀서는 ‘아직 세일즈 에이전시가 없다. 조금 기다려달라’거나 ‘아직 판매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 혹은 ‘나에게 직접 이야기하면 된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세 가지 답변을 받으시면 이제 과정을 밟아 수입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2014 선댄스 마켓에서 이미 입소문이 났던 <위플래쉬>


‘다양성영화’라는 용어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국에서는 제한적인 스크린 수로 개봉한다는 의미로 ‘limited-release’라고 부릅니다. 대형영화는 ‘wide-release’라고 하고요. 보통 신작 영화 판권을 수입할 때에는 ‘All rights’로 사옵니다. 극장부터 팽, 인터넷 판권까지 전부 구매를 한다는 말입니다. TV 판권이나 모바일 판권처럼 특정 판권만 사오는 경우가 많지만 신작 영화는 전부 구매를 하는 편입니다. 
수입을 한줄로 정리하면 일종의 무역입니다. 한 10년 전에는 영화 필름으로, 물건이 국내에 들어오는 개념으로 수입이 됐습니다. 이것은 한국 회사와 외국 회사간의 거래이면서 국가와 국가간의 무역 개념이기 때문에 통관도 거쳐야 합니다. 통관에 대한 세금, 통관세도 내야 합니다. 통관을 거쳐 수입 필증이 있어야만 그 영화의 국내 심의를 넣어서 배급을 하고, 극장에서도 그 심의가 있어야 상영할 수 있습니다. 친구에게서 Fedex를 통해 개인 물건을 받듯이 할 수는 없죠. 그래서 일종의 무역이고 산업인데, 콘텐츠 산업이다 보니 문화 수입이자 무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영화 수입 일도 물론 재미있지만 배급이나 마케팅과는 다릅니다. 마케팅은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카피를 뽑고 직접 창의적으로 참여할 부분이 생깁니다. 하지만 수입은 상대적으로 일이 정형화되어 있어서 조금 건조한 업무의 연속일 수 있어요. 특히 수입은 영어를 쓰면서 해외 무역을 하고 통관도 알아야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물건을 실어서 배달하는 과정을 ‘Shipping’이라고 합니다. 계약서에 쓰는 법적인 영어 용어, 통관 영어도 알아야 하는데 영어 때문에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주 쓰는 용어는 익숙해집니다.


2대 마켓은 베를린과 칸
수입 일을 하다보면 수입을 위한 출장이 잦습니다. 월별로 정리를 해봤어요. 영화 수입 일을 할 때 어느 마켓을 출장다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그에 대한 답변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1월에는 미국 선댄스영화제가 열립니다. 미국 독립영화 위주의 프로그램들이 선보여지는 영화제입니다. 주로 미국영화가 많고, 아시아·유럽·아프리카 영화도 있습니다. 최근 선댄스에서 들여와 가장 성공한 영화가 <위플래쉬>입니다. 여기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졌고, 반응이 좋아서 업계 사람들이 샀죠. 올해와 지난해에는 <위플래쉬>만큼의 흥행작은 안 나왔습니다. 선댄스는 원래 한국 회사들이 많이 참여하는 마켓은 아닙니다. 2월 베를린에서 큰 마켓이 열리기 때문에 선댄스에 가느니 2월 베를린에 가는 겁니다. 선댄스에 오는 영화들은 베를린 마켓에서도 거의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2월에 열리는 마켓 EFM(European Film Market)은 베를린영화제 때 열립니다. 사실 칸영화제보다는 작은 마켓입니다. 베를린영화제는 정치·사회적인 이슈를 전통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제라 사회성 있는 영화가 많습니다. 상업영화라기보다는 예술영화 위주의 마켓입니다. 올해 베를린영화제는 영화제 프로그램도 그랬고, 마켓에서 사고팔 수 있는 영화들에 대한 평가가 지난해보다 못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영화계도 세계 경기의 흐름을 탑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경제 침체기로 인해 특히 미국쪽에서 영화 제작이 덜 되는 바람에 상황이 좋지 못했습니다. 그럴 때는 수입과 무역적인 관점에서도 실감이 납니다. 영화 편수도 훨씬 적어지고 예산이 큰 영화가 상대적으로 덜 만들어집니다. 2년 전부터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완성 전에 수입을 결정한다.


영화를 완성되기 전에 산다고?
완성된 작품을 상영하는 것을 보고 영화를 사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많이들 착각하시기도 해요. 물론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완성 전에 영화가 없는 상황에서 계약이 진행됩니다. 특히 상업영화가 그렇고요. 예를 들어 ‘2019년에 <테이큰5>가 나온다’라는 프로젝트만  있습니다. 감독과 주인공만 정해져 있고 조연은 정해져 있지 않을 수 있죠. 이렇게 상품을 내놓습니다. 그 프로젝트만으로 많이들 구매하는 상황이고요. 정말 박한 프로젝트는 감독, 배우, 시놉시스 5줄 정도만 있는 경우도 있어요. 일반적인 케이스는 여기에 시나리오라고 하는 대본까진 나와 있습니다. 보통 감독, 배우, 시놉시스와 시나리오만 나온 상황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80%이고, 완성작으로 보고 구매하는 건 15%, 남은 5%는 정말이지 프로젝트 소개 5줄만 보고 사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구매할 영화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구매하면 리스크가 너무 커지 않나요? 공개된 정보가 적을수록 영화의 가격이 내려가나요?
A 물론 리스크는 구매자가 감수해야 할 부분입니다. 영화업은 자율시장이기 때문에 좋은 상품이라고 할 때에는 시놉시스 5줄만 있어도 달려들어 경쟁할 때도 있습니다. 판매사와 구매사의 입장과는 별도로 자연적으로 경쟁이 커지면 가격도 올라갑니다. 판매사는 10만달러에 팔겠다는 생각으로 내놨는데 너무 경쟁이 붙어서 가격이 100만(100만달러??)까지 올라갈 수도 있죠. 이렇게 가격이 높아져서 몇 십만달러를 더 주고 사는 상황도 많이 일어납니다. 

Q) 적은 금액으로 구매해서 많이 남길수록 좋을 텐데요. 영화 정보가 적으니 도박 같은 느낌도 듭니다. 
A 물론 도박하는 심정으로 수입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간혹 영화를 ‘숫자’로만 접근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경우를 보면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그런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간혹 해외 마켓에서 한국 회사가 ‘봉’이 될 때도 있습니다. 한국이 빨리빨리 영화에 욕심을 내고 열정을 보이면서 과열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어느 회사가 얼마에 그 영화를 샀다는 소문이 쉽게 납니다. ‘한국 회사들은 분위기를 띄워주면 얼마 정도 내고 산다더라’라는 소문이 납니다. 나쁜 판매사들은 이것을 악용하기도 합니다. 높은 금액에 사면 그만큼 손익분기점이 높아지고, 수익 또한 내기 힘듭니다. 동시에 전반적인 업계의 시장 분위기에도 영향을 줍니다. 우선 계약은 땄는데 금액이 많이 높아서 국내에 들어왔을 때 큰 부담이 됩니다. 수입가 면에서 비용을 많이 써버리고 출발하는 개봉이 되는 겁니다. 그만큼 마이너스가 난 상황에서 시작하는 거니까 영화가 흥행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영화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IPTV나 DVD, 모바일에서 마이너스를 채울 수도 있지만 극장에서 손해 본 영화가 부가판권에서 잘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국은 극장 흥행의 기준이 큰 나라라 수입할 때 과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마음을 잡아야 합니다. 그러다 좋은 영화를 놓치면 또 문제가 되겠지만 졸작인 영화를 회사 대표님이 우겨서 큰 금액에 사겠다고 하시면 ‘NO’라고 말할 수 있는 직원이 되어야 합니다. (웃음) 꼭 사야겠다는 영화가 있으면 순발력과 스피드가 중요합니다.



레드카펫 밟고 싶으면 수입 일 못해요
EFM, 베를린영화제로 다시 돌아갈게요. 저는 경쟁작 2, 3개를 보고 왔는데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홍상수 감독님의 작품도 경쟁부문에 있었고, 김민희 배우가 수상을 했죠. 특히 베를린과 칸은 홍상수 감독님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김민희 배우도 현지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해외에서 영화배우로서의 입지가 많이 올라간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3월에 홍콩 국제영화제가 있습니다. 그때 열리는 마켓의 이름을 따로 지어서 Filmart라고 부릅니다. 영화제 기간에 마켓이 열리지만 수입 담당자들은 레드카펫을 밟지 않습니다. 그건 배우와 감독이 하는 행사입니다. 배우를 볼 일도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배우가 보고 싶어서 영화제 가고 싶어서 수입 일에 관심이 가진 거라면 그런 일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웃음) 수입업자들이 가는 마켓은 코엑스에 있는 박람회장 분위기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큰 홀에 칸막이 안에 들어앉은 회사들이 있고 회사들마다 영화 포스터를 붙여놓습니다. 작은 회사의 마켓 룸은 정말 작고, 큰 회사는 따로 아파트를 빌리기도 합니다. 그런 오피스 안에서 하루 종일 일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마켓 참여자만을 위한 상영이 따로 있습니다. 우리는 발부받은 배지를 들고 마켓 상영으로 영화를 봅니다. 물론 바이어들마다 스케줄이 있으니 마켓 상영 시간을 놓치면 페스티벌 상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마켓 상영은 주로 아침 8시 반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 종일 꽉 잡혀 있어요. 그럼 계속 수백, 수천편의 영화들이 틀어지는 겁니다. 이번 베를린의 경우를 말씀드리면 극장 문 개수로 봤을 때 한 30개관에서, 멀티플렉스 2개 정도와 3개 극장 5~6개가 동시에 돌아가는 거죠. 그러면 전세계의 저 같은 바이어들이 마켓 상영 시간표를 보고 볼 영화를 선택해서 가는 겁니다. 누가 알려주지는 않죠. 알아서 잘 선택해서 가야 합니다. 동시간대에 여러 개가 상영되고 있으니 사고 싶은 영화 시간표를 확인해서 그 영화를 봐야겠죠. 좀전에 말씀드렸듯 완성된 영화만이 상영된다는 것이고 완성되지 않은 영화는 상영할 수 없으니 그건 그거대로 따로 공부하고 판매사와 접촉해서 만나야 합니다.


마켓 상영에는 프로모 상영이 있습니다. 아직 영화가 완전히 완성되지 않았지만 바이어에게 보여주고 싶을 때 하는 것을 프로모 상영이라고 부릅니다. 짧게는 1분, 길게는 15분 영상이 있습니다. 한 시간 동안 10편 정도 영화의 프로모를 모아서 틀어줍니다. 제가 타깃한 영화가 있다면 당연히 프로모 영상을 확인해야 합니다. 최초로 볼 수 있는 영상이니까요. 그 단계에서 너무 좋다면 바로 살 수 있습니다. 시간과 돈 싸움이기 때문에 판매자에게 빨리 연락해서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늦으면 다른 회사에 시간차로 계약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은 출장 전에 시작된다
사실 정보 싸움입니다. 출장을 가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출장 전이 가장 바쁩니다. 출장 3주 전부터 사전 작업이 필요합니다. 얼마나 미리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스케줄링이 잘되어 있고, 타깃 작품이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지난 마켓에서부터 계속 주시하고 있는 작품, 새로 상품화된 영화들에 대한 취합, 종합, 타깃팅이 되어 있어야 출장 가서 좋은 구매를 할 수 있습니다. 수입을 한다는 게 출장 가서 거기서 돌아보고, 영화를 보고 사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상황에서 얼마나 잘 구매할 수 있을까요.


수입은 사전 작업이 필수입니다. 몰랐던 영화가 현장에서 새로 발굴되는 케이스가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입니다. 현장 가기 전에 정보를 통해 어떤 영화가 오는지 다 알고 있는 상황이죠. 이미 일반 관객도 어느 감독 신작이 언제 나오는지 스케줄을 알고 있잖아요. 한국에서도 같은 수입사 몇 십개가 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신을 통해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은 몇월에 어떤 감독이 촬영 들어가는지까지 압니다. 공부를 많이 하고 준비를 많이 한 사람과 아닌 사람이 마켓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또 거래처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언제 프로모 영상을 상영하는지, 언제 시작되고 언제 촬영되는지 이런 정보의 업데이트를 자신의 네트워킹을 통해 해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에 열리는 게 홍콩영화제 기간에 열리는 Filmart입니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필름마켓으로는 홍콩이 최대이고 제일 활발한 마켓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부산영화제가 많이 따라잡았어요.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리는 AFM(Asian Film Market) 마켓이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이렇게 2개가 메인으로 가고 있고요. 4월의 Miptv는 방송마켓인데, 영화사로 취직되면 가실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5월에 드디어 칸영화제가 열립니다. 영화제로서도 가장 매력 있고, 일하기에는 힘들어도 가장 편합니다. 모든 영화들이 다 모이기 때문이죠. 1년에 1번 출장을 가는 작은 회사라면 단연 칸을 가야 합니다. 



칸에서 나의 하루
칸은 팔레(Palais)라고 부르는 레드카펫과 연결된 건물에서 공식 상영을 합니다. 이건 마켓 행사는 아니고 영화제 행사입니다. 칸은 약간 편리하지만은 않은 게 문화를 사랑하는 ‘프랑스의 애티튜드’로 영화제를 진행하기 때문에 여자들은 치무와 구두를 신지 않으면 팔레에 들어갈 수 없고, 남자들은 나비넥타이를 해야만 합니다. 3년 전 하이힐이 아닌 플랫슈즈를 신고는 들어가지 못하게 해 관계자들이 문제를 제기해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배우들도 항의를 많이 해서 약간 완화는 되었지만 저녁 상영 때에는 아무리 발이 아프더라도 여성은 힐을 신는 게 안전합니다. 1시간씩 대기하고 입장하는데, 복장 때문에 영화를 보지 못하는 재난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마켓 상영을 놓칠 경우 영화제 상영으로 영화를 봐야 할 때 이런 곤란함이 있습니다. 



자, 그럼 출장을 가서 하루 일정을 볼까요.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30분 단위로 회사들을 만납니다. 열심히 하면 정말 꽉 채워서 하루에 10곳 이상의 회사를 30분 단위로 미팅할 수도 있습니다. 그 사이사이에 또 저처럼 상영을 봐야 합니다. 진짜 힘든 하루가 됩니다. 끼니를 잘 못 챙기고요. 호텔에서 아침을 준다면 서둘러 먹고 나갑니다. 점심은 샌드위치 하나 사서 영화를 보면서 먹습니다. 이동을 하다보면 그렇게 됩니다. 마켓 상영은 공식 상영에 비해 자유롭습니다. 공식 상영 때는 드레스를 입고 먹으면 안 되지만 마켓 상영은 아무래도 업계 사람들의 장소이기 때문에 모든 음식이나 음료가 허용됩니다. 정말 안에서 전화받는 사람도 있고, 냄새 풍기는 사람도 있는 등 에티켓이 안 좋은 사람도 있습니다. 빵 정도는 사실 무난하고 냄새가 심한 음식이 아니니까 서로 암묵적으로 참아주고 모르는 사람도 같은 처지다 보니 동병상련하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30분 단위로 미팅하고 상영을 끼워넣으려면 미리 동선이나, 언제 무슨 상영을 보고 언제 어느 회사를 만나겠다는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합니다. 더구나 칸은 오피스가 전부 흩어져 있습니다. 니스는 차편도 좋지 않아서 골목마다 아파트에 있는 미팅 장소를 찾아 헤맬 때도 있습니다. 게다가 5월의 칸은 한국의 한여름만큼 덥습니다. 영화제 기간에 얼굴을 보고 서로 이야기를 해야 더 네트워킹도 되고, 상대와 저 사이에 친밀감도 생깁니다. 그런 마켓을 정말 ‘사무적으로 미팅했어 끝!’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와 나 사이에 어떤 특별한 관계를 쌓으면 그래서 나의 신용이 더 올라가는 효과를 그에게 주려면, 30분 동안이지만 제가 정보를 얻어내는 작업과 나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방법을 동시에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30분을 최대한 활용해서 전세계 여러 나라 친구도 사귈 수 있습니다. 각자의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고, 프랑스나 이쪽은 와인의 나라다 보니 커피는 물론이고 저녁때가 되면 친한 회사끼리는 와인 한잔할래 하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샴페인을 한잔할 수도 있습니다. 국가마다 회사마다 성향도 있고 문화도 다릅니다. 칸은 수입 일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하고 힘들고, 또 그만큼 즐거운 마켓입니다. 드레스코드를 포함해 일정을 잡고, 영화 상영에 다르게 접근하고, 친구와 동료를 많이 사귀면 좋겠습니다. 칸 이야기는 다음회에 더 이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편집 김송희

정리 이승재 대학생 기자



작가의 이전글 <미녀와 야수> 벨로 돌아오는 엠마 왓슨의 인생작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