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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퍼스씨네이십일 Sep 08. 2016

영화제 자원활동 왜 하세요?

영화제에서 일했던 20대에게 물었다


진행 및 정리 김송희 사진 백종헌  

참여자 
김혜영- 인디다큐페스티발 자원활동, 국제사랑영화제 리뷰팀 자원활동
김훈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황팀 자원활동
박형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해외게스트팀 자원활동
정규환- 서울LGBT영화제 자원활동, 서울프라이드영화제 홍보팀 스탭, 부산국제영화제 홍보팀 스탭,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홍보팀 스탭
최지원- 인디다큐페스티발 데일리팀 자원봉사 및 스탭, 미쟝센단편영화제 프로그램팀 스탭, 환경영화제 상영관 매니저
허정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홍보팀 내 공식사진팀 자원활동


다들 영화제에서 자원봉사자나 스탭으로 일했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최지원- 저는 하고 싶은 일이 극장 프로그램팀이어서 단편영화 워크숍을 들었는데, 강사님이 영화감독님이셨어요. 그분이 ‘영화제 프로그램팀에서 일해보라’라고 추천하셨어요. 영화제 스탭이 있다는 걸 몰랐는데, 자원봉사로 시작해서 졸업 후엔 스탭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예전부터 영화 상영 기획 일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영화제를 하면서 그런 집행회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김훈기- 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제에서 자원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주변에 하는 친구들이 많긴 한데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이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올해 정말 우연히 기간이 맞아서 부천영화제에서 일하게 됐는데, 왜 이제야 했을까 싶었어요. (웃음) 알게 된 것도 많고, 좀더 영화에 대한 방향성이 잡힌 것 같아요. 
정규환- 저는 서울LGBT영화제에서 자원봉사를 했는데, 스탭분이 좋게 봐주셔서 다른 영화제에도 추천해주셔서 프라이드영화제 홍보팀에서 일하게 되었고, 이후에 부산영화제와 부천영화제에서도 스탭으로 일했어요. 부산영화제에서는 내신 담당이었는데,  운 좋게 뽑혀서  정식 스탭으로 일할 수 있었어요.   


원래 영화제에 영화 보러 다녔었나요? 관객으로 갈 때와 자원봉사자나 스탭으로 참여할 때, 어떤 차이가 있던가요. 
김훈기- 관객일 때엔 영화제는 그냥 축제 정도로만 생각했지, 그 안에 그렇게 다양한 팀이 있는지 몰랐어요. 우리 눈에 자주 띄는 건 행사를 진행하거나 돕는 사람들이지만, 그 속에 자막팀, 상영팀, 기술팀 등등 많은 팀들이 보이지 않게 노력하고 있었어요. 생각보다 영화제가 종합적이고 복잡한 축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형준- 영화제 일을 한 후에는 비하인드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해외 감독님들이랑 다니면서 옆에서 영화 관련 뒷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눈이 뜨인 것 같아요. 요즘엔 <씨네21>도 사서 보면서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그 속에서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에피소드들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진 것 같아요. 
정규환- 분명 팀마다 얻을 수 있는 게 다른 것 같아요. 해외 게스트팀은 게스트랑 친해질 기회가 있는 반면 홍보팀은 ‘데일리’(영화제에서 매일 나오는 얇은 홍보 책자)도 해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고… 영화제라고 해도 일하는 공간이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영화제에서 실무에 대해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덕분에 영화사에 취직하는 데 도움도 됐고요. 
김훈기- 예전에는 영화 보면서 별로면 막 욕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진짜 별로인 영화라도 ‘하아, 저거 만드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고나 할까. 함부로 욕을 못하겠어요. 진짜 돈 아까운 영화라도. (웃음)
김혜영- 영화제에서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잖아요. 영화제 안에 들어가서 그 영화들의 면면을 만나기 전까진 세상에 그렇게 다양한 영화들이 있다는 걸 몰랐어요. 사실 한국은 갈수록 다양성영화를 만날 창구가 줄어들고 있어서 관객으로든 스탭으로든 영화제를 많이 다니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영화제 활동의 가장 큰 장점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을 꼽더라고요. 활동 끝나고도 연락하고 지내나요.
김훈기- 네, 저는 얼마 전에 엠티도 다녀왔어요. 올해 부천영화제에 참여했던 터라 영화제가 끝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놀랐던 게 영화제라고 하면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만 모일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라 영화제라는 콘텐츠가 신기하고 궁금해서 온 사람들도 많았어요. 
정규환- 저는 4년 전에 영화제 자원봉사를 시작했고 지난해까지는 스탭으로 일하다가 올해에는 영화사에 취업했는데, 오랫동안 영화제에서 일하다보니 알게 된 감독님이나 스탭 형, 누나들이 많았어요. 영화제에서 일할 때 처음 만난 감독님 작품을 최근 저희 영화사에서 홍보했는데, 그때 절 알아보시고 ‘잘 컸다’고 해주시니까 괜히 뿌듯했어요. 같이 활동했던 친구들 중에 지금은 직접 영화 찍어서 영화제에 출품하는 친구도 있고 대학원에서 연출 전공을 하는 친구도 있어요. 영화랑 관계없이 기업에 취직하거나 자기 일을 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근데 공통점이 다들 멋지게,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거예요. 친구지만 옆에서 보면 존경스러울 정도로 멋진 사람들을 영화제에서 알게 된 게 저에겐 행운 같아요. 
허정은- 부천영화제는 매년 자원봉사자들이 모이는 날이 있어요. 그날은 영화제에서 무제한으로 술을 제공해요. 그때 다른 기수들도 다 만나서 친해지기도 하고, 재미있어요.  
정규환- 생각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이 많아요. 해외에서 유학하다가 한국에 처음 와서 영화제에서 무작정 자원봉사를 하는 친구도 있었고, 변호사 일을 하다가 한국에 와서 석달 동안 영화제만 즐기고 가는 사람도 있었고. 영화제 기간 동안 즐기면서 일할 수 있다는 환상이 있는 것 같아요. 
박형준- 해외게스트팀은 외국에서 온 친구들이 많았어요. 저희 팀은 서로 별로 안 친했던 것 같아요. (웃음)
정규환- 팀이나 기수마다 분위기가 달라요. (웃음)
박형준- 저는 팀원들보다는 해외 감독님, 프로듀서 만났던 게 재미있었어요. 어떻게 영화를 제작하는지 물어볼 수가 있었거든요. 이전에는 영화 유통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었는데 그 분들이랑 대화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자원봉사자들은 원래 영화를 못 보는데, 저는 감독님들 덕분에 영화도 봤어요. (웃음) 원래 GV할 때마다 감독, 프로듀서가 참여하는데 개중에는 영화 안 보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럼 저는 감독님이랑 영화관까지 걸어가면서 “혹시 저도 영화 볼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면 빠진 자리가 있으니 같이 보자고 할 때가 있어요. 원래 자원봉사자는 들어가면 안 되는데, 감독님 덕분에 같이 들어가기도 하고. 아, 이건 원래 안 되는데 제가 좀 꼼수를 쓴 거라 따라하시는 걸 권하진 않아요. (웃음) 해외 감독님들이랑 같이 영화 보고, 술도 마시고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그런 게 다 좋은 추억 같아요. 특히 아르헨티나 감독님과 배우랑 많이 친해졌는데 배우 이름이 치노 달링이었어요. 나중에 그분 나오는 영화 보고 못 알아봤어요. 영화에서는 우와, 진짜 너무 잘생겼는데 평소엔 그냥 덥수룩하게 다니셔서 영화 한참 보면서도 저랑 같이 다녔던 그 배우인 줄 몰랐어요. (웃음)


영화제 자원봉사는 말 그대로 ‘자원봉사’죠. 약간의 교통비만 받고 10일 동안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일,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교육 기간까지 하면 장시간을 투자하는 셈인데 다들 그렇게까지 하면서 왜 영화제에 참여하는 걸까요.
허정은- 영화제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를 전공하거나 영화 일을 나중에 하고 싶어서 영화제 경험을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정말 축제로서 즐기러 오는 친구들도 많고요. 
김혜영- 저는 리뷰팀이라 영화를 많이 봤는데, ‘지금 이 영화제에서 이 순간에 보는 거 아니면 내가 언제 이 영화를 볼까’ 싶은 작품들이 많았어요. 그렇게 알게 된 감독도 많았고요. 영화제 할 때마다 감독 한명씩은 건지는 것 같아요. (웃음) 
정규환- 저는 영화보다는 영화제를 좋아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지금은 일이라서 알게 된 것들이 있지만 영화제를 하기 전에는 몰랐던 게 많거든요. 영화제를 아끼는 마음이 있으면 영화제 자원봉사도 할 수 있고 그 안에서 힘든 것도 받아들이는 관대함도 생기는 것 같아요. 영화제 자체가 주는 열정이나 울림이 컸던 것 같아요.  
김혜영- 스펙을 쌓으려고 오는 분도 있는데, 영화제가 스펙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대신 거기서 많이 부딪치고 경험하면서 알게 되는 게 많아요. 영화쪽에서 일하고 싶다면 그 목표가 좀더 세밀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이걸 하면서 내가 영화를 찍고 싶은 건지 글을 쓰고 싶은 건지 그런 것들을 깨닫게 되기도 해요. 
김훈기- 영화제, 매력적이니까요. 저는 처음 참가해봤는데도 그 매력을 실감하겠더라고요. 왜 영화제에 한번 참가한 친구들이 다른 영화제에도 참가하는지 알게 됐어요. 


 ‘영화쪽’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영화제가 실제로 도움이 되나요? 규환씨와 지원씨는 도움이 됐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게 도움이 됐나요.
정규환- 원래 영화 기자가 꿈이었어요. 영화제 홍보 일을 제안받았을 때에도 홍보와 기자 일이 어떻게 다른지 잘 몰랐어요. 저는 홍보나 마케팅, 기자의 직무 차이도 영화제에서 알았어요. 내신 담당을 하게 되면 국내 기자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분들 만나면서 뭐가 나에게 맞는 일인지 고민도 하게 되고, 졸업할 때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최지원- 영화 상영 기획하는 일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그걸 영화제 스탭이 돼 참여하니까 너무 좋았죠. 인디다큐페스티발은 집행위원이 프로그래머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어서 영화제 포럼, 오픈토크 기획을 같이 맡아서 했어요. 섹션 구성을 하는데 다큐멘터리 감독님들이 집행위원이라 촬영 중 겪은 고민들을 반영해서 포럼을 기획하는 게 좋았어요. 저도 프로그래머 업무에 대해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을 영화제에서 일하면서 자세히 알게 됐어요. 실무는 완전히 영화제에서 처음 해본 거라 정말 많이 배웠어요. 

힘든 일도 많을 텐데요. 열악한 상황은 없었나요.
박형준- 영화제마다 자원봉사자 지급물품이 다른 것 같아요. 부산영화제는 아무래도 스폰서가 많으니까 바람막이도 주고 가방 안에 기프트박스도 있고 티셔츠도 두개씩 준다고 들었는데 부천은 그런 게 좀…. (웃음) 다른 영화제에 참여한 친구들의 지급물품을 보면 뭔가 차이가 있더라고요. 아, 그리고 셔틀버스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들 정말 힘들어요. 그분들은 비 오는데도 우비 하나 입고 계속 앉아 있어야 해요. 임시로 만든 정류장이라 파라솔 하나밖에 없는데 그 더위에… 정말 그거 보면서 열악하다는 생각 많이 했어요. 
허정은- 저는 사진팀을 도와 일하다보니 돌아다니면서 각 팀 자원봉사자를 다 만났는데, 셔틀운행 담당하는 분들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관객은 자원봉사자한테 계속 짜증내고. 그분들은 죄송하다고 하면서 땡볕에 서 있어야 하고. 이번 부천영화제에 관객으로 갔을 때 그분들에게 음료수 챙겨드렸어요.
박형준- 자원봉사를 해보면 자원봉사자들에게 친절하게 돼요. (웃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아르바이트해보면 진상 고객들 있잖아요. 자원봉사자들도 그런 사람들 많이 만나거든요. 사람들은 자원봉사자가 영화제에 대해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그 지역 사람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고, 상사에게 전달 사항을 정확히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아무리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팀마다 정보가 달라서 모든 사항을 알 수 없는데 답을 잘 못해드리면 짜증을 내세요. 자원봉사자를 대하는 영화제 관객의 인식이 부족하단 생각을 했어요. 
최지원- 한 영화제에서 계속 상근직을 하는 스탭은 별로 없어요. 매년 담당 스탭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있는 것 같아요. 
박형준- 스탭을 일회성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번 일하면 노하우가 쌓이는데 그게 그냥 버려지는 게 아까운 것 같아요. 스탭들이 지속적으로 안정된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는 게 영화제를 좀더 질서 있게 돌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제 경우엔 당황했던 게 해외게스트를 버스에 태워서 가는데 레드카펫에서 어떤 게스트가 내릴지 명단을 못 받았어요. 게스트들은 저한테 ‘어디서 내리냐, 전부 입장해야 하느냐’고 질문하는데 저는 스탭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전혀 없었거든요. 전화로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네가 알아서 해봐”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아무 지시도 못 받은 자원봉사자일 뿐인데. (웃음) 게스트들을 상대로 그 상황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허정은- 레드카펫은 변수가 많아서 순서가 정해져 있는데 전달이 안 되면 누굴 먼저 내보내는지도 모르잖아요. 자원봉사자가 그걸 어떻게 결정해요. (웃음)
박형준- 자원봉사자들한테 직원처럼 ‘알아서 해봐’라고 하니까 충격받았어요. (웃음) 게스트마다 요구 사항도 다르고, 어떤 배우는 ‘나는 흙길 못 간다’ 그러는데 전 거기 지리도 몰라서 헤매야 했어요.  
허정은- 같은 영화제에 두번 이상 자원봉사를 하면 스탭들이 저희에게 의지하는 것도 생기는 것 같아요. “그전에 해봐서 아니까 네가 알아서 해봐”라고. 



영화제에 가보면 ‘자원봉사자에게 친절히 대해주세요’라는 표어도 붙여놨더라고요. 관객의 불친절이 어느 정도기에.
최지원- 미쟝센단편영화제 상영관에서 일하면서 느꼈는데요. 영화제는 지켜야 할 규칙이 많은데 거기 반감을 가지신 분들이 많아요. 정시 입장이고, 음식물 반입이 안 되는데 상영은 일반 영화관에서 하니까, “그러면 매점에서 먹을 건 왜 파냐”고 따지는 분들도 많으세요. 특히 15분 지각하신 분들은 못 들어가시는데 그것 때문에 많이 혼났어요. (웃음) 멀티플렉스에 익숙한 관객은 영화제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 같아요. 반말로 강하게 어필하는 분도 있고요.
김혜영- 15분 때문에 정말 싸움 많이 나요. (웃음)
김훈기- 부천영화제는 이번부터 상영 시작 후에도 입장을 가능하게 했는데, 그것 때문에 항의 전화가 많이 왔어요. 영화제는 공식 배급이 아니라 세로 자막인데 그것 때문에 환불해달라는 분들도 있었어요. 전화나 대면으로 자원봉사자들한테 많이 욕하시니까, 욕받이 무녀가 되어서 그걸 받아야 하는 게 힘든 것 같아요. (웃음) 그런 규칙들을 영화제에서 사전 홍보를 잘해야 한단 생각이 들어요. 얼마 받고 일하냐고 묻는 할아버지도 많았어요. 돈을 받고 일하는 직원이라고 생각하시니 더 함부로 하시는 건가 싶기도 했고.

으흑, 그래도 다들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서 그렇게 영화제 일을 무한반복하고 있는 걸 텐데요. 기억에 남는 일은 뭐가 있나요. 
허정은- 부천영화제에서 사진 찍으면서 눈여겨봤던 배우가 있었는데 그 배우를 캠씨네리 기자단에서 활동하면서 만나게 됐어요. 그 이후로 연락하고 지내며 서로 응원해주는 관계가 돼서 기억에 남아요. 
박형준- 저는 해외 게스트분들이 서울 투어를 할 때 자원해서 통역을 도왔는데요. 그분들이랑 친하게 된 게 좋았어요. 전혀 인연도 없었던 낯선 나라의 감독님, 배우들인데 같이 술도 마시고 영화 만드는 이야기도 직접 들은 게 좋은 추억이에요. 
김훈기- 안내데스크에 파견을 나갔는데, 중국 기자분이 오셔서 도와드렸어요. 나중에 또 오셔서 제가 직접 장소까지 모셔다 드렸는데 고맙다고 명함을 주시면서 중국 오면 꼭 연락하라고 하셨어요. 지금도 이메일로 연락하고 지내는데 중국 가면 꼭 연락하려고요. (웃음)
정규환- 저는 자원봉사, 스탭으로 일하고 영화사에 취직을 했으니까 그 과정을 지켜본 분들이 신기해하세요. 얘가 자원봉사자로 시작해서 이렇게 영화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걸 감독님이나 배우들이 알아봐주시면서 ‘잘하고 있다’고 인정해주실 때… 좋아요. 대학생 때 그렇게 하고 싶었던 일을 지금 하고 있고, 영화제를 통해서 많이 배웠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제 스탭으로 일하는 기간이 3, 4개월 정도인데 집중적으로 일 배우기 좋은 것 같아요. 
박형준- 자원봉사는 물리적으로 얻는 건 없어요. 내 돈 쓰면서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내가 즐기겠다는 생각이 필요한 것 같아요. 
김훈기- 저희 팀은 퇴근하고 영화 한편이라도 더 보려고 상영관 막 뛰어가서 심야영화 같이 보고 찜질방 가서 자고 그랬어요. 저는 집이 멀어서 영화제 기간 내내 사우나에서 잤어요. (웃음) 그런 좋은 추억들이 생긴 것 같아요. 저희 매니저님은 영화제 일을 하시려고 회사도 그만둔 분이었는데 일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어요. 롤모델로 삼고 싶을 정도로 멋있었어요.  
정규환- 부산에서 일할 때 가장 핫했던 배우가 탕웨이였는데, 당시 결혼 발표한 직후여서 영화제 참석 여부부터 많이들 궁금해했어요. 저는 주요 업무가 기자회견 준비하는 거였는데 배우 동선을 짜고 현장에서 세팅하고 사고 없이 관리를 해야 했어요. 물론 배우랑 직접 연락하는 건 아니었지만, 배우쪽과 같이 스케줄을 짜고 대기실에서 같이 있으니까 눈인사 정도는 했던 것 같아요. (웃음) 이 정도가 사람들에게 말하면 ‘우와’ 하는 자랑거리인 것 같아요. 사실 ‘연예인 보려고’ 영화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만으로 하기에는 힘든 부분도 크고, 그렇게 시작했어도 하다 보면 더 좋은 것들을 얻어가거든요. 저는 영화제하면서 기자보다는 홍보쪽으로 진로를 정한 이유가 다 같이 만드는 ‘내 영화’라는 느낌이 좋아서였어요. 기자들은 많은 영화를 접하지만 어떤 영화 하나가 ‘내 영화’가 되긴 어려운데 그건 외로울 것 같았어요. 여러 명이 으쌰으쌰하면서 영화를 만들고 그걸 올리고 성공시키는 과정이 좀더 맞았던 것 같아요. ‘우리 영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그렇게 다 같이 하는 감성이나 태도를 영화제에서 알게 된 것 같아요. 
허정은- 저도 원래 영화 홍보쪽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영화제에서 일하면서 ‘내가 이걸 업으로 삼을 정도로 좋아하는 걸까’라는 고민이 들었어요. 영화 일을 하고 싶지만 열악한 상황을 감내할 정도로 내 열정이 큰가를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영화 일을 하고 싶다면 영화제에서 일해보는 게 구체적으로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 영화제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영화제는 권할 만한 경험인가요.
최지원- 네, 물론이죠. 다만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영화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부산영화제처럼 크고 체계가 잘 잡힌 영화제도 있고 인디다큐페스티발처럼 작은 영화제도 있어요. 찾아보면 한국에 영화제가 정말 많아요. 본인에게 잘 맞는 영화제, 그리고 업무를 잘 찾아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팀마다 하는 일이 정말 다르거든요. 
박형준- 저는 영화를 더 좋아하는 계기가 됐어요. 물론 지난해에 참가한 부천이 지긋지긋해져서 올해는 영화제에 관객으로도 안 갔지만. (웃음) 그래도 해볼 만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훈기- 멀티플렉스에서 할리우드영화를 접하는 것과는 또 다른 감흥이 있어요. 일하는 것 아니더라도 관객으로라도. 평소에 한국에서 못 보는 영화들이 그 기간에만 걸리는 거잖아요. 10일 동안 하루에 3편 이상씩 보는 분들도 계세요. 정말 영화제가 사람을 매료시키는 게 있구나 싶었어요. 저는 다음엔 부산영화제, 그리고 다시 부천영화제에서 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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