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에게 동남아가 인기 휴양지이듯, 이곳 캐나다인들은 따뜻하고 저렴한 중남미 여행 패키지를 선호한다. 그중에서도 멕시코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올 인클루시브 (all-inclusive) 패키지를 오래전부터 제공해 왔기에, 많은 캐나다인들에게 "언제든 갈 수 있는 휴양지 (to-go-destination)로 자리 잡았다.
올 인클루시브란 말 그대로 항공, 숙박, 삼시세끼, 음료, 심지어 술까지 모두 포함된 패키지다. 리조트 내 모든 레스토랑들과 바에서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으며, 객실 내 미니바와 룸서비스까지 무제한 제공된다. 식사 걱정도, 일정 고민도 없이 - 그저 쉬고, 수영하고, 먹고, 자는 - 제대로 된 "휴식"을 위한 여행이다.
쉬고 싶을 땐 쉬고, 또 쉬는 게 지겨워질 즈음엔 리조트 내 무료 프로그램에 참석하면 된다. 모닝요가, 아쿠아로빅, 각종 게임, 댄스 교실, 스페인어 강좌, 오션 카약, 데낄라 투어에 이르기까지 매일매일 전문 프로그램 담당 직원들이 곳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정말 푹 쉬면서 실컷 즐길 수 있는, 파라다이스 같은 곳이다.
우리에게 이번 여행은 각자 배낭 하나씩만 메고 떠나는 초간단 여행이 될 예정이다.
나는 언제나 저렴하고 실속 있는 여행을 추구한다. 이번에도 1인당 CAD 1,200불 (한화 약120만원)에 왕복 항공, 6박 7일 숙박, 음식까지 모두 포함된 그야말로 "가성비 끝판왕" 상품을 골랐다. 술, 음료, 룸서비스까지 전부 포함되어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딜은 없다. 비행좌석 또한 가장 저렴한 기본석으로,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좌석 지정이나 캐리어 업그레이드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과 떨어져 앉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6박 7일 내내 꼭 붙어 있을 건데 굳이 비행기 안에서까지 나란히 앉을 필요는 없다.
작년 이맘때, 나는 페루 14박 15일 여행을 배낭하나로 다녀왔다. 60-70리터의 사이즈의 큰 배낭이 아닌, 30-40리터의 학생들 백팩 하나로 충분했다. 돌아올 땐 심지어 그곳에서 산 기념품들과 선물들을 넣어왔지만 배낭 하나로도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여행에 필요한 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리조트에서 어떤 옷을 입을까, 수영복은 몇 개를 가져갈까, 모자는 어떤 걸로 할까, 슬리퍼와 샌들은 어떤 걸로 가져갈까... 그런 고민은 하지 않는다. 그냥 대충 챙기면 된다. 그래서 가방 싸는 것은 여행 전날 밤, 그냥 마음 내킬 때 대충 쌀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위해 우리가 미리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앞뒷마당 낙엽치우기다. 출발은 일요일, 그리고 그다음 날이 올해 마지막 yard waste collection day다. 그동안 늘 남편에게 미뤄두었던 마당 정리를 이번에는 함께 했다. 커다란 봉투를 들고 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긁어모으며 반나절을 꼬박 일했지만 힘든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겨울을 준비하는 노동이 아니라 함께 떠날 여행을 위한 준비라 생각하니 오히려 즐거웠다.
무겁던 일상은 잠시 내려두고,
배낭 하나씩 달랑 메고 떠나는 길.
그게 이번 여행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