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연으로 맺어졌지만, 가끔은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히면 남이 될 것 같은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멕시코 여행을 돌아보며, 우리가 다시 ‘하나’였던 순간들이 유독 또렷하게 떠오른다.
아마 여행 5일째 밤이었을 것이다.
그날 저녁은 리조트의 Mexican Night. 야외무대 곳곳에서 네 가지 게임이 동시에 진행됐고, 게임 결과에 따라 참가자들에게 가짜 돈이 지급됐다. 칩을 던져 돈 놓고 돈 먹기 하는 게임, 구슬을 굴려 완성된 라인 수만큼 돈을 받는 게임까지. 우리는 가장 단순하고 가장 빨리 끝나는, 그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에 집중했다. 게임에 열중한 끝에 꽤 많은 돈을 모았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경매였다. 모아둔 가짜 돈으로 티셔츠, 모자 같은 기념품을 경매로 나눠주는 시간. 여기저기서 “오우~” 하는 소리와 함께 돈이 불려지는데, 평소 조용한 남편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손을 들었다. 결국 티셔츠 하나를 낙찰받았고, 우리는 눈을 마주 보며 웃었다.
그날 밤, 우리는 분명 한 팀이었다.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서 사람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단연 수영장이다.
이곳에 익숙한 여행자들은 Three Tube Inflatable Pool Floater (아래 그림 참조)를 챙겨 와, 칵테일 한 잔 들고 물 위를 둥둥 떠다닌다. 하지만 우리는 배낭 하나메고 떠났던 미니멀중 초미니멀 여행객이었고, 튜브는 없었다. 그래서 남편은 물속에서 천천히 걸어가고, 나는 남편의 손을 꼭 잡은 채 뒤에서 발장구를 살살 쳤다. 손 하나로 이어진 채, 시원한 물 위를 함께 떠다니던 시간.
그 순간도 우리는 분명히 하나였다.
푸에르토 바야르타(PV)를 무려 11번이나 다녀왔다는 회사 동료는 꼭 버스를 타보라고 했다. 올인클루시브 여행이라 큰 지출은 없었지만, 공항과 호텔, 호텔과 다운타운을 오갈 때마다 택시비는 은근히 부담이었다.
‘남편도 있는데 무슨 일 있겠어.’
그렇게 이번 여행에서는 버스를 선택했다. 공항에서 나와 육교를 건너 맛집에서 배를 채운 뒤, 주저 없이 다운타운행 버스에 올랐다. 동양인이 드문 멕시코의 관광지에서, 버스에 오른 우리는 자연스레 시선을 모았다. 행선지와 정류장을 묻는 우리에게 현지인들은 놀랄 만큼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버스 여행자가 되었고, 호텔과 다운타운을 오갈 때도, 다시 공항으로 돌아갈 때도 버스를 탔다.
낯선 공간, 약간은 긴장되는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더 가까이 붙어 있었고 하나였다.
부부라는 이름 아래서 멀어질 뻔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이 여행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우리가 하나가 되는 건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같은 게임에 몰입하고, 같은 손을 잡고, 같은 방향으로 버스를 타는 일이라는 걸.
그리고 그 사소한 순간들이,
‘님’이라는 글자에 찍힐 뻔한 점 하나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지워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