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과 마음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을 때면
나는 도망치듯 산에 오른다.
산은 그런 나를
안아준다.
가파른 산길
숨이 가쁘다.
보이지도 않는 정상
한 걸음 앞만 보고 천천히 걷는다.
숨이 많이 차오르면
잠시 멈춰 선다.
숨을 고른 후 다시 걷는다.
그 어느 누구도 나를 대신해
걸어주지 않는다.
힘들어도 내 두 다리로
한발 한발 내디뎌야 한다.
정상을 정복하고 하산하는 길
나 스스로가 징그럽다.
이 길고 힘든 길을 어떻게 올라왔니?
산은 나에게 얘기한다.
너 대단하다. 오늘도 이 힘든 길을 해냈구나.
나를 짓눌렀던 문제들이
어느새 아주 작고 하찮은 것들로 변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