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산에 오르는 이유

by 실비아

내 몸과 마음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을 때면

나는 도망치듯 산에 오른다.


산은 그런 나를

안아준다.


가파른 산길

숨이 가쁘다.


보이지도 않는 정상

한 걸음 앞만 보고 천천히 걷는다.


숨이 많이 차오르면

잠시 멈춰 선다.

숨을 고른 후 다시 걷는다.


그 어느 누구도 나를 대신해

걸어주지 않는다.


힘들어도 내 두 다리로

한발 한발 내디뎌야 한다.


정상을 정복하고 하산하는 길

나 스스로가 징그럽다.

이 길고 힘든 길을 어떻게 올라왔니?


산은 나에게 얘기한다.

너 대단하다. 오늘도 이 힘든 길을 해냈구나.


나를 짓눌렀던 문제들이

어느새 아주 작고 하찮은 것들로 변해 있다.


20210211_143500 (1).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캐나다 록키 겨울 하이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