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165cm인 나는, 48kg를 유지하고 있다. 살이찌면 또 어떠한가. 전혀 상관없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몸무게를 48kg로 유지하는데에는 이 무게가 내 정신건강과 내 정신상태에 조밀하게 치밀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원래부터도 과자나 라면, 음료수를 먹지 않았다. 당기지 않아서가 이유다.
평소 내 몸 스스로가 반응하는 건강한 음식을 고루 먹어준다. 포만감은 큰데 칼로리가 적은 그러나 영양소는 최상인 것들 위주로 직접 요리해 먹는다. 양송이 버섯, 양배추도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다. 48이라는 수치에 집착하는 건 전혀 아니고 그 숫자란, 내 스스로가 가볍다. 가뿐하다.는 느낌이 들게하는 기준이 되는 지극히 주관적인 수치일뿐이다. 몸이 가벼워야 무겁지 않아야 내 정신도 맑아지고 깨어있게 된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내 몸에 대한 관리 역시 내 삶에서 내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몸으로 내 정신이 파괴되는 걸, 상처받는 걸 경계하는 편이며 내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부단히 노력하는 편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내려놓음, 혹은 뒤돌아 보지 말 것. 그러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내가 주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내가 먹는 음식이란, 내 정신상태와 감정과 기분과 태도에 매 순간 영향을 미칠만큼 치명적이다. 그걸 깨닫게 된 이후, 밀가루나 과도한 탄수화물을 조절하는 편이다. 내 몸을 관리하게 되면, 내 몸 안의 세포와 잔근육과 외관으로 보이는 혈관이라든지... 내 안의 장기를 오롯이 느끼게 될 때가 있는데, 그때의 그 기분이란. 아, 내가 의식하고 있구나. 내가 깨어있구나.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내 몸을 관리한다는 건, 내겐 내 몸을 오롯이 온전히 완전하게 느낀다는 것과 같다. 나는 수시로 내 몸을 관찰하고 만져보고 느낀다. 누워서도 배와 뼈들 사이를 천천히 만져본다든지, 스트레칭을 통해 내 온 몸의 감각이 파릇파릇 돋게 한다. 스트레칭 하나에 내 온 몸은 놀라울리만치 반응한다. 잔근육이 쫙쫙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나는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을 셀프허깅한다. 두 팔 모아 날 포옥 안아준다.
뱃가죽이 평평한 상태에서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며 있는 힘껏 스트레칭하면 뱃가죽이 당겨지면서 나는 느낌이 있는데... 이렇듯 내 온 몸의 감각을 예리하게 깨우는 것. 날 늘 깨어있게 한다. 몸이 영민하면, 몸이 예리해지면, 몸이 단출해지면, 몸이 심플해지면 내 마음도 영민해지고 예리해지고 단출해지고 심플해진다. 얄팍한 혹은 사특한 생각일랑 들어올 틈이 없게 된다. 내가 날 보호할 수 있게 해준다.
몸이 관리되면, 내 정신과 마음과 생각과 태도와 기분이 관리되는 것은 물론이고, 외적으로 치장하는데 소비할 필요가 없게 된다. 몸이 가볍고 날씬하면 어떤 옷을 입어도 웬만해선 다 예쁠 수 있다는 것과 몇 천원짜리 몇 만원짜리 옷도 그 가격과는 상관없이 얼마든지 자기 스타일을 살릴 수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너무 잘 알고 있다. 새 옷을 사지 않기 위해 몸을 관리한다.는 밀라논나의 말씀이 너무도 와닿는 이유다.
음식을 조절할 수 있다는 건, 내가 날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곧잘 수시로 이를 즐긴다. 배가 고플 때라야 밥을 먹는데 그래야지만이 음식을 더 맛깔나게 먹을 수 있게 되고 먹는 것에 감사함마저 느낄 수 있게 된다. 치즈 케이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치즈 케이크도 한 조각으로 조절해서 먹을 줄 알고 배가 부른 상태임에도 음식에 욕심을 내거나 집착해 더 먹지 않는다. 먹는 것에서조차 깨어있으려고 노력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론, 허기가 조금 질 때, 내 속을 비울때, 내 생각이 영민해지고 맑아지고 깨어있음을 느낀다. 내가 배고픔을 즐기는 이유다. 배고픔을 즐기는 자, 어떨땐 마치 내가 수양자가 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갖은 경험 끝에, 내 스스로와의 치열한 고민과 투쟁과 화해 끝에 얻은 깨달음이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내 일상에 내 삶에, 내 삶의 가치관과 태도로, 생활방식으로, 습관으로 투영될 때 내 가슴은 벅차오른다. 짜릿하고 또 짜릿하다.
이따금씩 밀려오는 찾아오는 걱정이나 불안이나 염려가 생각해보면 진짜 실체가 있는 것일까. 나는 그럴때마다 내 기분과 감정을 의심해본다. 이게 진짜인지. 명료하게 알아차리려 노력한다. 오지 않을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일랑과는 작별을 고한지 꽤 오래되었고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사는 방법에 집중하게 됐다.
고로 나의 이 지리한 크고 작은 노력들이 지금의 나로, 앞으로의 내.가 되어 남은 내 인생을 더욱 의도적이게 의미있게 만들어 줄거라 확신한다. 정말 의뭉스러울만치 희한하리만치 나는 내가 그리고 내 삶이 사랑스럽게 보인다. 산다는 거, 행복이라는 것도 내가 나를 궁금해 할 때, 내가 내 몸을 온 몸으로 느껴볼 때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