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후, 나이 들어가며 내게 맞는 음식을 찾고 만들고 먹는 나 자신을 보며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배워야 할 것은 정작 이런 것들이 아닐까.하는 점이다.
영어, 수학문제 하나 더 맞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배우고 받아야 하는 교육이란, 내 감정이 내 몸의 어디에서 올라오는지. 어디에서 생겨나는지. 몸의 감각기관들에 대해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찾는 법을 공부해야 한다.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다.
내 몸과 소통하는 법을 알면 결국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감정들에서도 참 많이 자유로워질 텐데. 류시화 시인의 잠언집 제목처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싶은 것들이 많다.
일찍이 어렸을 때부터 내 몸에 대한 존중과 내부 감각기관들에 대해 아는 것. 몸의 움직임, 마음 근력을 쌓는 방법, 마음 습관을 만드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부모는 아이들에게 이런 환경을 물려줘야 한다. 괴테는 부모는 아이에게 무한한 사랑과 뿌리와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고 했는데, 그 뿌리와 날개가 이런 것들이 되어야 한다.
현재 내 식단의, 내 끼니의, 내 요리의, 내가 만든 음식의 핵심은 "소화력을 존중"하는 것이다.
소화에 도움이 되는 생강, 큐민, 강황과 같은 향신료를 사용한다. 애플 사이다 비니거도 빠지지 않는다. 짠맛, 단맛, 신맛의 조화를 맞추려고 하고 소화에 도움이 되는, 식재료를 이용해 요리한다.
소화력은 장 건강과 직결된다. 소화력 보존을 위해선 무엇보다 소화가 완전히 될 때까지, 소화력이 정상화 될 때까지, 진짜 배고픔이 올 때까지 내 입안에, 내 몸안에 음식을 넣지 않는 것.이다.
과식하지 않고 간식, 군것질을 하지 않고 끼니 때 골고루 잘 챙겨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 건강(gut health) => 감정과 마음의 작용을 일으킨다.
장에서 세르토닌의 세르토닌의 95%, 도파민의 50%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장이 평온해야,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어야, 편안함을 느껴야 내 마음도 편안하고 건강할 수 있다.
장 건강과 내 감정, 기분, 태도, 마음 습관, 마음 근력은 하나인 셈이다.
장 건강을 유지하는 일, 장을 편안하게 하는 일은 내 본질을 지키는 일이다.
진짜 배고플 때 먹는 것. 나만의 나름의 규칙이자 식습관이다. 이런 패턴에 익숙해지자 금방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소화력이 존중 되고 있는지 아닌지. 이 음식에 내 소화에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 이 음식이 내게 맞는지 안맞는지. 요리를 하고 먹고 소화가 될 때까지 그 모든 과정이 내겐 알아차림이다.
로컬푸드직매장에 갔더니 취청오이와 백오이가 5개에 3천 원이다. 냉큼 3봉을 사왔다. 오이피클을 넉넉히 만들어 두었다. 스테인레스통 2개에 야무지게 담았는데, 부자가 된 기분이다.
나는 이런 것들을 할 때, 소소한 것들을 만들어 담아 둘 때, 그 자체로서 기분좋음과 만족감을 느낀다. 토마토와 샬롯은 올리브 오일을 듬뿍 넣어 절임으로 유리용기에 담았다.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내 만족이고 내 즐거움이고 내 기쁨이고 내 낭만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 안에서 마음껏 유영하는 것. 자유로움이다.
오늘의 gut feeling은 무사다.
내 마음이 이토록 차분한 걸 보니,
평온한 걸 보니.
차분한 걸 보니.
평화로운 걸 보니.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과식이다. 아무리 맛있는 거라 한들 한꺼번에 몽땅 먹지 않는다. 그렇다고 먹는 양이 결코 적지 않다. 평소 소화력을 존중하는 건강한 식사를 하고 공복 시간을 길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진짜 배고플 때 먹으면 치명적인 먹는 기쁨이 있다.
직접 요리한 음식을 한 접시에 각각 조금씩 덜어낼 때, 먹을 생각에 설레면서도 신중해진다. 고루 맛보기 위해 덜어내는 각 음식 양의 밸런스를 기가막히게 맞춰준다. 이 음식 저 음식 서운하지 않게 적당한 양으로 예쁘게 담아낸다. 귀찮은 일은 전혀 아니고 그저 익숙한 일이다. 다 날 위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