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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Jun 12. 2024

여유있는 사람

30대 중후반에 접어든 내가 생각하는 요즘의 내 강력한 무기는 단연코 여유.다. 여유가 가진 힘을 너무나도 몸소 체험하고 있기 때문인데, 최근 한 달 새 내 마음의 여유는 커녕, 사람으로 인한 불필요한 감정적 에너지로 날 잠식할 뻔 했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마음의 고삐를 다잡아야지.했다. 동네에 아주 깔끔한 마음에 쏙 든 카페를 발견했고 주말 아침 오픈시간에 맞춰 서둘러 노트북과 책을 챙겨 나왔다.


나이 들어가며 가장 좋은 점은, 내 삶과 일상, 사랑, 인간관계... 등등 거의 모든 것에 굉장히 초연해졌다는 점이다. 가끔은 나도 감정적일 때가 많고 잠시 그 감정이 사그라들때면 그제서야 아차. 초아야, 여유.여유.여유...하고선 알아차릴 때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이내 곧 여유를 찾는 내 자신을 보노라면 분명 20대 때와는 다른, 예전과는 다른 날 보며 안도한다.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사랑할 때 온 세상과 우주가 나와 그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이 세상엔 온통 그와 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한 착각과 환상에 사로잡힐 때가 많은데(그마만큼 나는 사랑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편이다), 여전히 사랑에 대한 인식과 태도엔 변함이 없다. 단, 사랑과 남자에 대한 환상이라던지, 집착이라고는 일도 찾아 볼 수 없게 됐으며, 사랑에 있어 굉장한 여유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다. 


인연을 믿는 편이기도 하고 각자가 서로 온전하게 독립적일 때, 바로 섰을 때, 외롭지 않을 때, 여유가 있을 때, 훨씬 더 배려있고 성숙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누군가가 궁금해졌을 때, 알고 싶어졌을 때, 흥미가 생겼을 때조차 상대에 대한 나의 태도는 나는 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편이라는 설명이 맞겠다. 


사랑에 있어 특히 여유를 가진 여자란, 상당히, 굉장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이 관심있는 남자를 외려 더 안달나게 하는 마법이 있달까.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요즘, 차제에 날 궁금하게 만드는 남자가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역시나 여유의 마법을 부려 맛깔나는 사랑을 할테다.의 자세로 준비돼 있다. 


일에서도 이전보다는 확연하게 여유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때로는 흥분하고 감정적이었던 내 모습을 반추하며 든 생각은, 자책이라기보다는 뭐랄까. 역시나 완벽한 여유란 어렵고 있을 수도 없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감정을 의식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하는 거였다. 일하면서 오는 인간관계에 대한 갈등이나 불만족스러움은 누구나 다 있게 마련인데, 내려놓음을 되새겨도 쉽지 않은 것도 맞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이내, 곧 내 스스로가 마음의 여유와 내려놓음을 잠시 놓쳤음을 알아차리게 되었고 말을 줄였고 차분하게 내 감정상태를 알아차렸고 내 안의 나와 만나 대화했고 본면의 여유로운 나.로 되돌아왔다. 감정적이게 되지 않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지 나는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여유란, 사실 한 문장이나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광범위한 혹은 다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 해석은 개개인마다 다 다를 수 있고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주 잘 먹고 아주 잘 자는 것만으로도 나는 여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일상의 거의 모든 것들을 내 취향 껏, 내 기분대로,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것만으로도 내 스스로 여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가 아주 많다. 


내 침구, 내 집안의 인테리어, 내 가방, 내 파우치, 내 필통... 아주 작고 사소한 물건들에서조차 나는 애정을 갖고 대한다. 내 취향의 것들로 내 주변을 정리하고 가꾸는 일이 그렇게 여유롭게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가 없다. 


이런 것이 여유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스스로 나는 아주 자주 묻는다. 옷 스타일에서 내 여유는 아주 확연히 드러나는데, 최근 들었던 말 중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히피적이다."라는 단어였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자유롭다.는 의미로 해석했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평소 나만의 개성이 있다.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인데 나는 명품을 입지도 소유하고 있는 것도 사실 없다. 이마저도 개인적인 취향일진대, 개인적으론 그런 것들에 관심이 전혀 없으며 나답게 내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그날 아침 기분대로 마음 껏 골라 입는 것과 그 행위 모든 걸 사랑하고 즐긴다. 


아날로그적 감성 그대로 내 스타일에 묻어나게 하는 걸 신나하는 게 너무도 자연스런 이유다. 남들이 이  옷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렇게 하면 예뻐 보이겠지?라는 생각을 사실 전혀 하지 않는 편이라, 주체는 늘 "내"가 된다. 내가 입었을 때 기분 좋은 옷, 내 가 입었을 때 내 스스로가 예뻐 보이면 오케이다. 그래서인지 내 패션 스타일은 트렌드, 유행이라곤 전혀 찾아 볼 수 없으며 저스트 "초아"스럽다. 내 스타일은 자연스레 내 아이덴티티와 날 관통하는 그니처가 된다. 


몇 주 만에 다시 내 마음의 여유를 되찾은 나는, 이내 잠시 잃어버렸던 자유와 해방감을 다시 느끼고 있다. 카페에서 잔잔한 음악과 함께 아주 알맞은 빛의 조명 아래서 내 마음을 다듬는 작업 중 하나인 글쓰기를 하고 있는 지금 내 마음과 기분은 이만하면 성공적.이다. 행복은 그 순간순간 내가 느끼는 상태와 기분이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하루에도 아주 자주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결국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달렸다.는 말... 끌리셰하지만 정말 맞으며, 내가 아주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라 생각하는, 여유 있는 여자로 나는 다시 되돌아 왔음에 무사 귀환했음에 스스로에게 짝짝짝 궁딩팡팡해주고 있는 오후다. 


여유 있는 여자. 그 끝은 감사함, 그리고 이 세상이, 내 삶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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