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nerplate Jun 12. 2024

멋진 사람

솔직하게 최근 어느 자리에서 "멋지시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중요한 자리들에서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그런 말을 상대방들로부터 듣자면, 나는 잠시 생각한다. 와우,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러고는 무엇이 날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을까.하고 답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나는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멋진 사람이라는 단어를 이끌어 냈다는 건,(결코 의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기에)아마도 대화 도중 나도 모르게 흘러 나온 내 삶의 가치관과 태도 때문이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내면이 아름답고 멋지면 외면도 아름답고 멋질 거라 믿는 편인데, 그래서 마음의 평온을 찾으려고 늘 노력하는 편이다. 


무튼 나는 내 스스로에게 굉장히 솔직해졌는데, 그러다 보니 처음보는 사람이라고 한들 나는 가식적이지도, 혹은 잘 보이려 한다든지, 그런 마음 따위조차 일절 없으며 그저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가령, 지적인 척 한다거나, 똑똑한 척 한다거나, 있는 척 한다거나, 우아한 척한다거나, 예쁜 척한다거나 등등... 실제 없는데 있는 척 하는 것만큼 별로인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 부분들을 경계하는 나로서는 그저 상대방이 날 어떻게 볼 지, 생각할지, 개의치 않는다는 게 정확한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대화를 할 때, 누구를 만나도 일체의 긴장없이 내 스스로는 굉장히 편안하다고 해야할 까. 남에게 잘 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내 마음이 관계에 있어서도 날 굉장히 자유롭게 해줬다. 상처주는 사람들과는 과감하게 멀어지며 만남을 갖지 않는다. 


혼자서도 너무나도 잘 노는 나는, 이제 더 이상 사람들과 만나 먹고 수다 떨고 노느라 내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혼자일 때가 가장 편안하고 역설적으로 전혀 외롭지 않고 신나고 즐겁고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니 절로 관계들이 정리되었던 것은 물론 이제는 함께 하면 편안하고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들만 내 곁에 남게 됐다. 


내 에너지는 그때그때 충전이 잘 되는 터라, 나는 그 에너지를 적절히 재분배해가며 내 삶을, 내 하루를 충만하게 보낸다. 


멋진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생각보다 자주 듣게 되면서 확신했다. 그 멋짐.이라는 건 "여유"일 거라고. 내가 가진 여유.가 사람들에게는 멋지게 보였을지도 모른다는 내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깨닫게 된 건, "여유"의 힘은 너무 파워풀하다는 것. 내 안의 여유를 가지면 그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으며 그 누구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며 자신감 넘치게 된다는 것을 나는 몸소 깨닫고 느끼고 있다. 


내 생각은 이렇다. 대화할 때, 그 여유는 확연하게 드러나는데, 첫째, 누구를 만나든 목소리가 차분하다. 여유있다. 목소리에 긴장감이 없다. 말의 톤과 호흡이 빠르지 않고 안정돼 있다. 둘째, 본인의 의견과 생각을 혹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솔직하다. 셋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를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말이 길어지지 않고 핵심만 말하게 된다. 넷째, 대화 도중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다섯째, 말이 결코 가볍지 않게 된다. 말을 아낀다.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여유가 있으면 뭐랄까. 눈빛에서도 여유가 느껴진다고 믿는 편이다. 눈빛에서도 빛이 난다고 할까. 나이 불문하고 여유 있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그 사람 특유의 깨끗함과 산뜻함과 편안함이 있다. 예쁘다는 말보다 멋지다는 말이 날 훨씬 더 기분 좋게 한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여유", "매력적", "멋짐"... 결국 이 모든 단어들은 "아우라"라는 말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절대 하루 아침에 만들어 질 수 없는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분위기, 아우라, 개성, 멋짐, 매력, 여유는 심상의 반영이기도 하고 그 사람이 가지는 말투, 태도, 목소리, 어투, 가치관, 태도 그 모든것의 총합이자 기가 막힌 밸런스가 이뤄져야지만이 가능한, 생각보다 고도의 과정을 통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무튼 멋진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 요즘, 나는 그 누구보다도 내 스스로에게 "너 쫌 멋진 듯"이라고 말한다. 사실이 그러하고 요즘엔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나를 사랑해주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해줄까. 내가 날 아껴주지 않으면 누가 날 아껴줄까. 내가 날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누가 날 멋지다고 해줄까.  내가 날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누가 날 귀하게 여겨줄까. 그래서 나는 나를 이 세상에서 제일 아끼고 사랑한다. 


어제 늦은 오후 오랜만에 인천공항에 다녀왔다. 미국에서 고모가 딸들과 손자, 손녀들과 함께 오는 거여서 아주 들뜬 마음으로 배웅을 나갔다. 지난 방황했던 시절, 제 집처럼 자주 드나들었던 곳이 인천공항이었는데 근 2년만인 것 같았다. 


그 시절 왜 그리 내 인생의 답을 바깥에서 찾으려 했는지. 공항 가는 길에서도, 공항에 도착해서도 나는 한참을 잠시 멍하니 내 안을 들여다보았다. 마음을 어디에도 붙이지 못했던 그 시절,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시인의 잠언집 제목처럼, 그랬으면 더 좋았을까. 더 좋았을텐데 싶지만 또 모를 일이었을 것이며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이 얼마나 다행이냐는 생각이 이내 날 붙잡는다. 


돌고 돌아 답은 내 안에 있엇다는 걸. 나는 확신하게 되었고 깨닫게 됐다. 답은 언제나 멀리 있지도 도망가 있지도 않았다. 늘 나와 함께였지만 내가 그걸 외면하거나 그저 회파하고 눈 감았을  뿐. 내가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답은 네 안에서 찾고 묻고 답하는 것. 답은 분명 네 안에 있다는 것. 나의 이 단순한 공식은 늘 날 깨어있게 한다. 


오늘 역시 멋진 사람.이라는 고찰을 하다 여기까지 오게 된 나지만, 이제는 뭐랄까. 글의 흐름 역시 일관되지 않아도 괜찮다. 뭐 어떤가. 딴 길로 셀 수도 있지. 아니어도 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더더욱 아니며 오히려 무언가 완벽하지 않음과 샛길로 새는 그 빈틈에 나는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내 안의 여유. 이거면 올킬이라는 것. 여유가 날 아우라 있는 사람, 멋진 사람,  매력적인 사람으로 만든어준다는, 줄 것이라는 여유에 대한 확고한 신뢰와 사랑은 내 삶의 태도와 가치관을 형성하는 핵심 가치기도 하다. 


어제 공항에서, 나보다 세살 어린 사촌 리사가 날 꼭 안아주며 말했다. "You are so fabulous!"


이전 11화 여유있는 사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