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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Jun 14. 2024

화려함이 부럽지 않은 이유

내면의 부유함

비니거가 뚝 떨어졌다. 생활 태도나 습관상 한꺼번에 사서 쟁여놓는 일이 없는데, 비니거에만 예외가 된다. 한 꺼번에 사는 일이 저렴한데다 매일 먹기 때문에 금방 떨어져서기도 하다. 쟁여놓을 세 없이 한 병 한 병 금세 비워나간다. 비워나가는 재미가 있다.


현재 내 부엌엔 코코넛 오일도 3병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비니거가 배송되면 그 옆을 차지할 텐데, 내 몸에 들어가는, 내 소화력에 도움되는, 내가 좋아하는 비니거와 코코넛 오일 병이 쭉 정렬되어있으면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내 마음이 금세 넉넉해진다. 이 또한 내면의 부유함이다.


남아 있는 양을 보아하니 이번주까지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유기농 무가공 비니거를 먹기 시작한 후론 하루도 빠짐 없이 먹고 있다. 아무 것도 첨가되지 않은 비니거에 흠뻑 빠지게 되었는데 내 몸이 반응했고 내겐 맞는 것이었다.


매 끼니 가볍게 사이드 메뉴로 시큼한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다. 나의 밥상이, 내 끼니가 흔히 말하는 한국식 집밥과는 조금 다른데, 다양한 야채와 채소찜을 넣어 만든 솥밥에 고기는 쪄서 올려 자주 먹고 그때그때마다 직접 드레싱을 만들어 비벼 먹곤한다.


곁들이는 메뉴는 직접 담근, 파절임, 양파절임, 버섯절임, 병아리콩 샐러드 정도다. 메뉴가 이러하다보니 내 식탁은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수수해질 수밖에 없다. 화려하진 않아도 소박한 식탁에서 나는 영감을 얻고 에너지를 얻고 기운을 받는다. 행복감과 감사함을 느낀다.


애플 사이다 비니거가 마침 20%세일이다. 정기적으로 시키는 것이라 바구니에서 재구매 버튼을 누른다. 이번엔 6병을 주문했다. 여름 내내 아주 맛있는 음식을 해먹게 되겠지. 내 건강도 얼마나 살뜰해질까. 튼튼해질까.  비니거 주문 하나로 이토록 설레하기 있긴가. 있기.다.


서른 후반의 내가 요즘 들어 부쩍 자주 든 생각은, "화려하지 않음이 어쩜 이토록 부럽지 않을 수 있지. 정말이지 화려함보단 단출함이 나는 왜 이토록 좋은 걸까. 내 마음의 반영이겠지?" 류다.


고백하건대, 서른 초반까지만 해도 나는 화려한 삶 그리고 삶의 기준이 내가 아닌 타인과 세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남과의 비교로 나 자신을 괴로움으로 몰고 있었고 만족스럽지 않은 모습에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지나보니, 다 각자의 삶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내게 맞는 삶이 있다는 것. 화려함도, 단출함도 각자 자기 삶의 맞는 것일 거라는 것. 선호일 수 있고 삶의 결일 수도 있고 갈망 일 수 있다.


서른 후반의 초아에겐 화려함보단 단출함과 수수함이 나 자신에게 맞는 결.이 됐고 삶이 되어 버렸다. 단출함과 소박함과 수수함에서 나는 빛을 본다. 삶의 아름다움과 감사함을 경험한다. 내 삶에 맞는 것이었다.


비로소 내 옷을 입는 기분이다. 꼭 알맞다.


SNS나 유튜브를 보면 외적으로 보이는 화려한 삶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우연히라도 보게 되면, 다 각자에게 맞는 삶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고로 부러울 것이 없다. 부러움도 직찹이다. 각자 자신만의 삶의 기준과 태도와 결이 있는데, 외적으로 보이는 부유함에 나 자신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괴로움에 몰아넣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진짜 부자는 진짜 화려함은 말이 없다. 말이 많지 않다. 내면의 부유함도 이와 같다. 진짜는 설명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 건강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매우 환영할 일이다. 그마만큼 정신적으로 스트레스와 고통과 괴로움이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한데, 갈수록 자기 자신만의 삶의 질서와 정신적인 안녕을 위한 알아차림과 마음 근력을 쌓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값비싼 외제차나 값비싼 아파트 명품등에 기죽지 않을 수 있는 건, 자존감의 문제가 아니라 삶에 대한 무심함, 평정심, 평온한 마음, 내면의 단단함과 부유함 덕분이다.


그 모습이 진짜 나.가 아니라는 것. 진짜 나는 무엇을 가진 나가 아니라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그 존재 자체로서 현존하는 나.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면의 부유함을 아는 사람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도 무슨 일이 일어나도 흔들림이 없다. 그 흔들림 없음이 곧 고요고 평온이고 평안이다.


결국 마음의 평온이다.

마음이 평온하면 행복해진다. 마음이 평온하면 건강해진다. 마음이 평온하면 잘 잔다. 마음이 평온하면 잘 먹는다. 행복하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건강하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잘 먹고 잘 자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화려함이 있으면 어둠이 있을 수 있다.

어둠이 있으면 곧 빛이 찾아온다.

모든 것은 음양의 조화다.


영원한 아름다움도 영원한 화려함도 영원한 불행도 영원한 기쁨도 없는 것이다.

나만의 질서를 가지고 내게 알맞는 방식으로 현재를 찬란하게 살아야 한다.

현재를 찬란하게 살면, 현재에 충실하면 두려움이 없게 된다.

두려움이 없는 삶이란 내겐 괴로움의 해소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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