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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Jul 03. 2024

감동하고 감탄하는 삶  

어젯밤 집으로 오는 길.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엔 좁은 도보 사이 큰 나무들이 일렬로 서있다. 비는 잦아들었지만 그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시원함과 청량감, 공기, 몽글몽글한 솜사탕 혹은 하얀 목화솜이 살갗에 닿는 듯한 촉감의 바람이었다.  


하늘은 짙은 잿빛과 검정 사이 색을 뽐내며 나를 품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설명할 수 없는 벅차오름과 환희로 가득찼는데 분명 내 안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경이로웠고 신비로웠고 감사했고 아름다웠고 평온했다. 어쩜 이토록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지? 이 아름다운 세상의 나. 얼마나 감사한일이야. 얼마나 행운이야. 얼마나 축복이야. 얼마나 기적이야. 


버스정류장까지 몇 미터 남지 않았는데 나는 조금은 빠른 속도로 뛰었다. 즉흥적인 움직이었다. 그러면서 혼자서 깔깔깔 환하게 미소지으며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지금 내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벅찬 감정에 대한 몸의 반응이었다. 감정은 마음에 대한 몸의 반응이니, 내 마음이 이토록 벅찬 감정을 만들어냈구나. 그것이 환한 웃음과 깔깔깔로 이어진 셈이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익숙한 일이기도 했고 진심으로 이런 벅차오름과 설렘과 감동과 감탄을 자주 경험하기 때문이었다. 


아침까지도 어제의 그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내 가슴속에서 피어오른 꽃. 빛. 그 한 줄기 빛이 나를 살게 한다. 사소한 것에도 감동할 줄 알면, 감탄할 줄 알면, 내 앞에 펼쳐진 세상이, 세계가 이토록 아름다워보이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생각이 간소해지고 심플해지면 내 삶도 간소해지고 심플해진다. 내 삶이 심플해지면 생각도 심플해진다. 삶에서 불필요한 것을 줄이고 내 안에 주의를 기울이는 습관을 들이면 생각과 나의 동일시가 약화된다. 생각은 내가 아니라는 것. 


그동안 마음이라는 것에 나는 얼마나 이용되어 왔는가.하는 자각이 있었다. 마음과 싸우지 않되, 그러나 마음이 날 좌지우지하게 둘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생각은 감정이 된다. 생각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일. 머무르는 일. 몸의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전환하는 일이다.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집 안에서든 밖에서든 무엇이든 크고 작은 깨달음과 지혜를 가져다준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도, 부엌에서 식재료를 손질하면서도, 청소기를 밀면서도, 빨래를 탈탈 털면서도, 책 한 권을 읽으면서도, 이부정리를 하면서도,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면서도. 순간순간 그곳에 주의를 집중하면 지금 여기. 지금 이 순간의 머뭄이 된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물면, 과거도 미래도 다 환상이다. 실체없는 허상일 뿐이다. 그러니 무엇이 불안하고 무엇이 두려울 수 있을까. 눈을 뜨는 순간 펼쳐지는 세상은 의식의 반영이다.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의식의 전환과 변화, 현존하기, 익숙해진 것들, 낡고 오랜 습의 인정과 허용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불필요한 것들, 부정적인 것로부터 파생된 에너지들이 조금씩 힘을 잃어 결국엔 자취를 감춘다. 


서른 후반의 내가 이토록 삶에 세상에 감사하고 감동하고 감탄할 수 있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의 나인 것. 삶은 순간순간이다. 지금 여기 머무르니, 과거는 한낱 꿈이고 지나간 기억일 뿐이었다. 미래도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지 않으면 실재할 수 없는 것이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사실 시간성이 아닌 공간성이라는 점을 인식하면 그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게 된다. 오직 지금 이 순간만 남는다. 


순간순간 아니었던 적이 있던가. 일초 전의 나도 기억이 된다.    


순간순간 펼쳐지는, 경험되어지는 체험되어지는 삶에 나를 내맡기니 감사하고 감동하고 감탄하는 삶이 되었다. 감사, 감동, 감탄이 내게 주는 선물은 내 안에서 진심으로 진정으로 피어오르는 벅차오름과 경외감의 체험이었다. 그럴수록 내가 가진 것은 진짜 내가 아니라는 것. 물질적인 차원을 넘어 의식적인 차원 너머의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주었다. 


감동하는 삶, 감탄하는 삶, 감사하는 삶을 살면 그 어떤 조건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가 된다. 내 안에서 마음껏 유영할 줄 알고 내 안의 풍요를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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