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 27

by Aarushi

#밤하늘의 별은 영혼이었다

2017년도로 기억한다.

여전히 내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그 해 어느 밤의 대화였다.


그 해 기준으로 몇 년 전, 엄마는 은퇴와 동시에 모든 걸 정리하고 제주도로 이사했다.

나머지 생을 그곳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이 무엇이었을지 어리석게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연고없는 그곳으로.

낯선 곳으로.

육지가 아닌 섬으로.

엄마는 말이 없었다.

실은 다른 말이 필요없었던 것이다.


엄마는 쉴 곳을 찾아. 그렇게 기존의 것들로부터 멀어져 갔다.

나는 서울에서, 엄마는 제주에서 각자의 생을 살았고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애썼다.

자기 자신이 되는 일엔 관계도 나이도 경계없는 것이었다. 실체 없는 것이었다.


어느 오후, 엄마가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흐린 날, 제주도의 기민하고 스산한 바다 앞에서였다.

"딸~! 뭐하고 있어? 바다 보이니? 바다 보여주려구!"

"응 엄마! 보인다, 지금 비오나 보네? 혼자 간거야?"


엄마도 혼자였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싶어서. 다독이고 싶어서. 울고 싶어서.

비오는 거센 제주의 바다처럼, 파도처럼, 물결 속에 자기 자신을 내던지고 싶은, 훨훨 날아가고 싶은, 털어내고 싶은 그 마음이었을 거란 걸, 그렇게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활짝 웃고 있지만 슬퍼보였다.

꽃을 사서 들어가는 길이었는데, 그 꽃을 그 길로 엄마에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엄마는 내게서 꽃이었다고.

내 엄마이기 이전에 한 불꽃이었고 영혼이었고 소녀라는 걸.

여전히 그대는 꽃이고 순백의 영혼이란 걸.

나는 핸드폰 너머 영상을 통해 그녀에게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엄마는 딸도 분명 혼자일거라는 생각을 했던 게 분명하다.

딸이 잠시나마 외롭지 않기를.

씩씩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길 바라는 엄마의 사랑이었단 걸.


그 해 어느 달인지 도통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추운 계절이었다.

제주 갈때마다 엄마는 내 도착시간에 맞춰 갓 구운 바삭한 삼겹살과 뜨끈한 밥을 해놓으신다. 그렇게 저녁을 먹은 뒤 문밖을 나섰다.


사방이 온통 까만 밤이었다.

엄마는 몇 발자국 가지 않아 발걸음을 멈추곤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까만 밤하늘이 아니었다.

사파이어 루비 반지의 알처럼, 꼭 그런 밤하늘이었다.

살면서 그런 밤하늘은 처음이었다.

사파이어 루비 반지 알에 수많은 별들이 알알히 박힌 듯한 밤하늘.

별들이 쏟아진다.게 무엇인지 알게 하는 밤하늘이었다.

엄마는 내게 그 밤하늘을 보여주고 싶었으셨던 거다.


"엄마는 어릴 적에 밤하늘을 보면서 저 빛나는 별이 외할아버지일거라고 생각했어. 지금도 그래.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가 엄마를 늘 지켜보고 있다고. 보살피고 있다고 생각했지."


그날 밤 엄마와의 대화 속에서 실은 엄마와 나는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엄마도 누군가의 소중하고 귀한 사랑스런 귀여운 딸이지.

잊고 있었구나.

엄마는 여전히 소녀구나.


밤하늘을 수놓는 빛나는 별들은 영혼이었다.

엄마와의 대화는 순백의 영혼의 대화였다.

엄마는 시인이었다.


그날 밤을 잊지 못한다.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숨쉬는 그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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