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 26

by Aarushi

#슬픔은 또 다른 슬픔의 이름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뒤 돌아보지도 후회하지 말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지 않나.

부족했던 나도,

모자랐던 나도,

나였음을 인정하자.

그럼 편해질거다.

내려놓음.

인정. 나 자신 보듬기.

너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을 받아주지 않기.

너에게 솔직해질 것."

2020.11.26


핸드폰 속 지난 나의 메모다.

일기처럼 적어놓은 메모들도 가득한데,

오랜만에 읽어도 그때의 기억과 감정들이 고스란히 올라온다.


맞아, 그때 그랬지. 참 그땐 그랬었는데...

동시에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오버랩되면서 중간점검까지 해준다.


30대에 맞이한 내적인 사투는

이리도 치열하게, 지리하게, 지독하게, 그것도 처절할 수 있을까.싶을 정도의 고독이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적군의 화살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전사처럼.


이렇게 지독한 우울과 고독이라는 화살을 온몸으로 맞고 있자면,

가장 빛나고 편안해야 할 아니 그럴 거라 굳게 믿었던 나의 30대는 왜 이럴까. 혹은 왜 이렇게 됐을까.라는 자조 섞인 원망과 내 스스로에 대한 배신감으로 내 몸과 마음은 너덜너덜해졌다.


그러면 내 몸은 마치 송장처럼, 살아만 있지 눈만 간신히 끔뻑거리곤 했다.


그 경험은 마치 온몸이 녹아내려져 이내 사라질 것만 같은,

동시에 몸이 서서히 굳어지는 느낌이었다.

뒤에서는 누군가 내 뒤통수를 조이는 듯했다.

분명 나인데,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까지도 늘 날 따라 다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가만히 앉아있던 어느 날이었다.


한밤중에도 불을 켜지 않는 것이 편안했던 나날. 멍하니 베란다 창가에 비치는 빛만으로 시력을 유지한 채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순간 내 맞은편에서 몸을 웅크린 채 한없이 슬피 울고 있는 내 자아가 보였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난, 그 아이에게, 내면 아이에게 더는 아프게, 상처받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미안하다고. 그러니 내 손을 잡아주겠니?.라고 말해주었다.


그 이후 내 심정과 다짐과 의지는 이랬다. 이렇게 된 이상, 이왕 빠질 거면 제대로 아주 밑바닥 끝가지 갈 때까지 가보자. 이마저도 어설프지 말자. 대신, 밑바닥 끝까지 내려가서는 다시 힘차게 뛰어오르자고. 독한 결심을 했다.


그때 생각했다.

어쩌면 넌, 네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너무도 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네 자신을 과대평가했을 것이며 겸손하지 못했고 겸허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의 모습과 과거 너의 모습이 지금 네가 기대했던 모습과는 달랐기에 나의 지금 모습이 그리도 마음에 들지 않고 미웠나보다.


내 선택에 대한 결과도 그땐 겸허하게 겸손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단연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 또한 내가 아니라 타인이었다는 사실까지도.


사랑, 이별, 상실, 상처, 관계, 일 등 날 이루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이 전부 내 마음 같지 않고 쓰나미처럼,

불행은 이렇게 한꺼번에 언제라도 예고도 없이 또 찾아올 수 있다는 걸 나는 이제 잘 알고 있다.


이 모든게 나에게만 일어나는 유별난 것이 아님을.

이 세상 우리 모두는 각기 저마다의 평범한 고독을 안고 살아가고 견뎌내고 있다는 것도.


요즘은 곧잘 어쩌면 난 네가 생각하는만큼 그리 특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아니 특별하지 않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곤 하는데 내 안의 겸손이 작아지려 할 때 혹은 싫지만 우선은 견뎌야 하는 경우 자멸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자기검열이다.


내가 다시 글쓰기 시작한 시점과 내가 그 동굴의 밑바닥을 탈출했던 시점이 짜맞춘 듯 일치하며 나의 우울 바이러스도 이와 함게 종식돼가고 있는 중이다. 굳이 애써 종식하려고 하지 않는다.


내 노력은 그저 조심하며 더 이상은 날 깊은 동굴로 빠지지 않게,

균형을 맞추고 늘 자각하고 깨어있으려고 하는 일이다.


요즘의 난, 다크 에이지를 지나 내 인생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할 준비에 여념없다.

다가올 나의 르네상스는,

상처, 슬픔, 우울, 고독, 외로움, 불행마저 아름답다고,

큰 축복이었다고,

큰 선물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담대한 시대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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