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닮은 스크램블 에그 레시피
글 쓸때,
책 읽을 때,
요리할 때,
걸을 때,
가장 나다워진다.
자기 자신이 무얼할 때 행복해하는지. 기분좋아하는지.를 안다는 건 전적으로 유리하다. 유익하다.
아침으로 에그 스크럼블을 했다.
에그 스크럼블도 주물냄비에 한다.
냄비 바닥이 누룽지처럼 되는데 실은 그 바삭함이 별미다.
나의 에그 스크럼블은 날 쏙 빼닮았다.
대중없고 투박하고 빈틈 있다.
장점은 모양새나 기세 하나는 이토록 시원시원할 수가 없다.
코코넛 오일을 한 스푼 얹는다.
코코넛 칩을 빻아 천연 조미료로 사용한다.
흔히 생각하는 에그 스크럼블은 색도 개나리색에,
작은 알갱이처럼 몽글몽글하지 않나.
나의 에그 스크럼블은 정말이지 투박한 여섯 일곱의 크고 작은 덩어리들의 향연이다.
바닥에 들러붙은 누룽지처럼 바삭한 부분은 덩어리들과 절대 헤어지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인다.
숟가락에 현미밥 담고 에그 스크럼블 한 덩어리 툭 올려 먹으면, 고소하고 담백하다.
요리할 때, 이토록 창의적일 수가 없다.
그러고 보면, 나란 사람.
"이건 이래야 돼, 이건 이 용도로 써야돼."하는 식과는 참 거리가 멀다.
과정이 즐거워야 하고
기존의 것들,
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는데서 더 흥분된달까.
에그 스크럼블도 주물냄비에 하는 걸 보면,
"꼭 프라이팬에 해야 하나? 여기에다 이걸 넣어볼까? 저걸 넣으면 어떤 맛이 날까?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이런 것들에서 나를 발견한다.
요리도 이런 날 꼭 닮았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이 더욱 사랑스럽다.
요리엔 한계가 없다.
요리는 말이 없다.
요리할 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
내가 요리를 이토록 사랑하는 이유다.
요리는 내게 자연과도 같다.
#담담한 일상
거울 앞에 섰다.
앞머리가 자르고 싶었던 것.
어려보이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순전히 생기때문이다.
생기있고 싶었다.
생기를 되찾고 싶었다.
짧지 않게 그러면서도 양 옆머리가 이마와 뺨 사이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게.잘랐다.
자르고선 고데기로 컬을 넣어봤다. 끝은 전문가보단 예리하진 않았지만 만족스러웠다.
앞머리를 잘라낸 작은 머리카락 뭉치를 잘싸서 버리면서, 손을 탈탈 털었다.
"워이~!!"
어쩜 이토록 개운한지. 속이 시원한지.
자른 건 앞머리인데 사특한 기운들이 함께 잘려 나간 것 같았다.
실은 이 순간을 이토록 원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일상의 순간들은 늘 그렇듯 잔잔하거나 잠잠할 때가 대부분이다.
잔잔함이란 지루함이나 고루함이 아니라 평온과 평안과 고요라는걸.
꽤 오랜 시간 놓치고 살았던 건 아닌지...
비니거와 코코넛 오일만큼은 한 번에 각 6병씩 직구한다.
요리할 때 매일 사용하는데, 아침에 보니 코코넛 오일은 2병 남았고 비니거는 똑 떨어졌다.
재구매 한다. 주문 완료. 배송중.이란 걸 확인하면 이토록 부자된 기분이다.
내게 선택한 것들이 내게로 온다는 그 마음이겠다.
여느 날처럼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비내리는 오후 창밖 너머 저 산을 바라보며, 대지의 숨결을 느낀다.
손을 내밀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과 하나가 된다.
이젠 알게 되었다.
담담한 순간들이 주는 위로가 실은 진짜라는 걸.
늘 내곁에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
담담한 순간들은 낭만이고 고요이고 사랑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