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회복
무심함 속엔 요란한 슬픔이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없다.
들어온다 한들 억센 무심함이 슬픔을 삼키고 나는 나의 일상을 회복한다.
진짜 심각한거 맞아?
진짜 우울한거 맞아?
진짜 불안한거 맞아?
진짜 두려운거 맞아?
진짜 고민인 거 맞아?
진짜 힘든거 맞아?
진짜 슬픈거 맞아? 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가 고프면,
"에이~ 살만 하구만. 괜찮구만. 심각한 거 아니구만. 별 거 아니구만."한다.
몸과 마음은 이미 천근만인데도 버스 안에서 "오늘 뭐 먹지?"를 생각하는 나를 알아차리면,
므흣 웃음이 나온다.
"그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지. 잘 먹어야 잘 살지."하며 저녁 메뉴를 고른다.
"너, 괜찮구나?"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일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심각하게 다가오지 앉는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면 별 거 아니게 된다.
현금 이천 원을 지갑에서 꺼내 손에 쥐었다.
"팥 3개 주세요. 조금 탄 걸로 주세요."
붕어빵도 바삭하게 탄 부분을 좋아한다.
이유는 없고 꼬리부터 먹는다.
붕어빵 하나로 거침없이 회복되는 순간이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사소한, 시시한, 소소한 걱정거리들은 소화되어 간다.
#신발을 신다가
새로 산 운동화를 신었다.
신발도 낡은 것, 닳은 것, 해질만큼 해진 것,
지난 발걸음의 무게와 고독이 알알이 박힌 것에 대한 애정이 있다.
그래서 질이 들도록, 익숙해지도록, 편해지도록, 사랑하도록,
새신발에도 고독이 짙게 배일 때까지 하나만 닳도록 신는 편이다.
질이 들면 든대로 그 모습이 무척이나 영롱해보인다.
흰색 운동화가 더는 흰색이 아닌, 회색 잿빛이 되는 과정을 사랑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른발이 왼쪽발에 비해 작은 편인데, 이번엔 유난히 오른쪽의 여백이 크게 느껴진다.
왼쪽발은 꼭 알맞는데 오른쪽 발은 헐렁거린다.
어느 신발은 사이즈가 230mm도 됐다가 235도 됐다가 240도 됐다가 실은 뒤죽박죽이다.
신발 사이즈에서만큼은 이토록 카오스일 수가 없어 따로 메모해 두었다.
걷는 사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그 특유의 언발란스에도 사색이 인다.
오른쪽 신발이 헐렁거림을 알아차리면서도 씩씩하게 걸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그래, 완벽한 게 어딨니? 완전하게 꼭 들어맞는 게 어딨겠니? 불완전하기에 완전함이 있고 완전함이 있기에 불완전함이 있지. 실은 완벽함과 완벽하지 않음은 하나 아니겠어?"
"완벽하지 않아도 돼, 완전하지 않아도 돼, 언발란스하면 어떠니? 부족하면 어때?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온전해. 완전해. 괜찮아. 오른쪽 신발 사이즈가 안맞는다고 해서 못걷는 건 아니잖아? 왼쪽 신발이 기가막히게 그 균형을 잡아주지. 문제 될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것...! 세상 일은, 그리고 만물은 모든 걸 보여주고 있구나. 말해주고 있구나."
이 순백의 운동화도 곧 나의 고독과 슬픔을 삼키고 회색 잿빛의 빛나는 그것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