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물이고 공기며 밥이다

지하철독서-2157

by 진정성의 숲



시는 우리가 알아 온대로

장식품이 아닙니다.

오히려 생필품이며

생존에 필요한 대상입니다.

물이나 공기나 밥처럼 말입니다.


-시를 쓰는 마음,6p-

(나태주,좋은님/좋은생각사람들)


-------------------------


세상에서 가장 추상적이고

한 번도 보지 못한 사전 속 단어로


누구도 그 의미를

단번에 알아채지 못하도록


꼬고 비틀어

탄생한 게 '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시집을 선뜻 잡기가 힘들었다.


다른 책들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몇 십 페이지를

연속으로 읽게 되는데

시집은 그럴 수 없었다.


시의 바탕인 여백에

무언가 꽉 차 있는 듯해서

한 장을 넘기기가 어려웠고

또 그럴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몇 개의 시를 단번에 읽는 건

시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


그렇게 시는 나에게

아주 가끔 먹는 특식이었다.


그런데

나태주 시인님이 말했다.


시는

물이고 공기고 밥이라고.


순간


언젠가

퇴근길 지하철에서

몇 개의 단어로

하루를 기록했던 게 생각났다.


그렇게 짧은 글들은

쓰는 것만으로도

지쳤던 나를 회복시켰다.


깨달았다.


그래.

그게 다 '시'였구나.


그렇게 시는

대단한 글이 아니었구나.


큰 마음을 먹어야

가끔 먹을 수 있는

특식이 아니었구나.


시는

화려한 진열대에 넣고

눈으로 보는 장식품이 아니라,

나의 하루를

조용히 쓰다듬는 위로였구나.


그렇게

한 동안 방치했던 시를

다시 꺼내어 천천히 읽는다.


그렇게 살기 위해


다시

물을 먹고

공기를 마시고

밥을 먹는다.


-------------------------


#지하철독서인증 #지하철도서관

#교통카드열람표 #짧은글긴생각

#1호선311550열람실 #언스플래쉬

#책 #독서 #글쓰기 #진정성 #생각

#시 #나태주 #언어 #생필품 #시집

매거진의 이전글이젠 기다리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