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자체가 이유다

지하철독서-2159

by 진정성의 숲


민들레는

이미 천 송이의

다른 민들레가

피어나고 있더라도

자신이 피어나는 데

별다른 이유를 요하지 않는다.


-길을 찾는 책 도덕경-

(켄 리우,노자 지음/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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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들을 보며

생각했다.


'그래.

저 나무는 정말 특별해.

저런 꽃을

피울 수 있는 나무는

따로 있는 거야.'


그렇게

자신만의 꽃을 피우는

그 나무들을 동경하며 살았다.


꽃 피울 수도

꽃 피울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그럴수록

내가 정말 못나 보였다.


특히 몸이 커지면서

내 팔 위로 불룩 뛰어나오기 시작한

작은 돌기들은 날 더 우울하게 했다.


어떻게든

상처 입혀서

없애 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날카로운 바람에

녹아 내릴듯한 땡볕에

무너질듯한 폭설에


날 방치했다.


보잘것없은 내 생명이

꺼지지 않을 정도로 버티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봄날

못 생기고 흉측했던 돌기가

점점 커지더니 자꾸 간질거렸다.


그렇게 얼마 후

무언가 터져 나왔다.


꽃이었다.


아주 작고

옅은 노란색의 꽃.


아주 화려하진 않아도

나름의 색을 가진 나의 작은 꽃.


그 순간

깨달았다.


나무가 꽃을

피우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건 바로


나무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그 존재 그 자체가

이유인 것이다.


그렇게

몇 번의 꽃을

피우고 지우며

올해 피울 꽃을

당연하게 준비한다.


점점 더

색이 진해지고

풍성해지고 있다.


이젠

그 어떤 나무도

부러워하거나 동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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