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독서-2178
왜 나의 필요를 채워주려
할머니는 희생하지 않았을까.
할머니는 마땅히 그런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
그러기 위해
지금껏 부지한 목숨이라고 해도
그리 어색하지 않은. 그런 존재.
<반의반의 반, 백온유>
-2025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백온유 외 6인/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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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그래야 하는
역할은 이 세상에 없다.
그걸 기대하는 것도
그걸 당연하다 여기는 것도
모두 그들에게
또 다른 그들인 나에게
폭력일 수 있다.
세상이 정의해 놓은
역할의 모습은 이상향에 가깝다.
희생과 헌신, 절대적 사랑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게 아니라,
철저한 자기 수련과 노력으로
힘겹게 유지해 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는
누구에게도
어떤 정해진 역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우리도 누구의 강요를
당연히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지금 내가
당연한 희생을 기대하는
그들을 누구인가?
가족, 친구, 동료.
그들에게
내 마음대로 부여했던
책임을 회수하자.
그들을
나와 동등하게 만들자.
이 생각이
그들을 더 그들답게 할 것이고,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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