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마음을 열지 않나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특별한 느낌

by 진정성의 숲


독서 모임에서

인연이 되어


딸 하나를 둔 아빠라는 공통분모로

그분과 나름 친분을 갖고 지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은

늘 배우고 싶은 게 많은 분이셨다.


그분이

연락을 지속적으로 해주셨기에

몇 년의 인연은 이어지고 있었고


이렇게


나와 딸아이

그리고 그분 부녀는

여러 곳을 함께 다녔다.


그러면서

속으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만난 지도 오래되었고

만남이 있을 때마다

그분께 나를 편하게 대해 달라고

수차례 말씀드렸지만

왠지 보이지 않는 선이 느껴졌다.


'왜?

수차례 내가 마음을 열고 얘기했는데

왜 마음을 열지 않을까?'


이런 마음은

몇 번의 만남에서도 해소되지 못했고


결국

술이 취한 어느 날

전화해서


"형님.

전 앞으로 형님과

좀 더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


서로를 존칭으로 불렀던 상황에서

조금은 무례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 분의 대답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다음날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내고

며칠 후 문자가 왔다.


주말에 시간 되면

부녀끼리 '아빠! 어디 가!'하면 어떻겠냐고.


아직 솔로인 내 친구도

독서모임 멤버였기에 자연스럽게 동행했고

남자 셋, 딸아이 둘이

이번 주말 1박 2일로 서해의 한 섬에 다녀왔다.


아이들을 위한 현장체험 프로그램 확인과

프로젝터를 직접 집에서 가져와 셋팅 해주고

다음날 아침 해변에서 마실 차와 차잔세트까지


역시 다정하시고 배려 많으신 그분.


저녁 술자리에서

다시 한번 난 얘기 했다.


"대표님.

며칠 전에는 죄송했어요.

근데 사실 지금도 그 마음은 같아서요.

좀 더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


온화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네. 저도 그러고 싶어요.

근데 전 사실 지금도 편해요.ㅎㅎㅎ"


정말 그래 보였고

정말 그렇게 느졌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내가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하면

상대방도 당연히 마음을 열어야 하고

마음을 여는 방법마저도

나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


어쩌면 그분도

그분의 마음으로

그분의 방법으로

이미 마음의 문을 열고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사실

매번 연락은 그분이 주셨고

이런저런 나의 고민도

그 분께 상의 드린 적도 많았다.


내가 이기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표면적으로

말을 놓고 형님, 아우가 되어야

깊은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을까.


나의 방법으로만

관계의 선을 정하고 재단하려 했던 걸까.


오히려

내가 가진 관계의 기준이

그 분과의 선을 만들고 있었다는 걸


나는 알지 못했을까.


많이 부족한 나를 깨닫고

반성하고 다짐해 본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관계의 기준을 인정하고

이기적인 나만의 기준으로

관계를 재단하지 말자.


그렇게 살아가자.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특별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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