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은 또 다른 길이 되겠지.
지하철독서-662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당신은 누구십니까,82p-
(도종환/창작과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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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 벽을 넘는다.'
왜 이리
설레고 눈물이 날까.
그동안
벽을 무너트리려
벽을 넘어뜨리려
수없이 벽에 부딪혔다.
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내 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이젠
내 앞에 보이는
이 높디높은 벽을 넘기 위해
담쟁이가 되어 본다.
말없이
천천히
여럿이
그렇게
벽을 안고
벽을 품고
오르다 보면
결국
벽은 더 이상 벽이 아니고
또 다른 길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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