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속기 싫어서
다시 속지 않는 방법의 하나로
만나는 모든 것을
일단 불신부터 하고 보는 방법은
매우 약은 삶의 방법 같지만
실은 가장 미련한 방법일수도 있겠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24p-
(박완서/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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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누군가에게
속거나 배신 당했던 기억.
그 상처는
마음의 울타리를 치게 했고,
아무도 나를 볼 수 없게
아무도 나에게 다가올 수 없게
나를 세상에서
최대한 고립시켰다.
그래야
안전할 것 같았고,
그래야
그 상처가 나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상처는
더 깊어졌고 더 선명해졌다.
그랬다.
내가 친 그 높디높은 울타리는
새로운 상처를 만들지 못하게도 했지만,
전에 받았던 상처를 낫지도 못하게 한 거였다.
문득 생각났다.
어린 시절
집 담벼락 위로
뾰족하게 솟아 있던 유리 조각은
사실
작정한 도둑을 막을 수 없었고
집에 모습만 헤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 유리 조각은
도둑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들의 왕래도
막았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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