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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성의 숲 Jun 09. 2021

마음의 울타리

지하철독서-813



다시 속기 싫어서

다시 속지 않는 방법의 하나로

만나는 모든 것을

일단 불신부터 하고 보는 방법은

매우 약은 삶의 방법 같지만

실은 가장 미련한 방법일수도 있겠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24p-

 (박완서/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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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누군가에게

속거나 배신 당했던 기억.


그 상처는

마음의 울타리를 치게 했고,


아무도 나를 볼 수 없게

아무도 나에게 다가올 수 없게


나를 세상에서

최대한 고립시켰다.


그래야

안전할 것 같았고,


그래야

그 상처가 나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상처는

더 깊어졌고 더 선명해졌다.


그랬다.


내가 친 그 높디높은 울타리는

새로운 상처를 만들지 못하게도 했지만,

전에 받았던 상처를 낫지도 못하게 한 거였다.


문득 생각났다.


어린 시절

집 담벼락 위로

뾰족하게 솟아 있던 유리 조각은


사실

작정한 도둑을 막을 수 없었고

집에 모습만 헤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 유리 조각은

도둑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들의 왕래도

막았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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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언스플래쉬 #박완서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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