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을 이용해 살아남기
4월 중순.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어느새 50대 중반을 훌쩍 넘어버린 나는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어느 빈틈의 여유 공간을 찾고 있는 듯하다.

"아무도 없지, 커피 한잔과 초콜릿 하나 먹어볼까"
커피 한잔과 초콜릿 하나 들고 비 오는 창문밖을 내다본다.
비록 보이는 풍광은 인간의 창조물 아파트, 상가 같은 건물들이지만 그 속에서 작은 정원과 그 정원에서 자라나는 나무와 꽃들을 찾아낸다.
"이쁘다..... 비 오는 날은 역시 모든 생물이 푸릇푸릇하고 여유롭네."
잠시 향기로운 커피 한잔에 달콤한 초콜릿의 더함의 풍미를 느끼며 오늘도 이 여유로운 틈에 행복해한다.
그래 이거야.
내가 살아남는 방법은 바로 이거야.
그렇다. 나는 그동안 살아남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학창 시절도 그렇고 사회인이 되었던 20대 중반에도 관계에서도 환경에서도 나는 살아남지 못하고 중도포기 중도 탈락을 한다.
그리고 사업을 하면서도 미래예측 불가라며 중도포기였다.
대다수가 부러워하는 직장과 사장님이라 불리던 사업 모두 버리고 나서야 알았다.
살아남지 못한 나는 다시 밑바닥으로 떨어져 다른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 나는 밑바닥에 있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어, 어디든 올라가자 가보자"
나는 30대 후반 다시 시작하기로 했고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취직을 했다.
이제 정규직으로 있던 시절보다 비정규직으로의 시절이 더 많아지고 있다.
베테랑.... 그건 정규직으로만 통한다.
비정규직은 경력이 쌓여도 베테랑은 되지 않는 것 같다.
어디를 가든 새로 시작하는 처음이다.
50대 중반 나는 정규직 관리자에 의해 의도치 않게 새로운 곳으로 자리가 옮겨졌다.
20년이 다되어가도 어색하다. 적응이라는 단어가 난무하다.
"적응해야 할 텐데...., 적응하면 괜찮아, 적응하려면 좀 시간이 걸리지만...."
하지만 맞는 말인 듯 나는 점점 적응해 간다.
빈틈을 이용해 여유를 부릴 줄 알고 빈틈을 이용해 정신적 휴식을 얻는다.
"그래 남의돈 먹는 게 쉬운 줄 알았니?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즐길 줄 알아야 해"
나는 오늘도 이렇게 나를 달래어본다.
살아남기의 기본은 역시 틈을 이용하기 틈을 이용해 즐기기 틈을 이용해 마음 다스리기 틈을 이용해 그리워하기 틈을 이용해 내 몸 지키기(간간히 스트레칭, 걷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