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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25.) 다 보인다, 다 들린다.

by 소소예찬

어느새 창문을 열어두어야 되는 계절이 왔다.

늘 그렇듯 주방의 창문을 열고 저녁준비를 한다.

사실 내가 사는 빌라의 동 사이가 그리 멀지 않은 게 흠이다.

결국 앞동과 뒷동사이에 있는 우리 집은 창문을 열면 주방에서는 앞동의거실이 보이고 거실 베란다 창문으로는 뒷동 주방에 서있는 사람들이 떠드는 말소리가 시끄럽게 들린다.


그럴 때마다 나는 못 본 척 안들은척 하면서 한쪽눈의 시선은 앞집 거실의 형태를 다 익히고 한쪽 귀로는 뒷집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집안의 사소한 일들을 알게 된다.

그래서인지 길거리를 가다 마트를 가서 그분들을 마주칠 때면 마치 늘 보던 사람, 아는 사람이란 생각에 반갑게 인사를 하고픈 마음이 든 적이 여러 번이었다.

나의 입가는 미소를 띠면서 "아차 아니지" 금세 입꼬리를 내려야 한다.


그래서 나는 못 본 척, 안들은척 한다.

하지만 우리 집 냥이는 보란 듯 주방창문 방충망에 코를 들이밀고는 앞집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아주 집중적으로 본다.

그러다 앞집사람들이 안 보이면 거실 베란다 창문으로 가서는 뒷집 주방에서 떠드는 소리를 듣는다.

"너무 대놓고 보지 마, 저 사람들도 너를 보잖아 사생활은 지켜줘야지 너 큰일 난다"

이렇게 말하면서 웃지만 우리 홍차는 듣는 둥 마는 둥 오직 커다란 눈동자와 쫑긋 세운 귀가 열일을 하는듯했다.

"다 보인다, 다 들린다"라고 하는 듯 우리 냥이는 집중모드 중

어느 날은 앞동에 사시는 분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여 다가가보니 창문에서 바라보는 고양이를 보면서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나는 그 순간 "홍차야 얼른 내려와 그러면 안돼"라고 소리를 질렀다.


아차, 뒷집의 말소리가 다 들리듯 앞집에서 나의 말소리가 다들 린다는 생각은 잊어버린 채 나의 목소리는 자유롭게 날아가버린다.


조심하자.
나도 조심, 홍차도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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