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23.) 딸기가 좋아

by 소소예찬


얼마 전까지 나는 딸기를 먹지 못했다.

못 먹어서가 아니고 먹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고 알레르기가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안 먹어도 되는 사치스러운 그런 과일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집 근처에 오픈한 마트에서 딸기를 세일한다고 사람들이 줄 서서 구입하는 장면에 나도 한번 사볼까? 나를 위한 딸기 사치를 부려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나도 줄을 서게 되었고 다행히 마지막 행운의 세일당첨자로 1킬로 딸기 한 박스를 7천890원에 구입하게 되었다.

비싼 딸기를 내손에 고이고이 들고 집으로 갔다.


"딸기 건드리면 안 돼, 이건 내 거야"

식탁 위에 놓아둔 딸기향이 좋았는지 아니면 새로운 처음 보는 물건이 궁금해서 만지고 싶은 것인지 우리 홍차는 자꾸만 코를 들이대고 혀를 날름거린다.


저녁을 먹은 후 나는 자랑스럽게 딸기를 소중하게 씻어서 접시에 예쁘게 담아 거실로 가져갔다.

"딸기 먹자, 예쁜 딸기가 엄청 크지? 큼지막한 딸기가 엄청 빨갛지? 빨간 딸기가 엄청 맛있을 것 같지?"

나는 수다스러운 여자가 되어 남편에게 홍차에게 말을 한다.


"딸기철 지났는데, 맛이 별로네"


음식을 먹기 전 입맛을 돋우기 위한 애피타이저처럼 나는 열심히 좋고 예쁜 단어들을 골라서 단어소스를 뿌려댔건만 남편은 한 개 먹더니 맛이 별로라며 먹지 않는다.


기분은 상했지만 나도 한 개 베어 물었다.

"맛있네, 이 정도면 이 값에 정말 대단한 거지"

이런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이는 단지 홍차뿐이었다.

"홍차야? 저 아저씨는 안 먹는다네 나랑 홍차랑 둘이 다 먹을래? 호호호"

울그락불그락한 나의 얼굴빛을 감추기 위해 나는 홍차에게 말을 건네며 딸기의 아랫부분을 떼어 홍차에게 주었다.

사실 그때까지도 홍차가 먹을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우리 홍차는 사료와 고양이 간식 외에는 먹지 않는다. 그렇기에 딸기도 먹지 않을 것이지만

미운 남편에게 반항이라도 하듯 나는 홍차에게 말을 건네며 딸기를 먹여주었다.


그런데.....

"어머 홍차가 딸기를 너무 잘 먹네? 어머머머....."

홍차는 나를 위해 먹어주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딸기를 좋아했던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홍차를 보며 기분 좋게 나하나 너 한입 그렇게 한 접시를 비웠다.

나에게도 함께해 줄 누군가가 있었다.


홍차가 딸기를 좋아한다.

홍차는 딸기를 좋아한다.


몰랐다.


세일할 때 딸기를 더 사야겠다.


나는 퇴근 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행복한 기분으로 마트를 간다.

"오늘도 딸기 세일해야 할 텐데.... 우리 홍차도 먹고 나도 먹고"


세일이다....

나의 기대감 그것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오늘도 딸기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홍차도
딸기를 안고 들어오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