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의 굴레 1
출생과 단추 채우기의 차이
1971년생 돼지띠의 두 여자...
희경, 희경이는 불교신자이신 부모님 덕분에 그 당시 태어나자마자 멋지고 아름다운 뜻을 가진 이름이 부모님에 의해 지어졌다.
봉자... 봉자는 어쩔 수 없이 어쩌다 생긴 아이란 칭호아래 늘 부부싸움만 하던 부부에게서 대충 지어진 이름,
봉이라도 잡으란 건지? 아님 봉이 되란 건지? 그렇게 봉자라고 지어졌다.
출생부터가 다른 두 여자.
하지만 곧게 자라난 직선과 구불구불 굴곡 많은 굴곡선이 어쩌다 같은 직장에서 만나 20대 초반 아름다운 여인으로서 멋진 직장인으로서 일을 하게 되었다.
누가말했던가! 20대는 꾸미지 않아도 예쁘다고.
아니다.
퇴근 후 멋진 자가용 타고 좋은 맛사지샵에 가서 마사지받고 자세교정 받고, 치아교정 받고 네일아트 받는 희경의 모습. 그와 반대로 퇴근 후 정신없이 버스 타고 달려가, 음식점을 운영하시는 부모님의 가게에 일을 도와드리러 간다. 그것도 고기냄새 기름냄새 풀풀 나는 그런 곳에 도착하자마자 웃옷 벗어던지고 일을 해야만 하는 봉자.
그렇게 꾸미는 여자와 꾸미지 않는 여자는 많이 다르다.
그렇게 두 여자는 다음날
얼굴의 이마, 양볼, 턱, 코에서 번뜩번뜩 광채가 나서 눈이 부신 희경을 보고, 헐레벌떡 지각하고 어제 입었던 기름 냄새나는 옷 또 입고 버스 안에서 뒤통수 눌리도록 자다 깜짝 놀라 내려 달려온 흔적과 함께 단추를 잘못 잠가 윗도리의 단추가 엇갈린 채 끼워져 있었던 봉자를 보고,
그렇게 아침이 여유로운 여자가 있는가 반면, 봉자의 엇갈린 단추의 위치처럼 그렇게 아침부터 아니 태어나자마자부터 꼬여진 여자도 있다.
1
어쩌다 두 여자가 같은 부서의 옆짝꿍이 되었고, 두 여인은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
“봉자 때문에 내가 더 빛날 거야... 좀 지저분해서 같이 있긴 싫지만”
하지만 안 그런 척, 그래서 희경은 늘 어깨 빳빳, 고개 번쩍, 피부 반짝 그렇게 희경의 몸자체는 당당 그 자체였다.
뭐, 희경은 그런 이유도 있고 자세교정 받은 이유도 있어서겠지만... 그래도 너무 빳빳했다.
그리고 “희경은 너무 이뻐... 난 이게 뭐야, 옷도 안 어울리고 머리도 난 왜 이러지, 난 왜 살이 찐 거지, 희경이가 너무 부럽다” 라며 늘 자책하며 사는 봉자, 그래서 봉자는 늘 고개 숙인 채 덩달아 어깨도 굽어 있었다.
자세처럼 자신감도 땅에 떨어져 버린 것이다.
어쩜 그리 말투도 다를까!
귀하게 자란 희경은 “부장님? 오늘은 제가 일이 있어서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낼뵙겠습니다.” 라고 당당히 인사하며 퇴근하는데 봉자는 늘 죄지은 사람처럼 숨어 다녔다.
“희경아? 나 먼저 간다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니까 네가 잘 말해줘” 라며 몸을 낮춰 도망가듯 간다.
몸을 낮춰 지나가도 다보이는데... 정말 죄지은 사람처럼
1년 후, 두 여인의 직장생활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사계절이 지났고 다시 봄이 왔다.
희경에겐 당연하듯 남자친구가 생겼다.
희경의 봄은 노란 빛깔의 개나리 세상이다.
매일같이 퇴근시간을 기다려주는 남자,
여자라면 느껴볼 만한 기대감, 백마 탄 왕자가 아닌 멋진 세단을 타고 멋지게 내려서는 멋지게 문 열어 주고 닫아주는 왕자님.
그에 따라 희경도 멋지게 차에 타고 멋진 곳이란 도착지를 향해 출발하기를 기다리는 그 설렘과 기대감...
희경은 그렇게 다른 곳을 향해있었다.
멋진 레스토랑에서 두터운 고기를 썰고 샐러드를 먹는다.
그저 행복에 겨워 배가 부른 건지 고픈 건지도 모른 채 스테이크는 절반이 남아 레스토랑 주방장의 생각을 부른다
“이게 얼마인데 남겨? 배도 부르는구먼? 아이 아까워 힘들게 정성 들여 만들어준 건데...내가 먹지 뭐” 아마도 봉자가 주방장이었으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저녁을 먹고 난 후 둘은 산책을 한다.
베이지색 바바리코트를 입은 희경의 남자친구
희경도 멋진 트렌치코트를 입고 멋진 명품 핸드백을 옆에 끼고 둘은 팔짱을 끼고 이 세상 동화 속, 아니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지구 위에 단둘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인생극장의 주인공인 양 가식도 만들어간다.
2
“봉자야? 흐흐흐흐”
“왜? 엄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글쎄... 너희 아버지가 낮부터 술 쳐 먹고 가게 다 뒤집어놨다 어쩌냐? 흐흐흐흐”
그렇다. 봉자는 사무실에서 전화기를 내려놓자마자 정신없이 버스를 탔다
집에 가려면 1시간 조금 넘는데.. 차 안에서 엄마가 어찌 될까 걱정이 되어 안절부절.
차 안에서 들려오는 라디오 속 노랫소리도 그 어떤 말소리도 듣기 싫었다 - 매일 퇴근시간이면 자연스레 듣던 라디오, 언제나 봉자 편이라고만 생각했던 삶의 대변인 같은 라디오의 모든것이 그날은 윙윙거리며 봉자의 귀를 어지럽혔다. 마치 "큰일이다. 너 큰일 났어" 라며 귓속을 후벼 파는듯했다.
봉자, 봉자는 헐레벌떡 집으로 들어간다.
“엄마? 아빠는?”
“그 인간은 나갔지 내가 미쳐... 금고 속에 월세 모아둔 돈을 다 가져가서 노름하고 술 쳐 먹고 그래놓고선 손님들 있는데 와서는 돈 내놓으라고 상 뒤집어엎고, 내가 미치겠다”
봉자엄마의 눈과 팔은 시퍼렇게 멍이 올라왔다.
봉자엄마는 아픈 것보다 엎질러진 음식들이 아까워 맨손바닥으로 주워 담는다.
“이걸어째? 그나마 그릇은 플라스틱이니 망정이지, 이 고기들 다 어째?”
봉자 아버지가 다 뒤엎어버리고 간 식당... 마치 가보지도 않은 상상 속의 그 넓은 사막에 회오리라도 불어닥친 것처럼 가게 안은 뒤죽박죽였다.
봉자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내가 못살아 내가 못살아!” 라며 연거푸 한탄을 하면서도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런 모습을 한숨 쉬며 지켜보고 있던 봉자도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한다.
청소를 하다 같은 여자로서의 동정.
연민였을까! 봉자의 빰에 자꾸 눈물이 내린다.
흐르는 눈물을 연실 닦아 내리며 “우리 엄마 불쌍해서 어떡해... 난 절대 이렇게 안 살아” 연실 중얼거린다. 그리고 다시 장사를 시작한다.
봉자도 엄마와 같이 “어서 오세요! 몇 인분 드릴 까요?” 손님에게 인사하며 주문을 받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벗어 놓지도 못한 재킷 위에 고추장이 스쳐 지나간다.
한밤중이 되어 봉자 아버지는 집에 돌아오고 머쓱하게 웃는다.
“봉자가 다 컸네... 일도 다하고”
“제가 몇 살인데 그런 말씀을 하세요? 아버지는 지금 웃음이 나와요?”
“아니 이년이.... 잘 키워줘서 좋은 직장 들어가게 해 놨더니 어디서 그런 말을 해! 버르장머리 없게...”
“저를 잘 키웠다고요? 직장요? 그 직장, 저요 아버지 같은 사람 안 만나 살려고 죽어라 공부해서 저 스스로 당당히 합격한 거예요”
“그래 잘났다. 자식은 다 소용없어 다 크고 나면 저 혼자 컸다고 지랄이지, 너희 엄마가 자식교육을 저 모양으로 시켜서 그런겨, 이런 빌어먹을...”
봉자아버지는 가게문을 “쾅” 부서지도록 닫고 나간다.
봉자의 눈에서는 뜨거운 서러움의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진다.
“봉자야? 울지 마 그럴수록 더 독해져야 혀, 너는 너희 아버지 같은 사람 절대 만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