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의 굴레 2

두여자의 남자

by 소소예찬

3

만난 지 6개월, 희경과 희경의 남자는 여행을 간다.

여행지는 변산반도

“변산반도 가면 안 되는데...”

“왜?”

“거기 가면 헤어진다는 설이 있어”

“에이 설마, 그 사람이 그러는데 멋진 곳이라고 하던데”

“그래? 사실 나도 변산반도 못 가봤어 헤헤헤헤... 너무 부럽다”

희경을 부러워하며 넌지시 말했던 속설 - 변반반도에 결혼전 연인은 가지 말아야 할 곳이라고 한다.

사실일지도 모를 일, 정말 그러길 바라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희경이는 너무 부러워, 이번주말에 남자친구랑 여행 가고 다음 달엔 부모님과 중국 간대”

그 당시 중국여행이 한창이던 시절, 하지만 그것도 있는 이, 가진 이들만의 여행이었다.

그렇게 희경은 소위 부모 잘 만나 부모가 챙겨주는 여행을 간다.

“호호호, 중국여행 갔다 오면 선물 많이 사 올게요”

“그래, 우린 중국여행은 꿈도 못 꾼다. 선물로 대리만족할테니 이쁜거 사와 히히히”

꼼꼼한 희경... 얼굴도 이쁘고 일도 잘하고 어릴 적부터 그늘하나 없이 자란 터.

그런지라 늘 밝고 긍정적인 희경이다. 그러니 누군들 안 이뻐하랴.

그렇게 수다를 떨고 있을 무렵 “띠리릭 띠리리” 희경의 자리에 있는 전화벨이 울렸다.

“희경씨? 이층으로 올라와요”

어느 날부턴가 이층에 계신 과장님이 희경을 자주 부른다.

무슨 일일까?

다들 궁금해한다. 만일 직장 내에서 약삭빠르고 일 안 하고 뺀질거리는 희경이었다면 아마도 “왜 자꾸 부르지? 희경이 혼나는거 아녀? 호호호호”라며 쑤근거렸을 것이지만,

희경은 그렇지 않았다.

직장 동료들의 걱정 “왜 그럴까? 희경이 일잘하는데 무슨 일을 더 시키려는 걸까? 걱정되네...” 라며 걱정을 한다.

“희경씨? 무슨 일이야?” 계단에서 내려오는 희경을 보며 앞다퉈 동료들이 서로 묻는다.

“아니에요 별일은 아니고...” 희경은 미소진 얼굴로 아니라고 손짓만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인터폰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소문이 아닌 진실이 직장내에서는 너무도 큰 이슈였기에 우군가 엿들은 일들이 점점 퍼져나가 희경의 동료들까지 알게되었다.

“글쎄 희경이네 시아버지 될 사람이 과장님이래 과장님이 희경이를 찍었대~ 대단하지?”

“어머머머... 얌전한 희경이가?”

“그러게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려가는 거 맞네... 그치만 아닐겨 그 남자가 얼마나 희경씨를 사랑하는데, 아녀 아녀” 동료들은 믿지 않으려했다.

그렇게 희경은 과장님의 눈에 들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누가~ 예비 며느리감을 점찍어놓고 안 좋게 볼게 뭐가 있을까? 뭐든 이뻐 보이겠지~ 그러니 많은 일거리들도 비켜가는 것일 테고“

하지만 희경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지 않나!

단한가지 문제는 집안간에서 종교문제로 반대의견에 부딪히고 있었다.

서로가 좋아하면 종교가 무슨 걸림돌이겠냐며 말들하지만 희경은 그렇지 않았다.

존경의 대상이었던 부모님 아래서 부모님 선택에 의해 자라던 희경이 사랑하나로 바뀔 수가 있을까?

그리고 희경의 언니 또한 종교문제로 이혼해서 희경과 같이 살고 있기에 더욱더 큰 고민이 되었고, 갈등은 심화 되었다.


“희경아? 너 바닐라아이스크림 좋아하지? 이쪽부분 아이스크림 먹어봐”

“어머, 아이스크림이다, 너무 맛있게 생겼다. 어머~~ 이게 뭐야?”

“반지야~~ 내가 씻어서 껴줄게”

“뭐야? 반지를 이런 데다 넣었어?”

“왜? 이벤트인데...”

“난 싫어, 안 받아”

“안 받으면 내가 물컵에 넣어 마셔버린다!”

희경이의 남자친구는 물컵에 반지를 넣고 마셨다.

물을 거의 다 마시고 반지만 남아있는 물컵을 희경은 외면했다.

그 이벤트가 싫어서였을까!

그 당시 여자라면 받아 보고 싶었던 이벤트였던 바로 아이스크림 속의 반지.

하지만 희경에겐 이벤트보다 눈앞에 보였던 것은 부모님의 모습이었다

아직 반지를 받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이 먼저 스쳐갈 때 희경에게는 이벤트란 없었던 것이다.

그후 그 둘 사이는 조금씩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갈라져 갔고 심각한 단계로 접어들게 되었다.

“거봐, 변산반도 갔다 와서 그런 걸 거야... 속설도 믿을만하다니까 하하하하” 주변사람들은 작은 틈 하나라도 작은 손가락 하나로 후벼 파서 점점 더 커지게 만들어갔고 그 틈 사이에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을까? 들여다보고픈 욕망.



4

봉자에게도 늘 그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게일을 마치는 밤 12시 봉자엄마는 마치 그곳에 가야만 된다는 신념아래 주변사람들과 그 당시 유행하던 한국관이란 나이트클럽을 다니신다.

그런 엄마를 이해한다며 봉자는 바닥을 쓸고 밀대를 들고 쓱쓱 싹싹, 팔걷어부 치고 온 힘을 다해 시멘트바닥 고추장흔적, 고기 기름때를 지워나간다.

언제부터였던가....

밤 12시 장사를 마치고 봉자엄마가 나간 시각에 맞춰, 한 남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청소하니? 힘들지? 내가 좀 도와줄게”

“괜찮아요”

“아냐 이리 내, 내가 키는 작아도 힘은 무지 좋다 하하하하”

젖은 밀대... 무겁다.

그런 밀대를 열심히 밀어대는 그 남자의 등뒤에 봉자가 서있다.

“키는 작지만 밀대를 밀어 댈 때마다 굵직하게 왔다 갔다 하는 팔근육, 통통 튈 것 같은 귀여운 엉덩이...”

봉자의 입가엔 미소가 그어졌다.

“오렌지주스 한잔 드세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고맙긴, 혼자 여기 청소하려면 힘들지... 내가 시간 나는 대로 자주 와서 해줄게”

그 남자... 그 남자는 바로 뒷집 사는 노총각 M이었다. 노총각, 봉자보다 9살이나 더 많은 그 남자... 호칭은 아저씨였다.

봉자네 가게 뒤편에 조립식으로 방하나 만들어 봉자네식구가 살았고 그 뒤편 건물에

지금은 원룸이라 불리는 방하나 부엌 하나인 독신들을 위한 집들이 빼곡했다.

아니 독신이 아니어도 생활이 힘들어 작은 방에 네 식구 다섯 식구가 사는 곳도 많았다.

물론 아저씨도 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리고 봉자가 취직을 하고부터는 봉자도 그 방 한 칸을 얻어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그 방조차도 봉자만의 방이 되지는 않았다.

“가게가 봐라. 손님 많다.” 봉자아버지는 사람들을 이끌고 봉자방으로 밀어닥친다.

마치 무슨 거래라도 하는 듯 뻔뻔스레 밀어닥치는 남자들...

담배연기냄새 벽에 베이고 여기저기 음식시켜 먹다 남은 흔적들, 담뱃불에 그을린 이불. 그 남자들만 왔다 가면 어릴 적부터 혼자만의 아늑한 방을 꿈꿔왔던 봉자의 방은 무식한 남자들 냄새로 가득 차 버리고 도박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연기를 피워댔다.

그 흔적들, 그 냄새들을 없애버리기에는 하루가 부족했다.

그런 봉자의 사정을 알고 있었던 그 남자 M

그렇게 일주일에 3,4번 어찌 알고 오는지 봉자의 부모님이 외출하자마자 그 남자는 가게 안으로 들어와 마치 자기 일처럼 깨끗하게 청소를 해준다.

그리고 봉자와의 오렌지주스 한잔을 들이켜며.... 머뭇거리다 말을 한다.

“이번주 우리 학교 카니발인데...마지막 카니발이거든, 같이 갈래?” 그 남자 M은 집안형편이 어려워 늦은 나이에 대학을 입학해서 여러 번 휴학하고 일하고 돈 벌어 다시 복학하고 그렇게 하다 보니 30대에 대학을 다닌다. 대학교 4학년 마지막 축제를 즐기고 싶어하는 M

“카니발요? 전 그런데 한 번도 안 가봐서요”

“그럼 잘됐다, 거기 가면 볼거리도 많고 먹을 것도 많아, 내가 안내해 줄게”

“그런데 가면 춤춰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 춤도 잘 못 추는데...”

“걱정 마, 오늘부터 내가 가르쳐줄테니 나하는대로 따라서하면 돼 ”

봉자와 그 남자 M은 그렇게 시작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그 밤. 장사를 마친 후 봉자의 부모님이 주무시거나 한국관을 가셨다는 것을 확인한 후 봉자는 그 남자의 방으로 가서 엉덩이 흔드는 법부터 배워가기 시작했다. 엉덩이의 규칙적인 흔들림.

“크린티이스트우드 알아? 난 그 사람 춤 무진장 좋아해 이렇게 해 봐” 그 남자 M은 그 작은 키에 볼록볼록한 엉덩이를 마치 짱구 엉덩이처럼 흔들어댄다.

“하하하하하, 너무 웃겨요"

“그럼 봉자는 여자니까 그냥 팔만 요리 저리 흔들고 엉덩이를 40도 방향으로 씰룩씰룩해 봐. 자연스레 흔들어봐 요렇게...”

“하하하하하 아구배야, 너무 웃겨요”

언제부터인지 잊어버리고 또 잃어버렸던 웃음, 웃음소리... 그날 봉자의 웃음은 봉자 자신도 어색하게 했다.


그렇게 그날은 그 남자 M이 봉자에게 잊어버리고 잃어버렸던 웃음을 다시금 되찾아 주던 날이었다.

아니 앞으로 그런 날이 많을 것 같은 기적 같은 날이 매일 올 것만 같았다.

봉자는 매일아침 6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직장으로 가는 직행버스를 타야만 했다. 다음날 아침을 위해 이제 그만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왜? 왜일까!

“너무 귀여워, 작은 키에 하얀 얼굴, 주름진 미소, 하지만 손은 참 크고 힘도 세다” 눈을 감고 자려하면 봉자의 머릿속과 눈앞에 나타나 리플레이 버튼을 눌러댄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그날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제일 반짝이는 별들과 수다 떠느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도 억지로 몇 시간 눈을 감고 일어나 출근 준비하고 버스를 타러 간 봉자.

터미널에서 표를 사고 버스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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