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의 굴레 3

선택1

by 소소예찬

5

“어머님 아버님 우리 둘 허락해 주세요”

“이봐요 안된다고 했잖아요, 우리 희경이는 자네하고 안 맞아”

“제가 종교를 바꿀 테니 허락해 주세요”

“이 사람이 말귀를 못 알아듣나 보네, 종교뿐만이 아니야... 그러니 그만 가보게”

희경의 남자친구는 희경이네집 앞마당 차가운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있다.

하지만 단호하신 희경의 부모님.

옆에서 거들어줘야 할 희경도 역시 차가운 말투로 말한다.

“그만 가요. 이래 봐야 소용없어요”

현관문으로 떠밀어 내듯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철컥, 닫혀버린 철문.

역시 희경의 집 철문엔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었다.

힘없이 뒤돌아 나오는 희경의 그 남자...

그 후로 그 남자는 일주일간 휴가를 내고 잠적해버렸고, 희경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며칠간의 휴가를 내고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갔다.


“칠보반지 선물이에요, 사고 싶은 건 많았는데 다못샀어요 호호호호”

그렇게 직원들에게 반지도 돌리고 피로회복제 음료도 돌린다.

“대단해... 희경 씨 너무 부러워, 난 친정도 몇 번 못 가는데 해외를 그렇게 자주 가니 얼마나 좋아.

그 해외 공기는 어뗘?”

“호호호호, 우리나라가 최고예요”

희경의 얼굴빛은 광채가 났고 모든사람의 부러움을 독차지했다.

그리고 잠시후 틈을 타서 희경은 2층으로 무언가를 들고 올라간다.

그 이후부터는 종종 희경의 인터폰 전화벨이 자주 울렸다.

“네... 알겠습니다”

이 멘트는 뭘까? 분명 위층에서 내려보낸 인터폰인데... 이 정체는...

무엇을 알겠다는 것인지... 작은 사무실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를리 없는 동료들에게 수상한 관심사가 되었다.

퇴근시간 5분 전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낼뵐께요”

희경은 먼저 퇴근한다.

그리고 곧이어 뒤따라 퇴근하려고 이층에서 내려오는 과장님은 기분좋게 인사를 해준다.

“다들 수고 많았어요. 퇴근들해요, 낼 봅시다” 손을 흔들어주시고 기분 좋게 나가시는 과장님.

“오늘은 웬일이시래?”

하지만 동료들은 몰랐다.

그리고 며칠 뒤에 희경이 외친 말 한마디... “저, 결혼해요”

“어머, 그렇구나, 그 사람 좋지? 희경씨 맨날 기다리고 선물 주고 참 잘하던데 결혼준비하느라고 요즘 희경씨 데릴러 안 왔구나?”

“아... 네...”

희경의 얼굴색은 하얗게 변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만 청첩장에 적힌 신랑 측의 이름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을 뿐.

“어머, 웬일이야, 이거 봐봐. 그 사람 아니다. 어쩌냐? 그럼 결혼준비 때문이 아니라 충격으로 요즘 안보인 건가?” 모두 청첩장을 보면서 쑤근거렸다.

“그럼 언제 헤어진겨? 그리고 언제 이 사람을 만난 거야?”

“세상 참 오래 살고 볼일이여, 그리 안 봤는 디”

말은 참으로 잔혹해져 갔다.

청첩장 신랑 측 이름이 바뀐 이유로 희경은 사무실에서 점점 고립되어 갔고 본의 아니게 양의 탈을 쓴 여우가 되어 버렸다.


6

“희경씨랑 친하잖아 봉자씨?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저도 잘 몰라요, 그냥 변산반도 여행 때문인가?”

“뭐야? 그걸 믿어? 변산반도 가면 다 헤어지냐? 순진하긴... 하하하하”

그래도 봉자는 믿었다.

“난 남자친구 생기면 변산반도 안 갈 거야 꼭 결혼하고 가야지...”

봉자는 늘 부러워했던 희경의 모습을 조금씩 의도적으로 닮아가려 한다.

꼿꼿이 걷는 희경의 모습, 굳은어깨 봉자의 모습, 자신감 있는 희경의 시선, 고개 숙인 봉자의 시선, 어깨선, 허리선, 라인이 살아나는 맵시의 옷차림의 희경, 넓적하고 단추하나 떨어진 봉자의 카디건.


이제는 아니다

봉자는 꼿꼿이 걷는다. 얼굴도 들어 올린다. 카디건 벗어던지고 딱 맞는 겨자색 재킷하나 사 입는다.

봉자에게도 봄은 오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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