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볼선생아~ 내가 너거 반 공주 땜에 배가 아파 죽겠다."
무슨 재미난 일이 있으셨길래 교장선생님이 저리 상기된 얼굴로 날 찾으실까 ㅎㅎㅎ
"점심 먹고 교무실 오는 길에 1학년 교실 앞에를 지나가는데 남학생 몇 명이서 소리를 꽥~ 지르고 뛰어가는 기라. 내가 뭐라 하지도 않고 그냥 혼자 에휴~ 했는데 저~기서 참한 여학생 하나가 오디마는."
이까지만 들어도 무슨 이야긴 줄 알겠다.
우리 반 공주마마 승아보고 하는 말씀이구나.
"승아지요?"
"어!! 가가 뭐라 카는지 아나?"
"뭐라 하던데요?"
"내 앞에 딱 서디마는 두 손을 딱 배꼽에 하고 90도로 인사를 하미성 '죄송합니다. 1학년 남자아이들이 좀 시끄럽지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이칸다 아이가."
교무실에 있던 직원들이 다 같이 깔깔 넘어간다.
"더 있다 들어봐라."
교장선생님 말씀이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가 전에 볼선생한테 들은 이야기도 있고 해서 니가 혹시... 했더니 다시 자세를 바로 하고 인사를 하면서 '네, 제가 윤승아입니다.' 안 카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역시 우리 승아.
"걔는 어디 궁중 예법을 배워온 거 아이가?"
"집에 엄마가 우째 가르치면 저래 하노? 샘이 함 엄마한테 물어 봐봐."
승아 이야기로 교무실이 시끌벅적하다.
우리 승아는 교실에서 나를 걱정해 주는 학생이다. ㅎㅎ
아이들이 떠들면 살짝 나에게 귓속말로
"선생님~ 진짜 힘드시겠어요. 애들이 좀 조용히 하면 될 텐데... 선생님 예뻐요. 사랑해요."
하고 들어간다.
엄마가 임신해서 뭘 드셨을까. 태교를 어떻게 하셨지.
저런 딸 나온다는 보장만 있으면 하나 더 낳.....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아들만 둘인 볼선생이 애가 너무 예쁘니 헛소리를 한다.
교실에 아이들 작품을 게시하느라 진땀을 빼는 볼선생.
짧은 키로 손이 닿지 않아 의자 위에서 까치발을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아이들 사물함 위로 올라간다.
"선생님! 그 위에 왜 올라가요?"
아이들이 난리다. 선생님이 교실의 금기를 깨고 높은 곳을 올라가다니.
"어~ 선생님 금방 너희 그림만 꽂아놓고 내려갈게. 선생님 안 떨어져. 괜찮아."
여학생들이 걱정의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승아가 다가오더니 한 마디 한다.
"무서우면 제 손 잡아도 돼요."
ㅎㅎㅎㅎ 안 무서운데.
"고마워. 승아야. 그런데 괜찮아. 금방 내려갈 거야."
살짝 나한테 눈을 찡긋하며 다른 아이들이 듣지 않게
"선생님. 장난꾸러기~!"
"승아 너무 예쁘지 않나?"
교무실에 또 승아 칭찬이다.
다른 선생님이 우리 반 아이 칭찬을 하는 말을 들으면 내 아이 칭찬 듣는 것만큼 으쓱한 기분이 든다.
"나도 며느리 삼고 싶어~."
듣고 계시던 교장선생님이 갑자기
"안된다! 나이 차가 너무 진다! 지금 3학년, 4학년 아들 있는 사람만 된다이. 너거 아는 지금 22살 아이가. 택도 아이다. 우리 아들 어리면 내가 디꼬 가고 싶구마는."
고운 딸 줄 생각이 눈꼽 만큼도 없을 승아네 부모님.
벌써 탐내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