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혼자 버스를 탔다

by 캔디작가

5학년 여름방학이었다.

엄마가 현관 앞에서 한 번 더 물었다.


"동생 잘 돌볼 수 있지?"


당연하다고 했다. 5학년이면 다 큰 거라고 생각했다. 어른들이 하는 일 중에 내가 못 할 것은 하나도 없다고 믿던 나이였다.

외갓집은 같은 군이었지만 면이 달랐다.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했다. 읍내까지 나가서 외갓집 방향 버스로 바꿔 타면 됐다. 딱 한 번만 갈아타면 끝이었다. 아무 문제 없었다.




동생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첫 번째 버스는 잘 탔다. 갈아타는 것도 잘 했다. 두 번째 버스에 오르면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별거 아니네.

자리가 있었지만 동생만 앉혔다. 나는 동생 앞에 서서 창밖을 꼼꼼히 살폈다. 외갓집 동네는 보면 알 것 같았는데,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놓치면 큰일이었다.

버스가 몇 정거장을 지났다. 동생이 뭔가를 말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창밖만 봤다.

그러다 낯익은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저기다.

저기인데.

다음 정거장을 지나고 나서야 입이 열렸다.


"앗, 여기야. 여기서 내렸어야 해!"


기사 아저씨께 중간에 세워달라고 하면 됐다. 그런데 그 말이 나오질 않았다. 모르는 어른들이 가득한 버스 안에서, 사춘기가 막 시작된 나는 그 한 마디가 세상에서 제일 부끄러웠다. 결국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동생과 함께 내렸다.

동생이 투덜거렸다.




시골 동네 한 정거장은 꽤 멀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동생 손을 잡고 버스가 왔던 길을 터벅터벅 되짚어 걸었다. 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한참을 걷고 있으니 아까 우리가 탔던 그 버스가 종착역을 다녀왔는지 옆을 쌩 하고 지나갔다.


원래 내려야 했던 정류장이 보였다. 그 옆에 구멍가게가 있었다. 우리는 쭈쭈바를 하나씩 물고 외갓집 골목으로 들어섰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골목 앞에 나와 계셨다. 온다는 애들이 오지 않으니 집 안에 계시질 못한 것이다. 우리를 보자마자 외할머니가 달려오셨다. 나도 달려갔다.


정류장을 지나쳤다는 얘기는 동생과 입을 맞췄다. 둘 다 끝까지 비밀로 하기로.

너무 창피해서.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