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탄 자전거, 도랑에 처박히던 날
내 자전거는 없었다
12살이 될 때까지 우리 집에는 자전거가 없었다.
동네 아이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유치원도 다니지 않을 것 같은 꼬마가 아빠 자전거를 끌고 나와, 안장에 앉지도 못한 채 까치발로 페달을 구르는 걸 봤을 때는 그 아이마저 부러웠다. 아빠 자전거가 있으니 저렇게라도 배우는구나 싶어서.
부모님께 사 달라는 말은 차마 못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는 건 나도 알았다. 그러다 동네 남동생 또래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걸 본 부모님이 드디어 자전거를 사 주셨다. 그런데 그 자전거의 주인은 두 살 아래 남동생이었다.
남동생은 자전거가 생기자마자 온 동네를 누볐다. 나도 타고 싶어 아빠한테 졸랐지만, 집에 한 대면 충분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이었다. 남동생은 자기 자전거에 손도 닿으면 안 된다는 듯 경고를 날렸다.
착하고 말 잘 듣는 둘째 딸이었지만, 그것만큼은 억울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동생은 없고 자전거만 마당에 세워져 있었다. 아마 회관 앞마당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이 기회였다.
아직 자전거를 타본 적 없는 나는 일단 마당 끝에서 끝까지 혼자 조금씩 연습했다. 남들은 아빠가 뒤에서 잡아준다지만 나는 들키면 안 됐다. 몇 번 왔다 갔다 하니 균형이 잡히는 느낌이 왔다.
자신감이 붙자 자전거를 회관 앞마당으로 끌고 나갔다. 넓은 마당에서 타니 훨씬 잘 굴러갔다. 한 시간도 안 돼서 탈 수 있게 됐다. 그길로 아랫마을까지, 윗마을까지 크게 한 바퀴를 돌았다. 바람이 귀 옆을 스쳤다.
어느 날 학교를 갔다 오니 동생은 없고 자전거만 집에 있었다. 아마 동생은 동네 앞마당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지금이 기회야!
나는 쾌제를 불렀다. 아직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나는 일단 자전거 타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남들은 아빠가 뒤에서 잡아주고 밀어주고 한다지만 나는 몰래 배워야 했기에 자전거를 마당 끝으에서 끝까지 조금씩 연습을 했다. 몇 번 왔다 갔다 하니깐 조금씩 탈 수 있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감이 붙은 나는 자전거를 회관 앞마당으로 끌고 나갔다. 거기에서 발받침을 하고 용기 내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좁은 마당에서 타는 것보다 넓은 회관 앞마당에서 타니 자전거가 더 잘 굴러가고 멀리까지 연습을 할 수 있으니 금방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한 시간도 안 되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나는 자진감이 붙어서 아랫마을까지 갔다가 윗마을까지 크게 한 바퀴를 돌았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윗마을에서 내려오는 길이었다. 신나게 페달을 밟다가 무언가에 급정거를 했고, 그대로 옆 도랑으로 처박혔다.
아팠다. 많이 아팠고 여기저기 피도 났다.
그런데 내가 아픈 것보다 자전거가 더 걱정이었다. 부서졌으면 어쩌나 싶어 도랑에서 자전거를 먼저 꺼냈다. 브레이크 부분이 좀 긁히고 흠집이 생긴 정도였다. 다행이었다.
최대한 빨리 정신을 차리고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내려왔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전거를 세워놓고 방에 들어가 빨간약을 발랐다. 엄마도 아빠도 아무도 몰랐다.
얼마 뒤 동생이 소리를 질렀다.
"누가 내 자전거 탔어? 왜 이 모양이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