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소동

Ep28 아직도 우리는 어리고 여려

by 요거슨 댈리

"용무 끝났으니 내일 보자. 벌써 6시네. 난 칼퇴는 정확히 지켜주니까 걱정하지 마.

여기서부턴 네가 알아서 집 찾아가겠지."


매번 오토바이로 다니던 익숙한 길이지만 버스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낯설다.

핸드폰으로 찾은 길을 대충 훑으며 정류장으로 걸어간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뒤꿈치가 바닥을 치고 다시 발바닥으로 붙자 낙엽이 날린다.

아파트 복도 불 하나가 나간 모양이다. 현관문이 부쩍 이나 어두운 빛깔을 띄며 바닥을 쓸듯 젖혀진다.


"왔나?"

"어."

"어디를 그리 쏘다니노 니는?"

"밥은?"

"도연이네 집에서 놀다가 묵었다. 니는?"

"나는....... 됐다. 잘란다."


우리는 지방에서 상경한 티를 벗지 못해서 무뚝뚝하고 서울에서 배운 대로 혼자가 편한 사람이 되어 있다.

하지만 아침마다 내 옆에서 어디론가 날아갈 듯

대자로 잠든 하연이를 보면 웃음이 나다가도 애처롭다.

아직도 우리는 어리고 여려 할 수 없이 오늘의 기억들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불이 꺼진 방안에 누워 이따위 생각으로 몸을 뒤척인다.


돌아누운 벽, 내 앞에 형광팬으로 그려진 낙서 같은 그림들이 가득하다. 어쩔 수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어쩌면 내 생각이 틀렸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리고 여려 곤궁한 어둠 같은 상황을 밤하늘 같은 별빛으로 채우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한참 동안 그런 생각들이 떠오르다

'우리'라는 깨달음 끝에 잠이 든다.


"일어나라! 배고프다!"


하연이가 나의 눈을 잡아 벌리고 있다.


"가시나야! 눈 찢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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