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의 무소용

by 공백감자

못을 빼낸 곳에

자국이 남았다


텅 빈 구멍을

메꿔 줄 말이 있을까


나를 할퀸 자리에

흉터가 남았다


상처가 아물어도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까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내가 잘못해서라고 먼저 생각했던 것은 어쩌면 방어적인 태도였다.

누가 날 비난하기 전에 나 스스로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타인의 비난 정도는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비난에 아프지 않기 위해 내가 먼저 나를 공격하는 것이다.

아마, 자책을 예방주사로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타인의 비난을 감내할 면역력을 갖는다고

자의적으로 낸 상처 또한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누가 낸 상처 든 간에 내 마음에, 내 몸에 흉터가 남는 건 똑같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스치는 바람에도 쓰라린 상처가 생겨 예방은커녕 또 다른 통증만 얻을 뿐이다.

그러니 자책은 결코 예방책도, 해결책도 될 수 없다.


그리고, 자책은 무엇도 될 수 없다.

나를 방어할 무기도, 나를 위로할 손길, 나를 성장시킬 원동력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더욱 부추겨, 나를 이 세상에 혼자 남게 할 뿐이다.

결국 나 조차도 내 편이 되지 못하게 만드는 감옥을 만드는 것이다.


자책은 나를 용서할 기운조차도 잃게 만든다.

그러니 자책은 예방책도, 해결책도, 무기도, 위로도, 원동력도,

그 무엇도 되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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