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시원한 존재가 되고 싶다
내 마음에도 계절이 있을까. '계절'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떠오르는 건 봄이나 가을이겠지 싶다가도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 웬만한 사람보다 평온하다고 자부했던 내 안의 세계가 실은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에서 부는 돌풍처럼 예측 불가능하게 변한다는 걸 갈수록 체감하기 때문이다.
내 안과 바깥 사이에 있는 벽의 두께가 두꺼워 잘 드러나지가 않을 뿐이지, 정작 내 속은 여느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부쩍 자주 든다. 작은 일에도 상처받고, 사소한 일에도 신경 쓰고, 지나간 일에도 마음을 쓰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아닌 척하다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지날 때도 많지만, 아무리 아닌 척을 해도 부정적인 기운이 감도는 속내를 차마 감추지 못할 때가 있다. 스스로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부끄럽게 생각하는 마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뒤섞여 묘한 감정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그럼에도 내 안의 계절은 봄이나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여름이나 겨울은 너무 극단적이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건 언젠가 바스라지기 마련이다. 어쩌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만큼 어렵고 골치 아픈 건 없을지도 모른다. 다소 더운 봄날에 벌써 여름이 온 거냐고, 다소 추운 가을날에 설마 겨울이 다가온 거냐고 허공에 다그치는 사람들을 보면 그럴 만도.
그럼에도 내 안의 계절은 봄이나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내게 안착하는 누군가가 잠시라도 포근하게 쉬어갈 수 있는 존재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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