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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지 않는 이유

진심 없는 교류는 불편하다

by 달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지 않은 지도 4년이 되어간다. 신혼 여행 도중 이탈리아의 레꼬(Lecco)라는 도시에서 드넓은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다. 아마 이전에도 몇 년 동안은 동결이었을 것이다.


생일 때마다 평소 잘 보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받는 게 부담스러웠다. 치킨이나 커피 쿠폰 같은 선물을 받을 때면 고맙기는커녕 난감했다. 나는 생일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일을 일일이 챙길 자신도 없을 뿐더러,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는다. 진심을 담지 못한다면 그게 무엇이든간에 내겐 가장 하기 어려운 일에 속했다.


프로필 사진을 바꾸지 않는 건 단순히 귀찮아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기 위함이다. 사람들과 불필요하게 얽히고 싶지 않다. 얕은 관계에서 오는 가벼운 메시지나 관심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다.


사람들은 프로필 사진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추측하고 관계 상태나 삶의 분위기를 상상한다. 연인과 함께이던 사진이 공백으로 바뀌면 헤어졌을 거라 간주하고, 여행지에서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추측한다.


나 또한 그 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누군가의 프로필 사진을 보며 괜히 상상해본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그래서 나는 불필요한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친구목록을 접어둔다.


남들이 내 프로필 사진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든 그건 그들의 자유다. 다만, 나는 사람들이 내 삶을 사진 한 장으로 넘겨짚는 게 싫다. 내 일상을 유튜브나 인스타 피드처럼 소비하는 시선 안에 내 이미지가 포함되길 원치 않는다. 내 삶의 조각이 타인의 피드 속 잠깐의 흥밋거리나 가벼운 스크롤 거리로 흘러가는 게 싫다.


진심 없는 교류는 불편하다. 그래서 나는 생일 알림을 끄고 프로필 사진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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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보가 쓴 책 :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

달보의 일상이 담긴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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