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새벽마다 들리는 카페는 한쪽 구석에 단체룸이 있다. 홀과 다른 점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유리 칸막이와 푹신한 검은색 소파가 있다는 점이다. 나는 카페에 혼자 오기도 하고 콘센트도 없어서 그곳에 앉을 일은 없다.
반면에 그곳을 거의 고정석처럼 찾는 이들이 있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반바지에 때 묻은 크록스나 슬리퍼를 신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 카공족이나 오렌지족처럼 특정 부류를 일컫는 명칭이 왠지 그들에게도 있을 것만 같다. 왜냐하면 분명 서로 다른 사람들일 텐데 하는 행동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소파에 누워 자거나 스마트폰을 보다가 출입구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다시 들어오는 식이다. 그 패턴을 반복하다가 동이 틀 무렵 이제 들어가 자야겠단 듯 카페를 나간다. 언제부턴가 카페 안에 미성년자 출입 금지 안내문이 붙은 걸 보니, 그들 중 미성년자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을 보면 아무 생각 없을 때도 있고, 얼마나 갈 데가 없으면 저러는가 싶을 때도 있고, 속사정도 모르면서 한심해 보일 때도 있다. 가끔은 나도 저런 시절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한때 친구들과 이유 없이 밤을 새우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엔 피시방에서 밤을 새워보는 게 소원이었다. 굳이 새벽이 아니라도 하루종일 게임을 했지만 그마저도 모자라서 그냥 그러고 싶었다. 게임이 아니면 할 게 없었다. 하고 싶은 것도, 뭘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운좋게 피시방을 하루 뚫은(?) 날이 있었다. 밤 10시가 넘었음에도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아서 이대로 해 뜰 때까지 게임할 수 있단 생각에 신이 났었다. 새벽 3,4시쯤 되니 잠이 쏟아졌지만 이런 절호의 기회를 날릴 수 없다는 불굴의 의지로 버티니 잠은 금세 달아났다. 피시방에서 새벽을 보내고 7시쯤 바깥을 나오니 강렬한 햇살이 안면을 강타했다. 눈이 부셔서 한쪽 손으로 태양을 가리고 집을 향해 걸어가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라 알쏭달쏭하면서도 분명 좋은 쪽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밤새 실컷 게임을 즐긴 만큼의 대가로 마음 한쪽에 구멍이 뻥 뚫린 것만 같았다. 그날 이후 피시방에서 밤 새고 싶은 욕망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여하튼 새벽 카페에서 하릴없이 시간 떼우는 이들은 훗날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궁금해졌다. 혹시 이미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람들이 마실 삼아 새벽에 카페에 들른 걸까, 아니면 나처럼 한때 버킷리스트였던 밤샘을 체험하러 나온 걸까. 처음 보는 사람들의 사정을 짐작하는 건 분명 예의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들을 볼 때마다 불쑥 떠오르는 상상과 감정들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마음속에서 조용히 흘려보내는 것으로 무마할 뿐이다.
어쩌면 그들이 나보다 더 나은지도 모른다. 멍하니 폰을 들여다보다가 밖으로 나가서 담배 피우기를 반복하는 그들의 표정이 왠지 나보단 나아보였다. 종일 거울을 들여다 본 적이 없었음에도 내 얼굴엔 그리 태평한 표정이 지어지는 일이 좀처럼 없다. 나는 능력이 없다는 불안과, 아무것도 안 하고 살다가는 미래에 닥칠 어떤 일에도 버텨낼 수 없을 거란 강박에 시달린다. 그래서 일분일초라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늘 스스로를 괴롭힌다.
그냥 서로가 다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나홀로 고군분투하는 나나, 여럿이 뭉쳐 함께 방황하는 듯한 그들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