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알람이 울렸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끄고 싶었지만, 인증샷을 찍어야만 해제되는 옵션을 걸어둔 탓에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화장실로 가 사진을 찍고 알람을 끈 뒤 고민하지도 않고 다시 침대로 누웠다. 아이가 최대한 늦게 일어나길 바라며 다시 눈을 감았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땐 은은한 달빛이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알람을 끄고 자는 날이면 희한하게도 눈이 저절로 떠졌다. 왠지 충분히 잔 것 같은 느낌. 더 이상 잠을 안 자도 하루를 괜찮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눈을 다시 감았다. 노트북 앞에 앉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졸린 눈 비비며 책상에 앉기만 하면 금세 자판을 두들기곤 했던 지난날들이 꿈만 같았다.
연재하던 브런치북은 이미 다 써놓은 상태였다. 매주 한 번씩 발행만 하면 됐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았다. 브런치를 들어가는 것부터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나를 밀어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정체 모를 저항감이 일었다. 그 와중에 누가누가 내 글에 좋아요와 댓글을 남기는지 버릇처럼 확인했으나 그마저도 점차 하지 않게 됐다. 그러다 나중에는 내 글을 아무도 읽지 않았으면 했다. 좋아요가 누적되는 만큼이나 상처가 점점 곪는 기분이 들었다.
꾸준히 쓰기만 하면 처음보다 많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고, 꾸준히 쓰기만 했더니 처음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제 와서 보니, 나아진 건 하나도 없었다. 내 글은 그저 처음과 조금 다른 모양이 되어 있을 뿐이었다.
두서 없이 엉망으로 쓰던 시절이 더 나을수도 있었다. 그땐 전후상황 여미지 않고 생각 나는대로 아무렇게나 쓰고는 하루를 무탈하게 잘 보냈으니까. 그에 비해 지금은 글을 쓸 수 있으면서도 안 쓰고, 쓰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하루를 내내 찝찝하게 보내고 있다. 문제는, 그 여파가 주변에 서서히 미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이가 뭔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생떼를 쓰기 시작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들끓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 지르는 횟수가 잦아졌다. 내 성격이 더러운 것도 있겠으나, 양껏 글을 쓰지 못하는 바람에 삭히지 못하는 분을 괜히 아이에게 푸는 것만 같아서, 그런 날이면 하루종일 어깨가 축 쳐져 있었다.
나도 잘 모르겠는 내 속사정을 알 리가 없는 직장동료나 거래처 사람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에게 더 친절하게 대할 수도 있었는데, 차마 그러지 못하는 내가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