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은유 작가님과의 아쉬웠던 북토크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by 달보


뜻밖의 기회로 <글쓰기의 최전선>, <쓰기의 말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를 쓰신 은유 작가님과 함께하는 북토크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 들어보는 독서 모임에서 주최한 행사였다. 시와 협업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인 듯했다. 자주 들르는 카페와 서점에 그 모임의 팜플렛이 놓여 있는 걸 보고 뭔가 ‘제대로 하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북토크에 참여해보고 괜찮으면 계속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행사 당일. 책으로만 수차례 만났던 은유 작가님을 직접 뵐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렘이 컸다. 마침 예전부터 활동하던 독서 모임 공간 바로 옆이라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다. 아담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공간이었다. 입구에는 명찰과 다과, 방명록이 잘 준비되어 있었다. 팜플렛을 보고 느꼈던 ‘제대로 한다’는 인상이 다시 떠올랐다.


시간에 맞춰 은유 작가님이 도착하셨다. 유튜브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라 그런지, 마치 평소 가끔 마주치던 사람처럼 친숙하게 느껴졌다. 북토크는 어떤 흐름으로 진행될지 궁금했다.


그런데 모임을 주최한 걸로 보이는 분이 아무런 안내도 없이 어색한 웃음만 지었다. 지나치게 어색한 정적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은유 작가님도 우리도 어쩔 줄 몰라 1초가 1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작가님이 알아서 진행해주시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와중에 갑작스럽게 사인회가 시작되었다. 별다른 순서도 없이 시작된 사인회는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분위기 속에서 즉흥적으로 벌어진 해프닝처럼 보였다. 일반적으로 사인회는 행사의 마무리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기에 그저 낯설었다.


작가님 옆에는 미리 받아둔 질문 포스트잇 수십 개가 붙은 미니 게시판이 세워져 있었다. 그걸 활용해 북토크를 열어도 좋았을 텐데 주최자는 여전히 멋쩍은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나라도 나서서 뭔가를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손님으로서의 선을 넘지 않기 위해 꾹 참았다.


다행히 어느 한 분이 작가님께 질문을 던지면서 분위기는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이후로는 사람들의 질문과 작가님의 답변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두서 없이, 목적 없이, 맥락 없이 북토크가 흘러가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애초에 사람들이 써낸 질문지는 왜 받았는지조차 의문이었다.


사람이 모여 대화를 나누다 보면 흐름이 산만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더 최소한의 가두리 정도는 필요하다. 주제에서 다소 벗어나더라도 다시 돌아올 중심이 분명하다면, 흐트러진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정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주제는 분명 은유 작가님의 책 <해방의 밤>을 중심으로 한 북토크였지만, 누군가 말해주지 않으면 이게 무슨 자리인지조차 알기 어려울 정도였다.


은유 작가님 같은 분을 처음 모셔봐서 그랬을까. 그걸 감안하더라도 모임을 주최한 쪽의 준비 부족은 아쉬움이 컸다. 만약 내가 작가님이었다면 다음 초대가 있어도 선뜻 응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나 자신에게도 질문하게 된다. 혹시 내가 '북토크'라는 것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던 건 아닐까? 사실 진행자의 미흡함만 제외하면 공간도, 분위기도, 작가님의 이야기 자체도 모두 좋았다. 너무 빠듯한 잣대를 들이민 건 아닐지. 꼭 내가 나를 못살게 구는 것처럼.


그간 여러 독서 모임을 경험해봤지만 괜찮은 곳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은유 작가님을 직접 만난 기쁨보다도, 아쉬움과 불편함에 더 많은 마음을 쓰게 된 오늘이었다.




CONNECT

달보가 쓴 책 :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

달보의 일상이 담긴 : 인스타그램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석 달 간의 글쓰기 모임을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