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독서생활

읽기와 쓰기는 하나

by 달보
“트라우마의 치유라는 건, 그날 그 자리를 회피하는 게 아니고, 그날 그 자리를 객관화시키도록 돕는 거예요.” 우리는 이 ‘객관화’라는 말에서 글쓰기의 치유 ‘효과’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이 그에 대해 글을 쓰면 필연적으로 사건이 벌어진 당시 상황을 ‘대상화’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의 사회적 맥락에 대해서도 탐구하게 됩니다. 대상화란 쉽게 말해 ‘떨어뜨려 놓고 보기’입니다. 자신에게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고통과 상황을 떨어뜨려 놓고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 대상화가 사태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만들어 냅니다.
- 책 '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중에서




책 '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를 읽어보니 글쓰기에 대한 책답게 독서 후 정리에 대한 좋은 팁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 팁들을 읽으며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이런 책을 보고 팁을 얻어 글감을 정리했다면 지금처럼 많은 필사와 글감을 모았을 확률이 현저히 낮았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필사습관은 책을 읽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효율성을 따져가며 스스로 만들어낸 습관이었기에 이렇게 오래도록 유지할 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글쓰기, 책읽기와 관련된 책을 읽어보니 독서후 정리하는 법에 대한 팁들이 많이 나온다. 물론 좋은 팁들이고 내가 실제 정리하는 것과 접점이 많이 겹치기도 하지만 결국 본인 스스로 만들어내는 정리법이 가장 오래도록 유지가 되는 것 같다. 어떤 알짜배기 스킬을 배껴오던 간에 결국 자기자신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해야한다. 그럼 꾸준히 해나갈 확률이 높고 그것이 성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책을 읽기만 하고 막연하게 어찌해야될지 모르겠다면 본 책에 실려있는 내용 그대로 따라해보면 된다. 독서의 방향을 잡아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책을 통해 조금 색다른 경험을 했다. 책 '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를 읽으며 담아오고 싶은 문구가 많아서 타이핑하는데 애를 좀 먹었다. 그 많은 문장을 타이핑해서 정리한 걸 다시 꺼내보니, 파레토의 80:20 법칙이 여기서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 전체를 읽을 때는 분명 내가 하이라이트 친 부분이 놓치기 아까운 문장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문장들을 한곳에 모아 다시 읽어보니 그 문장들 내에서도 다시 80:20 비율로 나뉘어지고 있었다. 분명히 처음 읽었을 때는 모든 문장이 다 좋아보였는데 말이다. 여기서 난 다시읽기의 중요성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요점은 그만큼 인상깊은 문장이 이 책에는 많다는 것이다. 책과 관련된 전반적인 아웃풋에 관한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한줄평에 썼듯 다시 봐도 책 표지 디자인은 정말 구리지만, 내용이 그 모든 것을 커버한다고 생각한다. 내 주관적인 견해라 실제로 읽었을 땐 다르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책을 평가할 때 내용의 질보다는 독자에게 전달하는 작가의 진정성을 높은 점수로 매긴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만의 고유한 생각이 담겨있는 글인지, 속이 텅텅 비어있는 껍데기같은 내용인지가 느껴진다. 본인의 이야기도 아닌데 여기저기 짜깁기한 글은 더욱더 티가 난다. 특히 난 남의 이야기를 본인만의 필터링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써낸 책이라는 냄새가 나면, 그 순간 바로 책을 덮는 편이다. (이런 경험은 주로 국내도서 에세이장르를 통해 경험했다.) 내 시간은 금쪽같이 소중하니 그만큼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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